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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법 실효성, 회사가 근로자 먼저 챙겨야"

개인 소송 현실성 없어…황주홍 의원, 법안 국회 발의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7.31 08: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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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감정노동자와 관련한 보호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법보다 회사가 먼저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감정노동자가 700만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관련 보호법이 속속 발의되고 있지만, 일부 고객의 잘못된 인식과 태도는 물론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기업조차 고객 만족차원에서 근로자에게 고통을 감내할 것을 강요하는 실정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감정노동 주요직업으로 콜센터 상담사를 비롯해 △항공기 객실 승무원 △홍보 도우미·판촉원 △음식서비스 관련 관리자 △검표원 △미용사 등을 꼽았다.

이 중 감정노동자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컨택센터(콜센터)를 운영하는 아웃소싱업체 또한 원청사인 사용업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용업체에서 요구하는 서서비스수준평가(SLA) 지표가 도급비나 재계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진정한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는 원청사든 아웃소싱 소속이든 차별 없이 일관된 정책을 펼쳐야 마땅하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콜센터 관련 아웃소싱업체 관계자 A씨는 "사용업체와 재계약이 걸려 있는 아웃소싱업체 입장에서는 근로자를 보호하고 싶어도 일명 '갑'인 사용업체에서 나서지 않는다면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기업이 나서서 적극적인 조처를 해 악성민원을 근절해야 한다"며 "이는 이직률 감소와 생산성 향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최근 황주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와 사업주들이 감정노동 종사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내용의 '감정노동 종사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제정안이 통과되면 국가는 감정노동 종사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이들을 인격주체로 배려하는 시민의식 확산 시책을 마련해야 한다.

황주홍 의원은 "감정노동자들의 스트레스로 인한 수면 장애나 우울증 등을 더 이상 개인의 나약한 정신력 탓으로 외면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계속해서 그는 "소비자가 왕인 것은 맞지만, 폭군 같은 소비자까지 대접받아서는 안 된다"며 "폭언이나 성희롱 등은 징역 6개월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을 비롯해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달 초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근로자는 피해가 지나치다고 판단할 경우 가해자를 형사고발 하는 등 법적 조치가 가능하며 이때 사업자는 피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없다.

단순히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업장에 근로자 보호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권고해야 한다. 특히 사업자가 근로자 보호에 나서지 않거나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시 고용노동부는 사업자에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금융 관련 법률개정안 5건을 발의, 은행 창구와 콜센터 등 고객과 대면할 일이 많은 금융업계에 우선 적용한 후 다른 업종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국회에 고객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으로 종사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책임을 명확히 하고 능동적으로 조치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등의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해당 법률을 발의한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제도 개선을 통한 노사 관계와 노동자와 소비자 관계가 성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근로자 정신 건강을 해치는 행위 범위를 명확히 하고 고객과 마찰로 발생한 직무 스트레스 역시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은 "감정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업무로 인해 발생할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 국가가 치료와 함께 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다수 감정노동자는 고객으로부터 불쾌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개별적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넘기 힘든 장벽에 허물어지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회사가 적극적으로 '조직적 대응'에 나선 일례로는 120 다산콜센터를 들 수 있다.

악성민원에 시달렸던 120 다산콜센터는 지난 2012년 6월 악성민원 적극대응 방침을 수립, 고발 조치를 시작했다. 이에 악성민원 건수는 일평균 △2012년 상반기(76.2건) △2014년 1월(31건) △2015년 1월(3.2건)로 무려 96% 감소세를 보였다.

이 밖에도 감정노동 종사자들을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전국협의회 주최로 '2015 감정노동 전국캠페인 발대식 및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정혜선 회장은 "지난해 감정노동 서포터즈단은 콜센터, 백화점을 위주로 활동을 진행했고 참여한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올해는 항공사, 호텔, 톨게이트 수납원 등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친절함 여부와는 별개로 직무교육이 부족해 발생하는 민원도 상당수다.

또한, 감정노동 종사자의 업무에 대해서만 가중 처벌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직군과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