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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43] 서대문 보듬는 '코칭 달란트'…연세코칭연구회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7.27 16:5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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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때 어느 정치인의 "내가 그거 해 봐서 아는데…"라는 말투가 사람들 입에 오른 바 있다. 발언 당사자는 선의였겠지만 세칭 명문대를 나와 재계는 물론, 행정과 정치 모든 부문에서 눈부신 성취를 이룬 자신감으로 세상만사 자신만만 조언을 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일종의 '피로감'을 느꼈기 때문. 바야흐로 낮은 곳에 임하는 모습, 공감이라는 개념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때다. '코칭'은 화려하지 않지만 근래 조용히 세를 불리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연세코칭연구회 협동조합(이하 연세코칭연구회)는 코칭의 매력을 가장 잘 구현, 발산하고 있는 조직으로 평가된다. 작지만 이미 준비된 전문성으로 빠르게 코칭 문화 확산을 위해 저변 확대를 모색 중이다. 

"코칭의 매력은 '난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당신을 도울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멘토링과 코칭의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멘토링은 멘토가 멘티에게 '팔로우 미', 따르라고 하는 거죠. 자기가 해 봐서 아는 방법을 멘티를 위해 설명하는 것, 즉 노하우를 '전수'하는 겁니다. 그런데 코칭은 다릅니다. 코칭은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에서 출발해요. 그렇지만 걱정 안 합니다.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도울 수 있다. 왜냐. 그 답은 당신이 갖고 있으니까'인 거죠(최동하 연세코칭연구회 이사장)."

"모든 사람이 코칭의 힘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선 코칭이 아니라 우선 다치고 닫힌 마음부터 다스리는 상담부터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변화에 대한 기본 의지만 있다면, 어떤 사람이든 2~3회의 코칭 안에 확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성장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끌어 내는 게 코칭의 역량이고 매력이죠(황병곤 연세코칭연구회 이사)." 

◆준비된 전문가들 모임 '서대문구를 홀리다'

연세코칭연구회는 협동조합으로서의 역사는 아직 짧다. 지난 5월19일 창립총회를 치렀고 6월22일 사업자등록까지 일사천리로 마친 조직이다. 하지만 '사업자협동조합'이라는 형식을 택한 데서 알 수 있듯 전문성과 실질적인 경제효과 발생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하다.

이는 구성원들이 실무적 역량은 물론 학문적 배경까지 탄탄하게 갖췄다는 특이한 탄생 배경이 주는 자부심에 있다.

이 조합의 구성원간 인연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이 운영하는 코칭아카데미에 뿌리가 있다. 연세대 신학 연구는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목사 이래 특정 교파적 해석에 얽매인 교리 이해가 아닌 폭넓은 융합적 사고를 중시해 왔다.

연합신학대학원은 이런 에큐메니즘을 상징적 조직으로, 학문적 연구는 물론 목회 기법 등 다방면에서 사회와 소통, 교류하는 방법론을 탐구해 왔다. 목사들을 대상으로 하던 코칭이 이후 여러 코칭 커리큘럼의 기틀이 됐고 풍부한 교육 내용을 통해 코칭 전문가들을 육성하는 데 이르렀다.

이 같은 코칭 교육을 받은 이들이 모여 연세코칭연구회라는 조직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미 연세대 울타리 안에서 교육을 받기 전부터 전문 코치로 활동하던 이들도 있는 만큼 코칭에 대한 열의와 관심도는 단순히 학연과 친목으로 맺어진 여러 학교 주변 단체들을 능가한다.

연세코칭연구회가 협동조합이라는 틀을 택한 것도 이 같은 탄생 배경과 설립 철학과 무관치 않다. 충분히 사업적 역량과 책임감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지만 상업적인 측면만 극대화되기 보다는, 연구 모임과 공익 활동에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조직이어야 한다는 자의식이 이 조직의 수태 과정부터 존재해 왔다. 그래서 회사의 모습보다는 협동조합이라는 틀이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협동조합으로서 활동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이 협동조합이라는 시스템에 더 많은 소명의식을 느끼게 된 것은 아직 구체적인 조직체를 만들기 전에 서대문구 주최 한울타리 품앗이 사회적경제 아이디어 공모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두고 주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연세코칭연구회의 핵심 구성원 중 여러 사람이 관여한 응모팀에서 좋은 성과를 기록한 점도 이들의 끈끈한 모임에 한몫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총 10개팀만 선정, 지원 대상으로 뽑았는데 이 성과로 인해 이들은 협동조합을 설립하라는 주변의 주문도 받게 되고 컨설팅 지원을 받게 되는 등 서대문구의 관심도 얻게 된 것이다.

