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확진자 186명, 사망자 36명.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정부가 70일 만에 '사실상 종결 선언'을 발표했다.
그러나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 국가의 역할 부재가 또 도마에 올랐다는 점에서 이번 이슈는 이 선언으로 바로 덮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의 재난 대응 방식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왜 높을까? 어떤 원인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는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위기감의 배경을 살펴본다.
◆외래 유입 전염병 보고·관리체계 부실
최근 외래 유입 전염병 발생현황을 보면 사스(SARS, 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등 6년 주기다. 이 가운데 사스와 메르스는 여전히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백신과 항생제 개발의 중요성이 가장 크지만, 아직 개발 단계인 것이 많아 방역을 통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형식적 방역에 치중한다. 여행객의 입국단계에서는 검역관이 중동지역 운항 항공기에 대해 게이트 검역을 실시하는 등 간단한 발열 검사와 건강상태 질문서를 확인하는 것. 하지만 이에 경우 잠복기가 있는 질병의 환자는 거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또 환자 본인이 격리될 것을 고려해 속일 우려도 있다.
지역사회 의료기관에서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 감염병웹신고시스템을 통해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시점에 최초 확진 환자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을 파악하고 이들 의심 환자군을 관리하는 초기 단계 대응에서 미흡했다.
아울러 의료진 감염이 속출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확진 환자 관리와 관련, 병원 내 감염병 관리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응 미숙
메르스로 부각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상황 장악력과 공감능력 모두에서 정부의 대응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초기 확진자의 소재를 온전히 파악하지 못했고,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신속한 대처 없이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메르스 예방수칙은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 '낙타 고기 먹지 않기’와 같은 내용이 널리 회자된 것은 이런 정서를 반영한다. 낙타고기에 보통 사람들이 접할 일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도외시한 채 발표된 정부의 안일한 태도 때문이었다.
더불어 사스와 신종플루 때와는 달리 병원의 실명을 즉각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SNS와 인터넷을 통한 각종 악성 루머들로 많은 병원들이 피해를 받기도 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메르스에 마스크는 아무런 예방 효과가 없다고 말하면서 본인은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순찰하는 모습에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일련의 이슈들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떨어뜨렸고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했다.
이는 의심환자들의 자가 격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원인이 되기도 해 메르스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문제 키운 한국형 병원 문화
메르스 환자의 약 절반이 발생한 응급실은 메르스의 주요 감염경로였다. 고열과 기침으로 병원을 찾은 메르스 환자가 격리되지 않은 채 응급실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많은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감염시켰기 때문이었다.
해외의 경우 응급실은 입원 전까지 1인실에서 진료를 받지만, 우리나라는 비좁은 공간에 내무반식 침실로 운영된다. 여기에 환자의 차례가 될 때까지 장시간 머무르는 과정에서 각종 병원균에 노출된다.
이를 해소하려면 병원이 외래환자보다 응급환자를 우선 수술하고 입원시키는 체계로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 더해 환자에 대한 병문안 문화와 간병 문화도 개선돼야 할 문제다. 메르스 환자 중 약 40%는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었다.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원은 그렇지 않은 병원에 비해 병원감염 발생률이 2.87배 높았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문 간병인들을 통해 환자를 돌보고 철저한 위생관리로 감염을 예방한다. 국내에도 일반인들의 간병문화를 지양하고 전문 간호 인력을 보충할 필요가 있다.
◆손발도 안 맞고… 협력 부족 도마에
메르스 사태는 정부, 시민, 병원 등이 서로 기대오던 협력체제의 붕괴를 가져왔다. 정부는 환자 등에 대한 의료기관 간 정보 공유, 환자 발생 병원 명 공개를 꺼려했다.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 점검회의'가 열린 뒤에야 국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병원 등 정보 공개 등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나왔다. 지난달 11일 국회 메르스 대책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삼성서울병원의 의사는 "삼성이 뚫린 게 아니라 국가가 뚫렸다"는 말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서울시와 정부의 상반된 대응 방식도 문제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한다는 이유로 환자의 동선을 공개했다. 이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CBS라디오에 출연해 괜한 짓을 했다고 반격했다.
이후 정부는 자가 격리 조치된 이들에 대한 생계비는 지원하지 않기로 해 서울시와 또다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의 단점은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의심 환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이 격리 조치 등에 협조하도록 정책적으로 이끌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민관단체와 협력을 통해 국민이 감염병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메뉴얼을 제공해야 한다. 제 2의 메르스 사태를 막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