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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RI의 송곳니·IT한국의 방패 'BoB프로그램' 탄생 비화는?

스토리텔링 대가 유준상 원장 의도대로 '선진국 따라잡기 효과' 벌써↑

임혜현·이우열 기자 기자  2015.07.21 16: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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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커 잡는 해커, 해킹을 막는 해커인 화이트 해커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약칭 BoB)'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하 KITRI)의 자랑을 넘어서서 IT한국의 국익을 수호하는 간성으로 BoB는 높은 평가를 얻는 가운데 드디어 올 여름으로 4번째 교육생을 받고 발대식을 치렀다.

이미 BoB을 거친 차세대 정보보호 전문가가 국가 주요기반 시설 원격감지제어(SCADA)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개가를 거뒀고,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 화이트 해커 경진 대회인 '데프콘'에 높은 본선 진출 성과를 기록하는 등 저력을 과시하는 것. 

이 같은 BoB의 태동과 급부상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전략의 대가 유준상 KITRI 원장의 통찰이 숨었다.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인 그는 16년간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국회경제과학위원장을 지내면서 국가과학R&D 예산 증액에 공헌하는 등 과학과 기술 투자에 기여한 바 있다.

20일 열린 BoB 제4기 발대식에서도 유 원장은 추진경과보고 기회를 활용해 "정보보호산업은 지식집약형 미래 경제산업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시급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이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에도 5개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사업의 예산이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치 않고 타부처 예산으로 통합되는 등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어서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안정적인 예산 편성을 부탁했다.

이미 예산 배정에 대해 경험과 애정을 발휘한 바 있는 선배 정치인이 이 같은 요점을 짚은 부탁 발언을 하는 점에 정치권이 무시하기 어려울 것임은 불문가지.

이 같은 통찰로 예산과 관심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유 원장의 KITRI 부활과 퀀텀점프 묘수가 바로 BoB 프로그램 마련이다.

이전에는 KITRI가 이렇다 할 특색이 없는 무색무취한 연구기관이자 IT전문교육기관으로 취급받은 게 사실이었다. 일종의 IT학원 비슷한 저평가를 받는 경우도 없지 않았는데, 이런 KITRI에 보유한 역량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전기를 마련해준 것이 바로 BoB였던 것.

화이트 해커 육성이 없는 IT한국이란 종이 호랑이에 불과할 것이라는 인식 하에 BoB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책임 일선에 KITRI가 서도록 함으로써 기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는 유 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만년 순경 제도'를 사실상 없앤 근속승진제를 확립하는 데 일조한 경험과도 무관치 않다. 순경으로 정년을 맞이하는 게 다반사이던 경찰 조직에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방편이 바로 이 제도 도입의 성공에 따른 것이라는 평가다. 

승진 기회를 넓히고 일만 열심히 하는 것으로도 개인, 조직 모두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 폭발적 성과를 얻은 경험을 살린 것이다. 

동기부여와 함께 일감을 추가로 주면서 이로써 기존에 하던 대부분의 일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흘러가야 할지 마치 스토리텔링 같은 유기성 부여를 한 것이다. 조용하던 교육기관이 사이버전쟁의 병참기지처럼 긴장감 있게 돌아가게 변화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교육생 입장에서 보더라도 심화 편성된 전공을 경험함으로써 단순히 보안이 요새 핫이슈라니, 배우면 뭔가 되지 않겠냐는 선의 안이한 태도를 지양하게 BoB 시스템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사명감 있는 인재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인생 스토리텔링을 하게 유도하는 체제다.  

이번에 선발된 BoB 4기 교육생은 기존의 △취약점 분석 △보안 컨설팅 △디지털 포렌식 트랙 외에 민군연계과정인 △정보보호특기병 트랙이 추가됐으며, 이전 기수들과는 달리 지원 시 자신의 트랙을 미리 선택 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과정에 새로 신설된 정보보호특기병 과정은 민군연계과정으로 정보보호 특기병으로 군복무를 희망하는 자들이 주대상이다. 

보안 분야 각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멘토단을 구성해 철저한 '멘토-멘티' 도제식 교육을 채택한 것은 이처럼 교육생들이 자칫 막연하고 끝없이 지루한 자기와의 싸움에 지치지 않도록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게 가능하도록 한다. 

서버이벌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지막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보안영재로 최종 선발될 수 있는 영광을 주는 것도 시사점이다. KITRI에 국내 최고 수준의 사이버 워룸 등 최신 시설이 설치돼 최신의 보안 기술을 습득할 수도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언론이 이런 BOB 과정을 소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 등 일각에서 커리큘럼이나 교수법을 전수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앞으로 화이트 해커 양성 과정을 해외에 수출하거나 국내에 해외 보안인재 위탁교육 과정을 두는 방안을 적극 활성화해 창조경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화이트 해킹 기술을 해외에 적극 소개할 수 있는 문도 BoB에 의해 멀지 않아 활짝 열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