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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인의 현장스케치] 홈스토리생활 "가사도우미 아닌 가사관리자"

인력풀 3000명…주부9단이라면 더 잘할 수 있는 일 '강력 추천'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7.20 16: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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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번 현장스케치는 세 번째 스토리인 카드배송CM에 이어 '가사관리자' 체험기로 꾸민다.

최근 정부는 가사종사자(가사도우미)와 관련 '가사서비스 이용 및 가사종사자 고용촉진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올 하반기에 입법화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15일 서울시 성수동에 있는 홈스토리생활(대표 한정훈)을 찾았다. 오전 9시30분 정각, 정대인 부장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가사관리자 교육부터 현장 체험과 리무진 이벤트까지 파란만장한 일정이 기다린다.

생활서비스 전문기업인 홈스토리생활은 가사도우미 개념보다 한발 앞선 전문 가사관리자를 양성하고 고객 니즈에 맞춰 소개해준다. 현재 가사관리자 인력풀 3000명, 정기관리가정이 8000여 가구에 달하며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홈매니저'라고 칭한다.

아울러 '대리주부' 앱을 출시,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더 쉽고 간편한 서비스로 다가가고 있다. 홈스토리생활은 이처럼 가사서비스를 위시해 △포장이사 △이사청소 △방문산후서비스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준비단계 '기본자격 갖추기' 그대 실력은…

방 안에 갇혔다. 꼼짝없이 홈매니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교육부터 시험까지 치를 예정. 본 기자는 '30점이라도 맞으면 다행'이라고 되뇌며 어여쁜 신희진 박사와의 1:1 강의에 몰입했다.

홈스토리생활은 경력단계별서비스제도를 도입해 △홈매니저 △스타매니저 △마스터매니저 세 등급으로 나뉜다. 홈매니저에서 더 높은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고객 평가가 좋아야 함은 물론, 이틀간 3시간씩 총 6시간의 교육과정과 시험을 거쳐야만 한다. 

기자는 이를 시간관계상 1시간 만에 교육을 수료하기 위해 족집게 과외를 받았다. "베이킹소다, 식초물이 어떻고" "전용세제와 락스는…." "샐룰로우즈 스펀지는 뭔가요?" 복습할 시간도 없이 촉박하게 시험지가 배부됐다. 사지선다형 총 70문제 중 가사와 관련된 50문제만 풀었다.

시험은 도덕 문제 풀 듯 '내가 답'이라고 강하게 외치는 문제부터 복잡하고 알쏭달쏭한 문제까지 다양한 난이도로 골고루 섞여 있었다. 기자는 채점된 시험지를 받고 스스로 대만족했다. 빗줄기보다는 동그라미가 더 많았다.

교육은 즐거운 점심시간 후에도 계속됐다. 김민영 박사의 '홈스토리생활 홈매니저 신규 교육'을 예비매니저들과 함께 받았다. 이는 홈스토리생활에서 도입한 가사서비스 민간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과정이며 1·2차로 나뉜다.

합격률은 90%로 점수 등락에 초점 둔 것이 아니라 가사서비스업과 직업의식, 전문적인 스킬을 습득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한다. 교육은 김 박사의 질문에 답하고 호응하며 순조롭게 흘러갔다. 이미 주부경력 내공이 만만찮은 40~50대 예비매니저들이기 때문.

특히 고객집에서는 시간적 제한 안에 얼마나 효율성 있게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하루 4시간 기본 서비스의 경우 청소 순서는 크게 △환기 △세탁 △주방정리 △욕실 청소 △방·거실 정리 △바닥 먼지청소 △쓰레기 배출 8가지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서비스의 가격은 평수와 매니저 등급에 따라 결정되며 132㎡(40평) 이하의 경우 4만원에서 4만7000원 선이다. 홈매니저들은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으며 월평균 170만~200만원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고객과 관계, 신뢰가 우선 홈매니저로 노후 대책 '끝'

이날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보조해주는 현정선 박사와 택시를 타고 서울 송파구 가락동 고객집으로 향하다 신천동 파크리오아파트로 급히 노선을 변경했다. 변수에도 꿋꿋하게 진행, 오후 4시경 따듯한 미소로 맞아주는 유성순(54세) 마스터매니저를 만났다.

