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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분열] 신동빈의 '을미반정'…辛의 한 수는?

그룹 분리·막판 대타협 등 다양한 변수 상존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7.30 13: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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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제는 명분과 지분싸움이다. 마치 조선 초기 태조 이성계와 정종 이방과 그리고 왕세제였던 이방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결국 승자 이방원은 조선의 세 번째 임금 태종이 되고, 정종은 상왕으로, 태조는 태상왕으로 사실상 권력의 중심에서 멀어졌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첨예한 주장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업계가 향후 전개될 양측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 27일 발 빠른 움직임으로 경영권은 지켜냈지만 '경영권 분쟁'은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그룹이 29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 지주사인 롯데홀딩스 72%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히면서 이사회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신 회장 승리가 확실시된 듯 보였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역시 30일 니혼게이자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간 제대로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신 회장의 부당행동을 근거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 하에 행해진 해임안이었음을 주장하면서 두 형제 간 싸움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상반된 양측 공반전이 시작되면서 유리할 것이라 여겨졌던 신 회장이 지금부터 펼칠 굳히기 전략이 주목되는 이유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분수령'

신 회장은 현재까지 일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신 회장이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개최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회장 직위를 활용해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포섭하는 작업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막았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이번 이사회 결정에 반발, 재반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론 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에게 우호적인 만큼 주주총회 표 대결에선 신 전 부회장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계 업계 중론이다.

신 회장이 이미 롯데홀딩스를 장악한 상황을 고려할 때 신 전 부회장의 표 대결 시도는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이 보유한 롯데 계열사 지분율은 동생 신 회장에게 여전히 위협적인 탓에 신 회장으로선 지금 단계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이 일본 광윤사(光潤社) 임원들을 만나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지만 실체가 베일에 가려진 광윤사는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이 각각 지분 29%를 가졌다.  

특히, 지난 1월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내 임원직 상실과 관련, 신 회장이 12% 지분을 가진 광윤사 임원들을 움직인 결과였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닥쳐올 형제의 결전의 날에도 광윤사 임원들의 입김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서 문제는 광윤사가 비상장회사라는 점이다. 현재 단 3%만을 손에 쥔 것으로 전해지는 신 총괄회장이 기존 보유했던 50% 지분을 누구에게 나눠줬는지가 베일에 싸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신 회장이 이들 지분 보유자들을 찾아 주총 직전까지 우호지분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격호·신영자 의중은 누구에게?

일단 지난 27일 있었던 신 회장의 이사 해임건은 이미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무효에 해당된다는 점을 들어 전면 백지화한 상태다.

하지만 롯데그룹 내에서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신 총괄회장은 모든 결정을 이사회에서 사후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해왔다. 이런 관행을 감안한다면 이번 신 회장의 불법 결정 및 신 총괄회장 명예회장 추대 건은 신 총괄회장을 격노케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롯데 인사는 창업 이후 신격호 총괄회장이 전부 결정해왔다"며 "이번 일은 아버지의 지시서도 있다. 인사는 통상 구두로 한다"고 구두 인사가 관행이었음을 시사했다.

이는 전체적인 구도에서 신 회장이 유리하다 해도 신 총괄회장의 그룹 보유 지분이 신 전 부회장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 총괄회장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그룹 승계 및 경영권 분쟁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난 12월에는 신 회장을 선택했다가 최근 신 전 부회장으로 선회하면서 변심을 보인 터라 신 총괄회장의 최종 선택은 미궁 속을 헤매고 있다.

올해 94세가 된 신 총괄회장은 고령에 비해 건강한 편이지만 최근 판단력이 흐려졌다는 후문마저 들리는 상황이다.

이복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의 선택도 변수로 남아있다. 신 이사장이 지난 27일 신 전 부회장과 일본에 동행했다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 손을 들어준 모양새지만, 신 회장이 어떤 카드를 신 이사장에게 내밀 것인가에 따라 최종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 한창 경영능력을 인정받던 시절, 장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두 동생에게 밀렸던 신 이사장 처지에서 본다면 아직 어느 편에 섰다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더욱이 한국 롯데 주요 계열사에서 두 형제 지분율도 엇비슷하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제과 3.95% △롯데칠성음료 2.83% △롯데쇼핑 13.45% △롯데닷컴 1.3% △롯데정보통신 3.99% 등을, 신 회장은 △롯데제과 5.34% △롯데칠성음료 5.71% △롯데쇼핑 13.46% △롯데닷컴 2.35% △롯데정보통신 7.5%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제과 2.52% △롯데칠성음료 2.66% △롯데쇼핑 0.74% △롯데닷컴 1.3% △롯데정보통신 3.51% △대홍기획 6.24% 등을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신 이사장이 어느 쪽에 지분을 넘기느냐에 따라 국내 롯데 계열사 장악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분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형제의 상반된 주장과 물밑 작업이 강화되는 만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출혈을 지속하기보다 가족 내부 합의를 통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가 분리돼 운영되거나 주력과 비주력 계열사를 나눠 지분 정리 등이 진행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