구성원들이 모두 사단법인 한국코치협회의 인증을 얻은 전문 코치들이며 조직 탄생부터 지역 사회와 이처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보니 '지역 사회를 위한 역량 발휘'라는 숙제에 관심이 많다.

얼마 전에는 서대문구 측과 면담을 통해 필요한 곳에 코칭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는 뜻을 청장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연세코칭연구회에 따르면 이는 구체적으로는 지역 내 소상공인들이 코칭을 필요로 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구청이 모집한 교육 콘텐츠 사업에 5개 사업이 당선된 것도 책임감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청소년 코칭 △학부모 코칭 △청소년 감성 △창의 인성 △청소년 리더십 코칭).

서대문구에 소재한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조직이 태동했다는 점 때문에 지역 사회에 큰 보답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늘 불어넣어 주고 있고, 이런 점이 바로 구를 매료하고 구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동조합답게 이들을 만들고 있다.

"코칭 대중화 실험정신" 온라인상담 등 다양한 접근

코칭은 다양한 모델을 갖고 무한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어 연세코친연구회 구성원들처럼 한국코치협회의 일명 KPC 자격이 있는 경우라면, 개인코칭과 그룹코칭이 모두 가능하다. 여기에 강의나 위크숍 진행 등 기업 같은 거대조직에서 구성원 재교육을 위해 진행하는 모든 형태의 교육에 진행과 조언을 해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협상과 소통, (조직)관리 등 다양한 이슈들에 대해 잠재된 역량을 끌어내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과정을 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전문회사들(속칭 코칭펌)들이 존재하지만 주로 한국코치협회 인증을 받은 과정을 충실히 답습하는 데 안주하고 있다. 다양한 모델이 얼마든 창조 가능하지만 아직 현재까지 정형화돼 있는 코칭 요청에 부응하는 데 만족하거나 후배 코치를 육성해 장기적으로 안정적 운영을 도모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평가도 코칭 업계 내외에 없지 않다.

연세코칭연구회는 이런 선에 머물지 않고, 이미 언급한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는 물론 학교 주변의 이슈들에 대한 일종의 재능 기부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을 위한 코칭을 통해 속칭 88만원세대의 고민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다. 학교를 중심으로 탄생한 조직인 만큼 젊은이들을 코칭 수요자라는 '돈줄'로 보지 않고 '우리 후배'로 생각하고 이들에게 '기여'해 주겠다는 점에서 각종 모색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아울러 여성(특히 경력단절여성)과 귀국 자녀를 둔 가정 등에 초점을 맞춰 적절한 코칭이 가능하도록 연구를 거듭하고 있고, '해외 여성 상담'이라는 전인미답의 길에 성큼 발걸음을 떼고 있기도 하다.

스카이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온라인 상담을 하면 해외에 나가 있는 여성 등에게 고민을 해소하고 새롭게 벽을 깨고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사업이다.

이른바 '독수리 5자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연세코칭연구회 내의 소규모 조직이 이 온라인 해외 코칭이라는 새 모델의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이미 시작됐고, 유럽과 동남아권에도 온라인 코칭 케이스 전파를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지는 단계다. 코칭이 누구보다 필요하지만 현지 코치에게 요청하기에는 언어적 장벽이 있고, 지역 사회에 고민을 털어놓자니 교민 사회가 좁다는 점에서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에게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는 독수리 5자매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연세코칭연구회 스스로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기대감이 큰 상태다.

이처럼 많은 활동을 진행하려 노력 중이고, 또 이미 전문성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상태지만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는 문제에 인색하지 않다. 매달 1·3·5주는 사업 관련 모임으로 저녁 회의를 진행하고, 2·4주는 스터디 모임이다. 스터디의 경우 한번 모이면 3시간은 기본적으로 공부할 만큼 열심히 임하고 있다. 연세코칭연구회측은 좋은 코칭 서적을 출판하는 일에도 기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에 4회를 기준으로 한다는 코칭, 사람을 대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으나 2~3회에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새롭게 보람을 느낀다고 코치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달이 채 못 되는 기간 내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만나도록 돕는 보람과 성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쉽게 이 일을 끊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

이 같은 코칭의 재능과 업을 사회적 기여로 풀어내려는 연세코칭연구회의 시도가 피워낼 꽃에 대해 기대하는 이들은 서대문구 안에만 한정되지 않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