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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 방어 vs 재벌옹호 논리 '경영권 방어 갑론을박'

엘리엇 행보, 기업 방어책 마련 돕나? 한국형 포이즌필 논의 재점화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7.14 18: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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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행보가 연일 눈길을 끌고 있다.

일단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할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도 엘리엇은 일단 합병 비율 재산정 기대감이 높아지는 틈을 타 차익을 극대화한 뒤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풀이가 재계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

이런 가운데 엘리엇이 계속 삼성그룹을 상대로 공세를 펼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며 엘리엇이 가진 힘의 배경이 관심을 모은다. 이는 삼성물산 지분 때문.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경영권은 곧 삼성전자의 지배로 연결된다는 게 재계의 풀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의 복잡한 지배구조가 사달을 낸 것이라는 냉소적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안을 놓고 재계에서는 '경영권 방어'에 유독 인색하다며 제도적 손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는 중이다.

우선 미국에서 크게 활용되고 있으며 일본도 도입한 바 있는 '포이즌 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가 이번 엘리엇 사태를 계기로 포이즌 필 추진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선 이유에서다. 법무부는 이미 한국형 포이즌 필 추진에 나선 바 있으나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무산된 바 있다.

포이즌 필은 회사에 적대적 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의 주식 수를 압도적으로 늘림으로써 외부인이 경영권을 빼앗을 만큼 충분한 주식을 사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적대적인 M&A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황금주는 합병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일부 주식에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주주들이 상법 기본 정신에 충실하게 각자의 지분에 따라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영미식 문화와 달리, 이 같은 제도가 막바로 수입될 경우 재벌적 병폐를 키우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실제 포이즌 필 같은 장치가 유행하는 미국에서는 기업 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M&A 같은 불순한 공세는 차단되지만, 원론적으로 주주들이 경영진을 바꿀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열려 있다.

즉 일부 주주가 경영진 교체를 강력히 원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서 주주권 위임장을 받아 주주총회를 열어 기존 이사회를 교체하고, 이 새 이사회로 하여금 포이즌 필을 제거하도록 하면 적대적 M&A는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 패턴은 사실상 우리 경제 풍토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하는 만큼 포이즌 필 등 강력한 친기업적 장치를 도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일례를 들면 폐지가 3년 유예된 셰도우보팅 같은 경우도 원래는 상장법인의 원활한 주주총회 진행을 위해 회사 측이 요청하면 예탁결제원이 의결 결과에 영향이 없도록 중립적으로 예탁된 주권의 의결권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고 기업에만 유리하게 활용된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따라 포이즌 필 등 도입 논의도 신중히 진행해야 하겠으나 오히려 지금은 소액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다양한 주총 제도를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넥슨 측이 엔씨소프트 측에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며 관심을 받은 전자투표제는 2010년 도입됐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만큼 소액주주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의 묘수를 찾는 가운데 서로 윈윈하는 제도 손질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