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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국회의원 정수 확대' 혁신안 "벌집 쑤신 듯"

'의원 세비 삭감'에도 與野 비판여론 거세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7.27 11: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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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26일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제1야당의 혁신안을 넘어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한 정치개혁 논의를 전제로 한 내용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당장 새정치연합 내부에서 비판여론에 부딪힌 데다 여당에서도 반대하고 나서면서 현실화 가능성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김상곤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 도입

혁신위원회(혁신위)가 이날 발표한 5차 혁신안의 주요 내용은 현행 300석(지역구 246석·비례대표 54석)인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이다. 목적은 단순히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비례대표를 늘리는 데 있다. 

혁신위가 제시한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는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 의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를 2대 1 비율에 맞춰 정하자는 것이다.

혁신위가 이날 내놓은 '369석 확대안(지역구 246석·비례대표 123석)'이나 '300석 유지안(지역구 200석·비례대표 100석)'이 실현될 경우 모두 비례대표가 현행보다 확대된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선관위 개혁안이 담은 '득표-의석 간 비례성'이 보장된다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와 함께 국회 총예산을 동결하는 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의원수를 늘리되 의원 세비는 삭감함으로써 세금 부담 증가 등의 논란과 의원 정수 확대는 곧 기득권 확대라는 비판여론을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문제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고려해 내달 안에 당론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 혹은 지지율에 비례하는 만큼의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어야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지금의 독과점적 정당체계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나 정당 득표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의 비례성이 현저히 낮은 현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전국에서 43.3% 득표로 전체 의석수의 51.6%에 해당하는 127석을 얻었고, 민주통합당은 37.9% 득표로 43.1%에 해당하는 106석을 얻었다"며 "이는 양당이 득표율보다 높은 의석수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새누리 "반(反)혁신·반(反)개혁적 발상…현행 정수 유지"

그러나 입법 주체인 국회 정개특위 상황은 물론 야당 내부조차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현실화 전망은 어두운 상태다.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는 이미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의원 정수 확대와 선거구 획정과 관련, 본격적인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야 모두 '선거구 최대·최소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2대 1로 변경해야 한다'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지역구 획정을 다시 하고, 최소 13~14개 늘려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상황.

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에는 찬반이 맞선다.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증원 없이 지역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야당은 비례대표를 늘려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할 수 있다는 논리여서 논의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여당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먼저 정하자는 반면, 야당은 의원 정수와 선거구 획정 기준을 동시에 정해야 한다고 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상 처음 외부에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세웠음에도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법정 시한인 총선 6개월 전(오는 11월 중순)까지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곤혹스러워하는 야당 내부의 분위기도 5차 혁신안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특히 혁신안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힌 이종걸 원내대표의 파격안까지 더해져 혁신안은 도리어 여당 공격의 빌미가 됐다. 

혁신안 발표 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전체 의석수를 390석으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는 130석까지 늘리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다. 당론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세비를 절반으로 줄여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언급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혁신위의 발표에 대해 "혁신이 아니라 반(反)혁신, 반(反)개혁적 발상", "정치 개악"이라고 비판하면서 '현행 정수 유지'라는 기존 노선을 견지했다.

이에 문재인 대표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는 "논의의 선후가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앞서고 거기에 따라서 의원 정수 문제 논의까지 넓혀져 가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가정보원 불법 해킹 의혹 문제 제기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이때 야권발(發) 의원 정수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시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략적인 판단에서다.

혁신안을 두고 온종일 어수선했던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원회의까지 열었다. 김성수 대변인은 "의원 정수 문제는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매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전급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혁신위의 5차 혁신안과 이 원내대표의 의원 정수 발언은 당 차원에서 전혀 논의된 바 없으며, 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견해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