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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바이러스 사냥꾼

최준호 기자 기자  2015.07.24 16: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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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피오트 박사의 자서전은 차라리 일대기에 가깝다. 지구상에서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병 중 하나로 꼽히는 에볼라를 발견한 시점부터 현대 최악의 유행병으로 꼽히는 에이즈와 맞서 싸우는 일련의 사건들과 기록들은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감염성 질환을 다루고 있는지를 또렷이 보여주고 있다.
 
피오트 박사가 새내기일 때 들었던 감염학에 미래는 없다는 지도교수의 말은 지금 감염성 질환을 연구하는 학자들도 어렵지 않게 듣는 말이다. 수많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었고, 몇몇 감염성 질환은 박멸, 그리고 박멸을 넘어 멸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럼에도 감염성 질환은 여전히 인류의 위협이 되고 있다.

사람들이 감염성 질환이 더 이상 인류에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 뒤에는 뿌리 깊은 불평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지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 의료와 보건의 불평등 들이다. 우리는 더 이상 감염성 질환에 심각한 위협을 받지 않지만,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피오트 박사가 이야기했듯 많은 상황이 개선된 지금에도 에이즈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백만 명이 넘는다. 다른 감염성 질환까지 합치면 그 수치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타나는 데는 책에서 이야기하듯 치료에 접근하지 못해서, 혹은 적절한 의료 시설이나 인력이 없어서, 혹은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들이 있다. 이런 부조화와 불평등은 세계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그런 불평등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죽어 가는지를 다룰 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어떻게를 직접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분명한 경험과 교훈, 방향성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실제 그런 목표들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경험으로 보여주고 있다. 감염성 질병들은 인류의 연대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장애물이며,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 예방과 치료가 가능한 질병으로 미래를 잃는 사람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미래를. 
 
원저의 제목(No time to lose)처럼 우리에게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아마존의 나비가 펴냈고, 가격은 2만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