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배 기자 기자 2015.07.08 17:35:25
[프라임경제] 국악과 아프리카음악의 만남을 상상해 본적 있는가. 공연은 암전 속에서 풀벌레 소리, 가축 울음소리, 다듬이질 소리가 점차 음악이 되어가며 시작됐다. 한국의 소리, 해금, 사물놀이, 난타와 아프리카의 전통민요, 젠베 연주, 상모돌리기, 사자탈춤, 아프리카 댄스, 현대무용 등 다채로운 퍼포먼스와 함께 신명나는 무대가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이어진다. 이색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두 나라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사회적기업 '예술과 마음'이 만들어냈다.
비영리민간단체 '예술과 마음'은 "예술은 마음을 담아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설립된 단체로 문화예술, 공연기획, 교육 등 문화예술에 관한 대한민국 NO.1 기업으로 성장을 꿈꾸고 있다.
2012년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에 이어 3년 후 '예비'라는 단어를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예술과 마음'을 서울시 사회적기업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공연·교육·사회공헌 3박자 고루 갖춘 기업
예술과 마음을 초창기 FROM KOREA라는 국악그룹으로 출발, 현재는 음악과 무용 그리고 장르를 넘나드는 퍼포먼스 그룹으로서의 위상을 세워가고 있다.
2010상하이EXPO 공식공연단으로 6개월간 엑스포 한국관 공연이라는 국제적 위상을 확립했고, 2010년 부천무형문화엑스포에서는 한국의 굿과 아프리카 굿의 만남을 통한 참신한 시도로 창작공연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아르떼문화예술평생교육원에서 만난 예술과 마음 이상호 대표(47)는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장르의 담을 넘는 것"이라며 "이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젊은 예술인들이 마음을 모아 '예술과 마음'이라는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예술과 마음은 문화예술기업으로의 사업확장을 통한 젊은 예술인 발굴 및 지원과 연습실 공간개방을 통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공연사업과 교육사업, 나아가 사회공헌사업을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먼저 공연사업부문에서는 FROM KOREA 예술단의 새로운 브랜드 공연콘텐츠를 개발하고, FROM KOREA 예술단과 아프리카타악그룹 쿰바야 기획, 운영 등을 통해 대표적인 수익창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사업을 위해서는 예술과 마음 부설 '아르떼 문화예술평생교육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청소년 국악단 및 청소년 동아리 육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지난해 SBS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해 2승을 거머쥔 FK주니어가 지난 10년간 함께 한 청소년 국악단"이라며 "이후 방송,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술과 마음은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문화소외지역의 사람들과 문화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용산구민과 함께하는 국악콘서트를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서울동네문화클럽'을 통한 청소년동아리 육성사업, '복지관 순회공연'을 통한 소외계층 문화나눔 등 지역문화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FROM KOREA TO AFRICA"
이어 이 대표는 "아프리카의 춤과 예술, 문화를 눈 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국악과 민속음악을 공부하고 연구하다보니 다른나라의 민속음악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아프리카음악의 우리의 국악과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프리카는 젬베를 활용한 타악이 엄청 발달했는데 국악에서도 타악이 발달된 점과 비슷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교육프로그램에서도 아프리카 타악과 우리 타악을 콘텐츠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사회적기업을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기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사회적기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특히 문화예술쪽은 사회적기업이 아니어도 전화 한통에 공연 한번 해달라는 식의 주문이 많다"며 "장르 자체가 기부와 봉사, 공연이 떠오르는 데다 사회적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합해지면서 전화 한통이면 공짜로 공연해준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이란 어떤 모습일까. 이 대표는 사회적 목적이 분명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표방하는 사회적기업은 예술하는 사람들이 예술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예술과 마음과 함께 하고 있는 아프리카 무용수들은 과거 코트디부아르 국립무용수 한국을 찾았다가 아프리카 내전으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째 난민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본래 직업은 나라를 대표하는 무용수, 예술가였음에도 한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평일에는 공장을 다니며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
사정을 알게 된 이 대표는 이들을 예술인으로 이끌어내 예술공연을 만들고 아프리카 문화를 알리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에 나섰다. 비록 지금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예술가라는 이름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예술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실제 아프리카 무용수들은 인천 영종도 소재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학교에 직접 방문해 젬베를 가르쳐주고 있으며, 올해에는 아프리카의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캠프 아프리카'도 예정돼 있다.
이 대표는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 자살을 택하거나 굶어죽는 예술인도 있다. 예술활동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없는 사회적 구조가 문제"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예술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 돕는 게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아르떼문화예술평생교육원을 생각해 냈고, 본인의 전공 분야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 지도자 과정을 통해 강사 능력을 배양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예술과 마음의 사회적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예술인활동증명서'를 소지한 예술인에게는 월 100만원의 교육 바우처가 주어지는데, 예술과 마음은 교육 바우처 사용 가능 기관이기 때문에 예술인활동증명을 받은 예술인들은 100% 무료로 교육 받을 수 있다.
한편, 예술과 마음은 2013년부터 매년 국악과 아프리카음악의 콜라보 공연 '리드미컬 투 맨'을 공연하고 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께 공연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또 오는 18일부터 19일에는 아프리카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캠프 아프리카'가 진행되고, 오는 9월에는 아프리카 젬베와 아프리카 댄스를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이 예정돼 있다.
인터뷰 말미에 이 대표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 3년 만에 '예비' 딱지를 뗐다. 앞으로 3년동안 사회적기업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역시 3년 안에 자생력을 갖고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예술과 문화를 대표하는 공연 '리드미컬 투 맨'이 1년 내내 상설 공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