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동성 상사의 성희롱 500만원 배상판결

"어젯밤 남자랑 모했어?"…모욕감 유발·인격권 침해 인정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7.14 09:59:3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신입 여성 직원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한 여성 직장 상사에게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직장 내 동성 간 성희롱에 대한 손해배상이 인정된 이례적인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단독 신영희 판사는 14일 미혼 여성 A씨가 모욕적인 발언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직장 상사였던 B(여)씨와 직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해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해 직장 출근 첫날 B씨에게서 잔머리가 많아 아기를 낳은 여자와 똑같다는 말과 함께 머리와 옷을 단정하게 하고 다니라는 훈계를 들었다.

또 다음날 B씨는 A씨의 목덜미에 있는 아토피 자국을 보면서 어젯밤에 남자와 무엇을 했느냐며 목에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A씨는 이튿날 정식 근로계약서를 쓰려고 다른 상사와 만난 자리에서 연봉 협상을 시도하면서 B씨의 언행을 알렸다.

그러나 연구소 측은 얼마 이상은 지급할 수 없다고 못박았고, B씨는 다른 구직자에게 면접을 보라는 연락을 했다. A씨는 바로 연구소를 그만두고 넉 달쯤 지나 인사팀에 B씨의 언행이 부당함을 알렸다.

연구소 측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다.

이후 B씨는 A씨를 직접 만나 사과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B씨는 법원에서 모욕죄로 벌금 7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A씨는 B씨와 연구소를 상대로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도 냈다. 법원은 B씨와 연구소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원고로 하여금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함과 동시에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인격권을 침해했으며, 원고가 B씨의 언동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므로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