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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마트 소지품 검사에 대한 고찰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7.22 16: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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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 아이디 algu**** "가방검사 당연히 해야 된다. 나도 마트 일을 하고 있지만 같은 직원 중에 퇴근할 때 쇼핑백 한가득 들고 간다. 맨 위에 유니폼 올려서 요즘은 가방검사 안하니까 아주 신났음."

# 아이디 kies**** "진짜 안 훔치는 사람은 안 훔치는데 훔치는 사람들은 끝없이 훔쳐간다. 태그 안 붙은 과일 같은 건 마감퇴근하면서 스윽 넣어가고. 안 훔치고 정직한 사람들은 당연히 반발할 수밖에 없지."

#아이디 thdw**** "검사하는 게 맞음. 오래일한 직원들 중에 행사상품 빼돌리고 약은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 훔치는 고객이 더 많을 꺼라고? 아님. 안 훔친 고객도 다시 확인하는 게 대형마튼데 고단수로 훔치는 사람 몇 말고는 직원이 빼돌리는 게 훨씬 많을 껄?"

21일 케이블방송의 한 매체는 지난해 내부 직원 소지품 검사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마트의 소지품 검사가 여전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작년 7월 이 내용으로 국민 공분을 일으킨 이마트는 이후 조직 문화 혁신안 발표와 함께 소지품 검사를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달라진 건 없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날 같은 기사 속 온라인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달린 누리꾼 댓글이 눈에 띄었다. 이마트의 비상식적 행위에 대한 비난을 예상했지만 댓글 상당수가 그렇게까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기업 입장을 이해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최근 무작위식 댓글을 올리는 누리꾼 성향을 감안하면 이를 국민들의 일반화된 생각이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는 댓글 속 내용은 '우리는 현재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지난해 7월, 비난의 중심에 선 이마트 문제는 소지품 검사뿐 아니라 직원 사물함 불시 검사 등 직원들을 예비절도자로 간주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고 이마트 노동조합은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재개 혹은 지속된 이마트의 행위를 보고 무작정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는 일견의 '의식' 때문이다. 기업에 소속된 직원의 몸, 가방 수색은 분명 잘못됐다. 직원 하나하나를 존중하지 못하고 직장 내 잠정적 절도자로 몰아세우는, 내 식구를 의심하는 오만불손한 이마트 모습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대기업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억울해도 참으면서까지 무조건 약자로 몰리지 말라는, 개인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말고 잘못된 태도에 손가락질을 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이 비난 보도를 했으며 노조 역시 이 불합리함을 뜯어고치고자 회초리를 들고 나선 상황이다.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득을 탐낸 소수의 직원들로 말미암아 오만불손한 그들의 버르장머리를 타이르고 바꾸기 위한 노력에 흠집이 나버렸다.

우리 기업 문화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다. 구태의연한 기업경영 현실은 한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지금껏 그래왔고 이미 고착됐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다. 

'혁구습(革舊習)'이라는 말을 되새겨 성숙한 몸가짐과 행동으로 '사랑의 매'에 다 같이 힘을 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