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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광복절 특사와 밀당의 고수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7.16 08: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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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특별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대상과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 사면 추진배경으로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꼽으면서 몇몇 재벌총수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죠.

앞서 박 대통령은 특사에 대한 남다른 신념을 드러냈는데요. "대기업 지배주주·경영자의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한다"고 했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사 로비 의혹이 불거진 뒤에는 사면권의 요건·절차를 강화하는 제도 개선까지 지시했습니다.

또 작년 설 명절 특사 전에는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하고 순수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해서만 특사를 하겠다"라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는데요.

이번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서는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이라는 명분만 내세웠을 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한 달이나 남은 사면에 앞서 미리 명분을 세움으로써 마치 재벌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이뤄질 것처럼 냄새를 피우는 셈이죠. 

그 까닭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어 거부권 정국이 돌아가던 일련의 과정에서 찾아볼까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정치권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동시에 '유승민 거취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새누리당 내부에선 계파 갈등이 재연됐죠.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 의사를 드러내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고, "배신 정치, 국민 심판"을 언급하며 여당 원내사령탑을 콕 찍어내기까지, 자로 잰 듯한 행보를 보인 박 대통령을 겨냥해 '프레지던트 오블리제'라고 꼬집었고요.

박 대통령의 거부 의사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 투표에 새누리당이 불참한 것에 대해서는 여당이 '박정회'가 됐다고 비꼬기도 했죠. 박정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을 자신이 직접 임명했던 '유신정우회(維新政友會·약칭 유정회)'를 박 대통령도 따라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박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말 한마디로 인해 정치권이 소용돌이치고, 반작용이 일어나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빗발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죠.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반작용을 예견이라도 한 듯 열흘이 넘도록 국회법 개정안이나 여당 원내대표 거취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민생현장을 둘러보는 등 일정만 소화했는데요.

그러는 사이 청와대와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압박은 거세졌고, 결국 여당 원내대표는 취임 다섯 달, 박 대통령이 말 한마디를 내뱉은 지 13일 만에 중도하차하게 됐죠. 또 그러는 사이 메르스 정국은 온데간데없이 꼬리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여당이 새 원내지도부를 구성하자마자 '광복절 특사 카드'를 내밀었는데요. 새누리당 지도부는 16일 예정된 박 대통령 예방에서 생계형 서민은 물론 일부 경제인 사면을 포함한 '통 큰 사면'을 건의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사면 대상과 규모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지고 있고요. 또 그러면서 유승민 거취 문제로 얼룩졌던 거부권 정국 자취도 묘연해지려나 봅니다.

도대체 재벌총수 몇 명을 사면해야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가의 문제는 내버려두더라도, 이쯤되면 박 대통령은 '국면 전환의 달인'이자 '밀당의 고수'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