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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00MHz 대역 '불통'의 승리…국가망신 자초

최민지 기자 기자  2015.07.07 16: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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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700MHz 주파수 대역을 지상파에 할당키로 한 모양새가 딱 그렇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채 지상파 4개사 초고화질(UHD) 5개 채널에 700MHz 대역 30MHz 폭을 할당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적 파급 효과와 국민들의 편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주파수 정책이 국회와 지상파의 공격에 항복하고 만 것.

결국 700MHz 주파수는 불통의 승리로 남게 됐다. 정부는 지난 2013년 마련된 모바일 광개토플랜 2.0을 통해 700MHz 대역에서 40MHz 폭을 이동통신에 분배토록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상파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았다.

그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공익'이다. UHD를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청권을 위해서라는 것. 몇몇 의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지상파에게 해당 대역을 할당하라며 막무가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국 어디서나 UHD TV를 국민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재, 5700만명의 이용자들의 이동통신 편익이 UHD TV 시청의 공익적 명분에 뒤처진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비친다.

또한, 지상파는 이통사와 달리 주파수 경매를 통한 할당대가와 전파사용료조차 지불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공짜로 해당 대역을 가져가는 셈이다.  

결국, 지상파와 국회의 연합에 정부는 700MHz 주파수 정책 손질에 들어갔고 △지상파 30MHz △통신 40MHz △재난망 20MHz △보호대역 18MHz 폭을 할당하는 방안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700MHz 주파수를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위한 표준화를 주도한 우리나라가 지상파에게 이 대역을 할당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에 따르면 전 세계 115개국이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배분하고 있으며, 700MHz 내 일부 대역조차 방송용에 할당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지상파를 위한 UHD 대역. 정부는 지상파 요구를 들어주는 한편, 이통사를 위한 대역을 확보하기 위해 보호대역을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재난망 간 간섭현상이 발생하면 국민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됐다. 이번 주파수 정책이 향후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게 됐을 때 그 잘못과 책임은 누구를 향할 지에 대해 묻고 싶다. 그 전에 좀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주파수 정책을 위한 논의를 다시 재개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