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열 기자 기자 2015.07.20 13:34:07
[프라임경제] "지금은 고인이 된 남편이자 삼포실버드림 회장께서 장례문화와 풍수지리 관련 책을 5권 정도 쓰셨는데요, 집필과정을 곁에서 지켜봤죠. 그러면서 묘를 이장할 때 수의가 썩지 않은 상태로 발견되곤 한다는 답답한 사실을 접하게 됐어요. 장례문화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습니다."
김보옥 삼포실버드림 대표는 남편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이후 장례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는 성공한 경영인이자, 장례문화 전도사다.
김 대표에 따르면, 장례를 치르는 상황에선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정신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고, 장례용품이나 시스템이 지금처럼 선진화 되지 못했기 때문에 장례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경우가 번번했다. 특히 장례를 치른 지 10~20년이 지난 후 이장 등의 일로 파묘를 할 때, 묘에서 발견되는 상태가 좋지 않은 장례용품 때문에 난감하고 속상한 일도 종종 벌어졌다.
김 대표는 1991년 설립된 삼포유통을 지금의 삼포실버드림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초창기엔 수의를 직접 만드는 등 질 좋은 장례용품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처럼 장례식장이 없고 장의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안실만 있던 시절에 그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죠."
그에 따르면, 삼포는 초창기부터 정찰 가격제를 시도했고 농협중앙회가 장례사업을 시작했을 때 모든 기획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농협에 장례용품을 공식 납품했고, 이후 새로 생긴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입점하면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안실에서 장례식장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삼포는 이미 장례문화에 대한 개념 구축과 시스템 연구 성과가 있었기 때문에 선진적인 장례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어요. 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아주대 등 대학병원 장례식장에는 거의 삼포 장례용품 매장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공헌하게 된 것에 대해 특히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선진적인 시설과 시스템이 갖춰진 장례식장이 설립될 수 있었고, 그 중심에 삼포가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는 의미가 더 남다르다고.
실제로 삼포실버드림이 성장해 온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 활동에서 '문화' 정착 쪽 성향이 더 짙어 보인다. 장례용품을 제조하고 납품하는 사업을 넘어 장례문화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설립 당시부터 장례토탈서비스와 장례용품 정찰제를 구축하면서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가지고 있던 단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흐름 자체를 바꾸기도 했다.
"삼포실버드림은 단순한 장례용품을 만든다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탈피해 우리 조상 대대로 내려온 윤리적 사고를 기반으로 고인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공경의 자세로 용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다 보니 국내 대표적 장례식장과들의 꾸준한 인연으로 이어졌을 것이고, 특히 고객들에게도 삼포의 진정성이 전달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혼상제 테마파크 '예아리 박물관'
"죽으면 빈손으로 가는데 삶의 목적이 무엇일까, 종종 생각하죠. 창업자인 회장과 이런 고민을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후손들이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예를 아름답게 하는 울타리'라는 의미를 가진 '예아리'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예아리 박물관에는 여러 관혼상제와 관련한 전시장과 체험장이 있다. 이 중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장례 문화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전시장은 예아리 박물관만의 독창적인 매력이다.
우리나라 상고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상례문화를 시대와 주제별로 나눠 전시하는 공간에는 15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특히 철저한 고증을 통해 조선 정조(22대) 왕의 국장도감의궤반차도를 미니어처로 현장감 있게 재현해 만든 장엄한 국장행렬이 있는 전시실은 압권이다.
"왕이 효도를 다 했기 때문에 당시 백성들과 미래 후손들에게도 교훈을 주는 의미가 컸습니다. 효가 근본이고 인성도 그 효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관혼상제의 중요성이 앞으로도 꾸준하게 계승돼야만 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박물관의 전시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박물관에 와서 부모에 대한 효, 그리고 형제에 대한 우애를 한 사람이라도 느끼고 간다면 그게 곧 보물이고 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이 넓은 현장에서 매일 배우고 있고, 또 언제나 행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꽃 하나를 가꾸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즐거워할까, 얼마나 편하게 쉬다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조경 하나하나까지도 고민을 한다고 털어놓았다.
◆'관혼상제' 토탈 시스템
"남편이 돌아가신지 9년 2개월이 됐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당시엔 너무 막막했습니다. 특히 직원이 70명 정도였는데, 어떻게 이들을 이끄는 선장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너무 두렵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지금 이렇게 버텨올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한 생각뿐입니다."
김 대표는 '감사하다'는 말로 대신했지만, 삼포실버드림이 30년 넘게 꾸준히 성장해 온 데는 그의 각별한 공로가 큰 축이었다. 특히 창업주인 회장 없이 지내온 최근 10년의 시간은 김 대표에겐 위기이자, 도전의 시간이었지만 그는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가운데 얻어진 양심적인 실천으로 삼포실버드림의 재도약을 이끌어가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은 항상 연구하고 발전해야 하는 것이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어려운 순간이었지만, 이후에도 삼포실버드림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등 세계의 장례문화를 연구하고 장점은 벤치마킹해 미래의 장례문화 선도를 위해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장례에 대한 젊은이들의 인식 변화를 주목했다. 장례 절차와 용품이 간소화 될 가능성이 크고, 더불어 장례 시스템도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30년 넘게 이 업계에 있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큰 흐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장례용품과 시스템은 보다 더 선진적으로 진화해야 나갈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장례문화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될 것이고, 그래서 삼포실버드림이 표방하는 것 역시 '관혼상제 토탈 시스템 구축' 입니다. '관혼상제는 삶의 축제'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형성되면 장례에 대한 건전하고 실용적인 새 장례 문화가 형성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죽음을 무겁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축제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치 결혼을 준비하듯 장례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만 가족의 죽음이 임박했을 때 조금이라도 덜 당황할 수 있고, 슬픔도 최소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