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이변이 속출하고 새로운 강자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요즘 격투계의 흐름인 것 같다.
최근 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몇몇 강자들을 보면 카메룬 출신의 아프리카 전사 소쿠쥬, K-1 헤비급 왕자에 등극한 바다하리, 하이킥의 달인 크로캅을 하이킥으로 무너뜨린 곤자가 등과 요즘 국내 격투 팬의 주적이 돼버린 마이티 모 등을 꼽고 싶다.
최근까지 격투기가 스탠딩과 그라운드로 완전 양분화돼 있었고, 또 강자와 약자로 극명하게 구분되던 선수 층이 무서운 강자들의 단체 등장으로 춘추 전국 시대를 방불케 한다.
팬 입장으로선 더욱더 익싸이팅하게 재미있어진 경기가 반갑지만 선수들은 이제 더욱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고, 격투계를 꿈인 양 생각하고 기본도 안되면서 자신의 아마추어 시절 이름 값만 믿고 뛰어드는 국내 선수들에겐 그 틈이 더더욱 좁아져 버린 셈이다.
‘아프리카의 신성(新星)’ 라모아 티에리 소쿠쥬라. 이 선수는 이제 프라이드 2전2승의 초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선수의 두 번의 경기상대가 첫 번째는 호제리오 노게이라였고 두번 째는 그의 복수를 위해 나선 같은 소속의 아로나였다.
둘 다 격투계의 강자로 꼽히는 선수였기에 소쿠쥬가 첫 경기에서 이때까지 한 번도 K.O로 패한 적 없는 노게이라를 잡았을때 운이 따른 ‘럭키 펀치’라고 많은 이들이 그의 승리를 폄하했었다.
그리고 그의 복수를 위해 내보낸 아로나의 건방지기 까지 했던 큰소리 등 그를 향했던 모든 실력적인 의문은 아로나와의 대전에서 다 풀려버렸다. 그는 운이 아니라 실제로 동물적인 감각의 천부적인 파이터였다는 것이 판명됐다.
후지모토 유스케를 일방적으로 리드하며 초대 K-1챔피언에 오른 ‘격투계의 악동’ 바다하리도 무시할수 없는 또 한 명의 강자다.
루슬란 카라에프와의 경기에서 만화와 같은 승리를 거둔 그의 승부 근성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고, 앞으로 K-1 선수 누구도 그와의 대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돼버렸다.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한국 격투 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크로캅을 실신 K.O시켜 유명해진 UFC의 곤자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필자는 이 경기를 생중계로 보지 못해 후에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이름도 듣지 못한 선수에게 타이틀전을 눈앞에 둔 크로캅이 그것도 자신의 주특기인 하이킥에 무너졌다는 소식이 믿기지 않았다.
크로캅이 가끔 허용하는 럭키 히트에 또 당한 것이려니 생각했다가 후에 이 경기를 녹화 테이프로 보고 필자가 크게 생각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곤자가라는 이름도 생소한 선수는 격투 최강 크로캅을 한방에 보낸 게 아니라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었다.
프라이드에서 캐빈 렌들맨 선수에게 카운터 펀치 한 방에 깜짝 정신을 놓아버린 크로캅이 아니었다. 시종일관 곤자가의 페이스 대로 서서히 침몰해갔던 것이다.
심판의 억지스러운 스텐딩 싸인으로 겨우 기사회생하나 했던 크로캅은 충격적이게도 타격기 보다는 그라운드 기술이 주특기인 선수에게 자신의 전매특허 하이킥으로 옥타곤 바닥에 누워버렸다.
자신의 칼 같은 하이킥에 희생된 수많은 선수들처럼 거의 같은 발차기에 패배했다는 것이 충격이었고, 크로캅의 앞날도 희미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요즘 한국격투의 공공의 적이 돼버린 하와이 출신의 단신(?) 마이티 모 선수도 있다.
한국 격투계의 선두주자 최홍만 선수를 첫 K.o패로 몰아넣었고, 이어 김민수, 김경석까지 화끈하게 K.o 시켜 버린 접근전의 대가이며, 한방의 명수다.
