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사람들이 역대 대통령은 기억해도, 누가 국회의장인지는 관심이 없어요. 내가 국회의장인지도 잘 몰라요. 사실 내가 얼마나 높은 사람인데 말이죠, 하하."
정의화 국회의장이 한 연구전문기관의 행사에 참석해 진행한 특강이 다른 고위직 공직자의 '호통 특강'과 비교되면서 다시금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정 의장은 최근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의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 제4기 발대식에 주요 외빈으로 참석했는데요. 사실 대부분의 외빈들은 행사 초반에 몰아서 축사를 줄지어 한 다음 일시에 퇴장하게 마련이죠.
그런데 정 의장은 축사 뒤에 이어진 임명식, 축하공연 등을 모두 지켜본 뒤에 특강을 비로소 시작했습니다. 140명의 교육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죠.
특강 뒤에 질의응답까지 활발히 진행하면서 보안 이슈와 관련, 정치인으로서 북한을 방문했던 당시 그쪽 사이버전 능력에 대해 살펴 본 경험 등까지 거론해 가며 생생함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거물 정치인으로서의 식견을 표시한 것과는 별도로, 스스로를 '디스(disrespect의 앞부분을 딴 말. 남을 공격하거나 무례하게 깎아내리는 것이며 특히 힙합에서 많이 사용)'하며 시종 유머러스한 진행을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회의장은 사실 3부 요인 중 하나로 대통령, 대법원장과 함께 우리나라를 이끄는 세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직책의 공직자입니다.
사실 정 의장에게 특강을 들었던 이들 교육생은 디도스 등 각종 악성 공격을 하는 해커들에 맞서는 '화이트 해커'가 되기 위해 보안능력을 키우는 교육을 받게 되는 이들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발탁된 인재들임에는 틀림없지만 대학생 중심으로 아직 앳된 이들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들 앞에서 정 의장이 "나는 높은 사람인데, 남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더라"라며 '셀프 디스'를 하며 진행을 해준 것이죠.
사실 어지간한 축사를 얻기도 어려운 판국에 특강까지, 그것도 이렇게 신경 써주면서 화기애애하게 진행한 것에 적잖이 술렁임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 의장의 이번 셀프 디스 특강은 비슷한 시기에 어느 고위직 공무원이 이제 막 공무원 시험에 붙어서 연수를 받게 된 까마득한 후배들에게 특강을 간 일과 대조되는 분위기인데요.
이 고관은 자신이 특강을 하는 중 연수생 하나가 졸다 못해 엎드려서 잤다며 그 인물을 색출하라는 지시를 담당 공무원들에게 하달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같은 때 입길에 오르내리는 같은 듯 다른 특강 사례들을 보면, 높이 올라갈 수록 처신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런 점에서 BoB 특강이 자리에 있었던 교육생들에겐 오래 감동적인 장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