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금호산업 재건 '안개속'…채권단, 공정가치 무시 '발목'

'주당 5만9000원' 현시가 3배…프리미엄 2만8000원 얹어

김성태 기자 기자  2015.07.27 18:11: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금호산업의 가치를 놓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평가가 다른 채권단과의 의견차가 커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 등 금호산업 채권단이 매각 협상가격을 1조218억원(주당5만9000원)으로 결정하면서 금호 측이 생각하고 있는 금액(7000억원대)과 큰 차이가 나게 됐다.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과 진행 중인 매각 협상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가로 주당 5만9000원을 내놓았다. 이는 실사를 통해 평가된 가격(주당 3만1000원)에 90.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이날 거래소 시장 종가(1만8500원)과 비교하면 3.2배 수준이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15일 운영위원회에서 회계법인이 진행한 실사 결과에 따라 금호산업 주식의 적정 가격을 주당 3만1000원으로 보고받았다. 5369억원에 해당한다. 채권단은 여기에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8000원을 얹었다.

박삼구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통해 채권단이 가진 전체 지분(57.6%)이 아니라, 경영권을 쥘 수 있는 최소 지분(지분율 50%+1주, 1732만주)만 사들일 수 있다. 박 회장이 이 가격으로 최소 지분을 매입하면 필요한 자금이 1조218억원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금액은 금호측이 생각하고 있는 금액(7000억원대)과 2배 차이가 나게 됐으며, 매각이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날 채권단이 제시한 주당 5만9000원의 가격에는 채권단 중 최대 지분(8.55%)을 보유한 미래에셋(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가치' 무시하는 산업은행·미래에셋, 왜?

산업은행과 미래에셋은 회계법인의 실사를 통해 산출한 주당 3만1000원의 공정가치를 무시하고 두 배에 가까운 1조 218억원을 제시했다. 주당 5만9000원으로 평가한 금액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공정가치를 평가를 위해 삼일회계법인과 안진회계법인을 내세워 한 달여 이상 실사를 벌였다. 그 결과 주당 3만 1000원이라는 공정가치를 산출했다. 이는 현 시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 주당가치는 지난 4월 호반건설이 한영회계법인을 통해 산정한 주당 가치 1만 6000원에 비해 두 배 상회한 가격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본입찰에 참여한 주당 가치가 3만900원이다. 두 회계법인이 산정한 공정가치가 얼추 4월 입찰 때 프리미엄까지 붙여 제시한 가격과 비슷하다.

지금 금호산업 주당 가치가 1만8000여원이다. 여러 회계법인이 산정한 공정가치를 무시하고 현재시가 기준 200% 이상의 경영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이다. 이미 작정한 가격이 있으면서 왜 공정가치를 산출했는지 의문이다.

비싸게 팔면 팔수록 좋은 채권단이지만 미래에셋이 제시한 가격엔 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공정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가격임을 인식하기 까닭이다.

◆금호산업 매각 방향성 상실…1조원 투입 인수후보 나타날까

제시가격 논란과 함께 매각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아울러 금호산업에 1조원을 투자할 수 있는 새 인수 후보가 나타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채권단이 여러 회계법인에서 산정한 가격의 두 배인 5만9000천원을 불렀다는 것은 애초에 공정가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매각자 실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제시한 가격의 재무적 근거는 없이 '손해를 보는 가격에 팔면 운용사로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만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실사를 통해 공정가치를 산출했음에도 내가 손해보지 않으려면 이 만큼 받아야겠다는 주장은 억지일 뿐이다. 시가의 3배인 1조를 제시한 속셈은 이 거래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금호산업 매각 자체의 방향성을 잃은 것을 가장 우려되고 있다.

미래에셋이 뜻을 굽히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면 다시 6개월간 외부에 매각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1조원을 투입할 인수후보가 나타날 것인지도 미지수다. 다음 본 입찰도 유찰되면 그 다음 매각은 헤아릴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지역사회는 호남 유일의 대기업인 금호의 재도약을 염원해왔다. 이런 지역사회의 염원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지역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또 얼마나 클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금호그룹은 현재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협상 전략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