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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옥수수로 양말 짜고 기부하는 영웅들, 더뉴히어로즈

"도시빈민과 인격 관계 꾸리기" 특별한 양말 캠페인 'STAND UP' 눈길

이우열 기자 기자  2015.07.08 17: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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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요즘 크라우드 펀딩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다수의 개인들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하는데,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SNS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소셜 펀딩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펀딩 사이트 와디즈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예상 모금액을 뛰어넘은 성과를 기록한 업체가 있어 화제다. 

옥수수로 실을 뽑아 양말을 짠다는 이 업체의 '벤처스러운' 특성만 해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기 충분하다. 그런데 심지어 이 업체는 이 계획을 통해 모인 자금을 노숙인들에게 양말을 기부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공언해 다양한 각도에서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 같이 옥수수 양말이라는 아이템으로 일약 눈길을 끈 회사인 더뉴히어로즈는 그러나 알고 보면 5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생존력 있는 회사다.

2011년 11월 설립된 이래 가장 히트한 상품을 꼽는다면 단연 '콘삭스'를 들 수 있다. 더뉴히어로즈라는 회사 이름 대신 콘삭스로 기억해 주는 이들도 있을 정도.

그럴 정도로 이 상품은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인상을 남긴 특이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이는 국내에서 생소한 '옥수수 섬유' 제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콘삭스는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으로 생산된 소재인 옷수수 섬유를 사용, 환경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등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는 매력을 갖고 있다.

◆친환경적이고 멋있는 양말과 수건

공업용 옥수수를 칩으로 만들고 여기서 다시 섬유(PLA)를 뽑아내 원료로 삼는다. 여기서 뽑아낸 섬유를 꼬아서 실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

옥수수 속의 젖산 성분을 원료로 하므로 피부에 적합하고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다. 이 천연섬유 즉 PLA는 소취성(탈취 효과), 항균력을 갖췄다. 

즉, 일반 섬유 내 세균양이 최악의 경우 3500만마리까지 되는 조건에서 옥수수 섬유는 약 20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아울러 석유를 사용하는 합성 섬유와 달리, 옥수수 섬유의 경우 땅 속에 묻으면 1년 이내에 생분해되어 토양오염을 줄이며,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 또한 합성 섬유보다 30%나 적다. 피부트러블 진정 및 아토피 예방 효과는 덤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현재 유아용부터 성인용까지 다양한 종류의 양말을 제작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홍콩디자인센터 주관의 아시아 디자인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심미적 측면에서도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암웨이와 협업하여 천연 옥수수 섬유와 유기농 순면으로 만든 타월도 선보였다. 이렇듯 지속적인 국내외 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소재 활용성을 연구하고 있다.

◆윤리적 작업장…편안한 기업 추구

모두 5명의 임직원이 모여 단촐하게 운영되는 이 회사는 원료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생산은 외주 작업을 맡긴다. 외부 발주처에서 어떻게 노동조건을 운영하는지는 보통 기업들이 눈을 감고 외면하기 쉽다.

우리나라 등 여러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후진국에서 인권 침해적인 노동 조건으로 운영되는 곳에 일을 맡기거나 그런 곳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사 물의를 빚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뉴히어로즈는 이런 불편한 진실에 대해서 최대한 방지하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공장에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을 위탁받는 공장에도 신경 써 기존의 다른 작업장들 보다 우수한 노동 조건을 보장하도록 협력하고 있다. 그래서 생산 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좋은 협력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윤리적인 작업장을 꾸리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차차 빛을 발휘해서일까. 롯데마트와 디자인 전문 쇼핑몰 텐바이텐 등 나름대로 여러 판매처에 제품을 선보이는 등 꾸준히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겨 왔다. 

◆믿을 수 있는, 투명한 기부 노력

이번에 'STAND UP' 양말 캠페인을 진행하는 더뉴히어로즈의 각오는 남다르다. 도시빈민과 인격적 관계를 형성하고 심리적·사회적 자활을 지원하는 '바하밥집'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우선 의미가 있고,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일명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기획돼 깊은 의의를 갖는다고 생각해서다. 바하밥집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에서 나온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펀딩의 참여해주신 분들의 후원금으로 양말 총 5000켤레가 제작됐다. 
 
STAND UP 양말은 1 for 1 모델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가 양말 한켤레를 구매하면 다른 양말 한켤레가 노숙인에게 기부된다. 
 
노숙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 예정에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즉 기부 과정은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알림으로써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도 소규모 단체를 통하거나 매주 각종 기관들에 직접 방문하여 노숙인들에게 일일이 나눠줄 예정이라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한편 아프리카 최빈국인 부르키나파소에 기부를 통해 옥수수 농장의 꿈을 심는다는 점도 더뉴히어로즈의 활동 중 손꼽을 만한 대목이다. 가난한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옥수수를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수익금 중 일정액을 떼어 국제옥수수재단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더뉴히어로즈는 앞으로도 품질 개선, 양말 이외의 다른 품목 활용 등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섬유 중에서도 제법 비싼 오가닉 코튼(유기농 면)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간 높은 옥수수 섬유로 제품을 만들면서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틈틈이 기부도 할 수 있는 탄탄한 회사로 계속 성장해 나가기 위해 이들은 해외 업체와의 아이디어 교류 등 '자기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