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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현대자동차그룹 ③후계…MK 지배력 여전히 건재

정의선 부회장 경영능력 긍정 평가에도 "경영권 승계 시기, 두고 봐야"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7.10 13: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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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현대자동차그룹 3탄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최근 재계의 화두는 사업구조와 지배구조 재편에 있다. 중첩된 지분구조를 간소화시켜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거나 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게 사업·지배구조 재편의 주요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다르지 않다. 올해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지배구조 재편에 나선 것.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직 개편 시나리오로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들이거나 두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달 2일 현대차그룹 계열의 광고기획사인 이노션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정의선 부회장 모비스 지분 확보 정도, 후계구도 관건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를 살펴보기 전 선행돼야 할 부분이 바로 지배구조 분석이다.

앞서 '[기업해부] 현대자동차그룹 ②지분구조'에서 살펴봤듯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형태를 띠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것.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승계에 최대 관건이라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1%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전자공시(2015년 3월31일 기준)에 공개된 현대모비스의 지분율은 기아자동차 16.88%, 정몽구 회장이 6.96%, 현대제철이 5.66%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투자업계에서는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현대이노션 상장 후 지분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그룹 지배권을 정 부회장에게 승계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회장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한다면 지분을 증여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하락할 경우 오너가 일가가 경영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너가의 지분율을 최대한 확대시킬 수 있는 지주사 전환 후 본격적인 지분 승계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가능한 가운데 그룹 전반적으로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35세의 나이에 기아자동차 대표이사로 선임된 정 부회장은 2009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했고, 이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부회장을 현재까지 맡으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제품 디자인과 품질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 과정에서 편법 또는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 사건으로 연루된 적이 없다는 사실도 대내외적인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몽구 회장, 해외출장 직접 챙기는 등 왕성한 활동량  

다만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회장의 지배력이 여전히 건재하고, 현역에서 계속 뛸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체적인 모습이나 과정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지배력은 그룹 지배구조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계열사 가운데 기아자동차를 제외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지분을 각각 5.17%, 6.96%, 11.84%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유일하게 보유하지 않은 기아자동차의 경우 정 부회장이 1.74% 지분을 소유했다. 하지만 기아자동차의 경우 최대주주가 현대자동차고, 현대자동차의 최대주주인 정 회장은 기아자동차의 지분을 따로 소유할 필요가 없다.

현대차그룹 관계자 역시 "해외 출장도 직접 챙기는 등 정몽구 회장이 건재하기 때문에 정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가시적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 회장은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고, 정 부회장은 사람경영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현장에 투자하는 시간을 늘렸다. 지난해 3월 러시아와 유럽 공장을 방문한 뒤 2주 만에 다시 중국 상용차 공장을 방문했고, 8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현대차와 기아차 생산시설을 점검했다.

올 3월에도 미국 로스앤젤레스 현지 판매·생산법인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을 다녀오는 등 현대·기아차의 대다수 해외 생산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진두지휘 한 것.

반면 정 부회장은 국내외 고위 인사들과의 만남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 재계 3세로서는 이례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참석했고, 간담회 직후 현대차 울산 공장을 방문, 보후슬라프 소보트카 체코 총리를 직접 안내했다.

또 지난 4월 초에는 중국 허베이성 '제4공장' 착공식에 참석한 뒤 저우번순 허베이성 당서기 등과 만나 공장 운영 방안과 한중간 기업 협력을 논의하는 등 국내외 주요 인사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정 부회장에 대한 대내외적인 평가가 긍정적이고, 정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정 부회장임이 자명한 상황에서 오너가의 이 같은 분업은 정 회장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공식화하는 상징적 의미로 해석 가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