‘2007 K-1하와이’ 대결에서도 줄줄이 K.O퍼레이드를 펼치며 우승한 마이티 모 역시 우리에게 강하게 다가오는 선수일수 밖에 없다.
이 선수의 스타일을 보면 스탭이 거의 없으면서도 찬스가 오면 번개처럼 상대에게 파고 들어 안면에 정확하게 자신의 하드 펀치를 꽂아 넣는다.
물론, 최홍만의 복수를 한다면서 가져간 경기가 그 보다 두, 세수 아래 김민수였고, 더 웃기는 건 그 다음엔 2전 2패의 김경석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는 예상을 전혀 빗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늘 스포츠 기사를 보니 태권전사 박용수 선수가 마이티 모 선수와의 대결을 원한다라는 얘기가 나온걸 보고 ‘이제야 제대로 상대를 찾았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마이티 모는 박용수 선수에게도 패배를 안긴 카오클라이에게 하이 킥을 맞고 치욕의 K.o 패를 당한 적이 있다. 그 경기를 되새겨 보면 쉴새 없이 상대에 대한 견제에 한 순간의 방심을 한번의 킥으로 끝내는 카오클라이의 노련함을 볼 수 있다. 박용수도 경험 부족으로 인해 카오클라이의 페이스에 말린 끝에 떨어진 체력으로 연장전까지 가서 패했지만 그의 날카로운 킥으로 맞서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최고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그의 어설픈 태권도 대련식 커버는 마이티 모 와의 대결에선 절대 해선 안 되는 것이다.
커버만 보강이 된다면 최홍만의 스타일 보다는 박용수의 스타일이 더 해볼만할 것이다.
이번 최홍만 선수의 재기 경기 또한 최홍만이 열심히 운동하고 또 저번에 K.O패의 충격에서 벗어난 것 같아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이 들이 강자들을 논하고 또 새로운 강자에 열광하며, 격투 춘추전국시대라고 얘기 하지만 역시 최강의 파이터에는 효도르 한 선수라는 것에 이의를 달지 못한다.
필자가 보기에 그는 완벽하다. 그라운드나 스탠딩에서나 그는 강하다.
사실 딱히 효도르의 약점을 얘기하라면 할말은 없다. 그야말로 ‘격투 교과서’ 그 자체니까.
효도르의 모든 경기가 다 통쾌하고 짜릿한 승부지만 특히 필자에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경기는 후지타 가즈유키와의 시합이었다.
물론 그간 그가 대결한 선수들 중 후지타 가즈유키는 최강의 선수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효도르는 말 그대로 럭키펀치를 허용하고 처음으로 휘청거리는 상황에 직면한다.
그런데 최강자의 위기 관리 능력은 다른 선수들과 달랐다. 다리가 풀리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도 상대를 강하고 클린치해서 자신이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며 그 순간 위기를 모면하는 것이다.
그리고 짧은 휴식 후 상대의 빈틈을 찾아내 결국 역전 K.O승을 이끌어 낸 그를 보면서 크로캅이 왜 항상 2인자일수 밖에 없는 지의 정답을 찾게 된다.
앞서 드러난 것처럼 승부에 기본적인 많은 요소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분석은 필수이고, 자기 자신의 대한 철저한 분석도 승리에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 드는 것이 격투계 최강자에 오를 수 있는 정답인 것이다.
돈 때문에 급하게 준비도 안된 선수를 링에 올려 망신 당하게 하는 일은 부디 없어져야 할 것이다.
최대한 다듬고 분석해서 완벽한 준비 후에 링에 올려도 승부를 알 수 없는 곳이 격투계다.
운이 통하지 않는 곳 또한 바로 이곳 격투계인 것이다.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상대 분석이 광풍의 격투계에서 대한민국이 정상의 자리에 빠르게 설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난세의 시대에 나타나는 영웅이 우리나라 선수가 되기를….
홍 준 철
(주)미션팩토리 대표
사단법인 정통합기도 협회 기획본부장겸 수도관 사범부장 전 MBC ESPN 해설위원
격투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