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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미화 파수꾼 '환경미화원' 정작 자신들은…

"고용 실태 파악, 차별 없는 대우 보장해야"

하영인 기자 기자  2015.07.08 08: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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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른 아침, 눈에 띄는 형광 옷을 입고 분주히 쓰레기 수거차량 위로 쓰레기를 던지듯 담은 후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들. 그들은 야심한 시각부터 동이 터 오를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일명 도시환경의 파수꾼 '환경미화원'이다.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은 빈번하게 들린다. 이달 초에는 조금이라도 작업 시간을 줄여보려고 청소차 뒤에 매달려가던 60대 환경미화원 최모씨가 바닥에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고야 말았다.

이처럼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쓰레기를 차에 싣다 보니 위험한지 알면서도 청소차 뒤에 매달려가기 일쑤인 환경미화원들은 항상 위태로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고용형태에 따라 급여부터 하는 업무까지 천차만별인 환경미화원의 삶을 조명해봤다.

◆대행업체 환경미화원… 열악한 업무환경에 적은 임금

환경미화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직접고용되거나 혹은 공단 소속, 민간위탁(대행업체) 방식으로 업무를 꾸린다. 서울시 대행업체 소속인 경우 250만원 미만 수준의 월급을 받으며 쓰레기 수집과 운반에 나서지만, 일부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은 월평균 급여 415만원 정도에 정년도 보장돼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거리 청소 중인 직영 환경미화원들이 빗질해 쓰레기를 모아두면 대행업체 환경미화원들은 이를 차에 실어간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다른 종류의 일을 하며 처우도 큰 격차가 있다. 지자체별 면접체계는 다양하지만 대다수 △서류 △체력 △면접 △신체검사를 통해 합격을 판가름 짓곤 한다. 춘천시는 올해 기준 34: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임금과 근로 조건과 환경 등을 고려, 지방환경공사가 운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 재정을 절약으로 용역제도를 이용한다면 여러 면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밖에 없고 깨끗한 환경 조성이 어렵다"며 "직영은 관리가 힘들고 공무원 업무가 가중될 수 있으므로 공사형 운영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광산구, 민간위탁 청산…공단 이관 후 직접고용 전환

이런 가운데 생활쓰레기 수거·운반 업무를 민간사업주에 위탁해왔던 광주 광산구(구청장 민형배)가 민간위탁을 청산, 시설관리공단으로 이관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으로 전환됐다.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위원장 조용곤) 관계자는 "30여년 민간에 위탁하며 근로조건 차별, 임금차별, 안전장구 미지급 등 골머리를 앓았던 생활쓰레기 수집·운반 업무를 지난 1일부터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김삼호)으로 이관했다"고 설명했다.

광산구는 △30년 묵은 낡은 관행 혁신 △도시환경 관리 부문 공공성 확보 △주민과 청소노동자 복리증진 등을 위해 이관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 부당이윤 제공과 관리비 착복과 같은 세금누수 원인을 억제하는 직접적 성과는 물론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본연의 자기 책임성을 되찾아 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광산구 관계자의 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관계자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정년 연장' 등이 적용됨에 따라 노동자 집단 안에서 위화감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보탰다.

◆'강철체력 인증' 환경미화원…고마운 존재로 인식해야

환경미화원은 자격 응시부터 난이도가 상당하다. 특히 환경미화원 작업에 필수인 몸동작이 민첩해야 할뿐더러 무거운 물건을 다룰 힘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무거운 물건을 메고 지정한 시간 내에 달릴 수 있는 지를 반드시 평가한다. 이때 동작이 느리면 당연히 자격 미달이다. 그만큼 환경미화작업은 신속한 동작이 필요하기 때문.

제자리멀리뛰기 250cm 이상, 모래주머니 2분간 들고 있기, 30초간 윗몸일으키기 36회가량, 순간적으로 드는 힘은 200kg….

지난달 대구에서 진행된 체력검사장에서는 개당 20kg에 달하는 모래 포대 총 10개를 100초 안에 트럭으로 옮겨야 최종 통과가 가능했다.

이처럼 체력 검증은 당연하거니와 남이 잠든 때나 이른 새벽에 활동해야 하므로 게으른 이들은 합격했더라도 오래 버틸 수 없다. 실전에서는 미화작업 자체가 융통성이 적고 항상 빠듯한 인원으로 작업을 해야 해 미화원 중 누구라도 꾀를 부리면 당장 동료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 일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만큼 할당목표 달성이 벅차지는 것.

특히나 이처럼 힘든 일을 하는 환경미화를 3D(Dirty·Dangerous·Difficult)업종으로 인식하는 많은 이들 탓에 미화원들의 정신적인 괴리감은 더욱 늘어난다. 이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부패된 고용 실태를 파악, 차별 없는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움직임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