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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 '지적장애인 100명 회사의 꿈'

장애인 고용자 특성 깨닫고 '화 안내는 리더' 변신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7.06 18: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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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는 공돌이였고 지금도 옷 만드는 것 밖에 모르는 공돌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각종 제출해야 하는 서류 업무가 많은데 준비하는 게 제일 어려워요. 하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을 그렇게 하면서 그런 일을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들에게 찾아주고 싶습니다."

충남 강경에서 젊음 하나만 믿고 대도시로 떠났던 홍안의 청년은 어느덧 지천명 고개를 훌쩍 넘겼다. 1977년 대구에서 의류제조업에 발을 들인 박준영 ㈜세진플러스 대표이사는 1979년 서울로 올라와 본격적으로 옷 만드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20년 전 기준으로만 해도 3개월 빠듯하게 일하면 기와집을 한 채 살 수 있었던 시절을 살아온 그는 "때로 화도 내는 카리스마 있는 사업가였다"고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렇게 바쁘게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그가 이전에 운영하던 업체를 정리하고 사회적기업을 세우고자 새 길을 걷기 시작한 이래 벌써 5년 세월이 흘렀다.

2010년 7월 설립된 ㈜세진플러스는 그해 10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이어 2013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아울러 2015년 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과 서울시 우수사회적기업 입증을 함께 받는 쾌거를 이뤘다. 

여기에 한국 의류산업협회 우수봉제경영인상도 따라오는 등 지난 몇 년간의 노력에 대해 세상의 찬사가 적잖이 쏟아지는 요즈음을 보내고 있다.

그가 사회적기업 설립에 몸소 나서게 된 것은 자신의 둘째 아이 때문. 서울과 경기도 일원의 장애인 시설을 돌아보다 보니 재활과 교육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아이가 커서 직업을 가질 때 맞춤형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직접 자신이 직무교육 등 모든 면을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쪽으로 생각이 미쳤다고 한다.

장애인들 중 상당수는 작업을 잘하기 어렵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면 자신의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박 대표는 강조한다. 다만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적잖은 시간을 살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장애인 특히 지적장애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일을 할 수 있게 정해주는 프로그램을 백지 단계에서 시행 착오 끝에 만들어 오고 있다.

박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착오를 겪은지) 한 2년 되고 보니, 정상인 같이는 못 되어도 사회환경 적응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제언했다.

현재 ㈜세진플러스 직원 18명 중 12명은 장애인이다. 이 가운데 4명이 정신장애를 겪고 있으며 그 외 인원은 일반 신체적 장애와 중복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가졌다.

"장애인들은 저를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작업을 망치거나 했다고 제가 화를 내면서 설명하면 안 됩니다. 왕년의 카리스마 있던 사장에서 불가피하게 제가 이렇게 변한 거죠. 하하."

특히나 박 대표가 장기적 목표로 삼는 것은 지적장애인들을 위한 직장을 만드는 것. 지적장애인 100명이 근무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아울러 장애인 학교의 교복지원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장애인 학생들의 경우 일반 교복사업과 달리 신체 병변에 따라 모양새가 다 다르기 때문에 치수를 재고 옷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박 대표는 그야말로 제작원가 정도의 실비만 지원된다면, 교복을 제작해 입히는 데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싶단다.

"많은 각오를 하고 시작했는데도 아직 사회적기업을 꾸리는 게 쉽지는 않네요. 한때는 많이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내려놓는다는 기분으로 '태평양에 물을 한 바가지 쏟는다'는 생각으로 계속해 보려고 합니다." 

그의 물 한 바가지가 100명짜리 규모를 자랑하는 꿈의 장애인 기업, 장애인 학생들 교복을 무상지원하는 사회가 오도록 우리를 적실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