148㎡(45평) 정도로 보이는 쾌적한 아파트 내부는 이미 정리정돈이 대다수 진척된 모습이다. 유 마스터매니저는 해당 고객과 끈끈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연을 맺은 지 벌써 5년여가 됐으며 고객은 하루 8시간 관리하는 종일제서비스를 주 2회 받고 있었다.

유 마스터매니저에게 양해를 구하고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선반 위 정리부터 마른 걸레질, 청소기를 돌리는 등 오랫동안 관리해온 고객집이기 때문인지 능숙하고도 꼼꼼한 일 처리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일이 힘들기보다는 항상 행복해요. 제가 조금만 애쓰면 이렇게 빛이 나잖아요. 정말 보람되고 신성한 일 아닌가요? 초반에 1년은 적응기간인지 몸이 힘들고 그랬는데 지금은 모두 극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일한답니다."

부지런히 손을 놀리면서도 차분하게 응답하는 선한 미소가 인상 깊다. 실제 홈스토리생활에서 장기간 근무한 매니저 대다수는 유 마스터매니저처럼 긍정에너지를 뿜어낸다고. 그는 홈스토리생활과 어린이집을 다니며 이른바 '투잡'을 뛰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게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노후 대비는 진작 끝났다는 유 마스터매니저는 이렇게 열심히 번 돈으로 집안 사정이 어려운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소정의 장학금도 지원하며 현재 집도 마련한 상황이다.

혹여나 악질적인 고객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한다거나 사소한 것에 클레임을 거는 고객도 종종 있다고 들었지만, 과일을 대접해 준다거나 계속 챙겨주는 고객을 많이 만났다"며 "까다로운 고객을 대할 때는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구직 중인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홈매니저를 권하고 있다"며 "주부9단이라면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에서 추진하는 가사도우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법이 실현되면 매니저들이 더 소속감 갖고 기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 4대보험을 내고 이는 사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제언이었다.

어느덧 때가 됐다. 기자는 고무장갑을 끼고 가스레인지 앞에 나섰다. 먼저 가스레인지 삼발이를 걷어내 면적이 넓은 부분은 행주, 꼼꼼하게 닦아야 할 부분은 칫솔에다 전용세제와 물을 묻힌 다음 힘을 줘 박박 문질렀다.

기름기 낀 가스레인지도 이와 동일하게 닦아주자 원체 깨끗한 편이었지만, 기분 탓인지 더욱 환해진 모습에 뿌듯하다. 유 마스터 매니저는 "10점 만점에 9점"이라며 역시나 후한(과분한) 점수를 준다. 기자는 가스레인지를 붙잡고 10여분의 사투를 벌였으나 평소 유 마스터매니저는 단 5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프로와 일반인의 벽은 높았다.

유 마스터매니저는 청소를 마무리 지은 다음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섰다. 분리수거를 마치자 홈스토리생활의 이봉재 이사와 정대인 부장이 차를 몰고 나타났다.

올해부터 진행 중인 '리무진 서비스'다. 매월 홈매니저를 선정해 업무를 마친 이들의 다음 목적지까지 직접 바래다주는 것. 실제 차량이 리무진은 아니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리무진보다 더 멋진 차량이 된다고.

이봉재 이사는 "리무진 서비스는 연례행사로 진행했다가 이를 행하는 직원도 홈매니저도 힐링하는 모습을 보고 매월 진행하게 됐다"며 "이 외에도 '홈매니저의 날' 등 이들의 심적·물질적 복지 증진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도착한 유 마스터매니저의 행선지는 어린이집이었다. 아이들을 돌본 후 10시30분이 되면 비로소 그의 일과가 끝난다. 언뜻 고되 보이는 스케줄이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그의 뒷모습이 환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