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르면 내년 한국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IPO(기업공개)를 진행한다.
2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형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자금조달 기반을 강화하고자 금융개혁회의 등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거래소 개편안을 확정했다.
금융위는 올해 정기국회에서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거래소지주회사제도를 도입하고 개정 법률에 따라 이르면 내년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어 한국거래소지주는 금융위의 승인을 거쳐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 기존 3개 시장과 주식·파생상품 거래의 청산업무를 담당하는 신설 청산법인은 물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산하 100% 자회사로 운영된다.
증권전산 설비 등을 운용하는 코스콤(한국거래소 지분 76.6%)도 지주회사 자회사로 묶여 '지주회사 + 5자회사' 체제로 정립된다. 현재 시장감시본부가 맡는 시장감시 기능은 지주회사와 개별 거래소로부터 독립된 지배구조를 갖춘 비영리 시장감시법인이 통합, 수행하게 된다.
또, 한국거래소가 지분 70.4%를 보유한 예탁결제원의 경우 금융회사 등 예탁결제서비스 이용자 등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된다.
금융위는 이번 개편으로 기능이 강화되는 코스닥 자회사를 중소·벤처기업을 포함한 모든 성장·기술형 기업을 위한 거래소로 육성한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업 규모에 따라 상장 시장을 결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코스닥 자회사가 대형 우량기업 유치노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등 자회사 거래소 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의 성장패턴, 경제환경, 시장수요의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상장제도를 마련해 문턱을 낮추기로 했다. 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해 창업에서 상장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종합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코스닥지수나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연동형 펀드(ETF) 등 주식연계상품과 파생상품을 개발해 코스닥 상장을 활성화하고 상장기업들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주회사 전환 때 코스닥 자회사에 충분한 자금이 출자되고 지주회사의 IPO로 조달한 자금도 코스닥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IPO에 앞서 증권사 등 거래소 주주들의 상장차익 처리를 위한 공익기금이 설립되며 별도의 논의기구가 구성돼 상장차익 환수 규모, 공익재단 설립 등 활용방안이 마련된다.
이 밖에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해 거래량 한도 확대 등 의 후속 조치도 마련된다. 2013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ATS 설립이 허용됐으나 현재까지 설립된 사례는 없다.
아래는 경쟁력 강화방안 핵심내용과 관련한 금융위의 질의응답.
▲왜 이 시점에서 거래소 개혁이 필요한가.
- 자본이동의 자유화로 자본시장의 국경이 사라지면서 자국의 자본시장을 발전 시키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아시아 주변국들도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개혁을 적극 추진 중이다. 거래소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지만 우리나라는 거래소 시장에 대한 구조적 편중이 심하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국제적인 구조개혁,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흐름에 뒤진 상황이며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자칫 활력을 상실한 고립된 지역시장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과거 거래소 통합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과거 거래소 통합은 IT 중복투자 방지를 통한 비용절감과 IT 버블 후 부실화된 코스닥의 정상화를 목적으로 추진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초 통합의 취지를 그대로 살리는 범위에서 독점에 따른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지주회사로의 조직 개편을 추진한 것이다.
지주회사 구조 아래서는 각 시장 자회사의 IT 관련부문을 전산 자회사가 통합 관리하므로 각 시장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되더라도 IT 중복투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거래소의 조직구조를 시장 상황 등 외부환경에 따라 바꿔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지주회사로의 전환은 새로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라고 판단한다.
▲방안 마련 과정에서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쳤는지.
-지난 3개월간 실무TF, 공개세미나, 금융개혁회의 등 여러 차례에 걸쳐 현장 및 전문가 의견수렴을 통해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6월30일에는 모든 거래소 주주들을 대상으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코스닥을 우선 분리한다는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이는 철회한 것인가.
-정부는 거래소 조직구조 개편과 관련해 여러 방안을 검토했으며 지주회사 전환 준비 과정에서 코스닥을 우선 분리하는 방안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이다. 다만 여러가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보다 신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됐으며 이런 의견을 수용해 최종적으로는 우선 법 개정을 추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코스닥시장이 분리되면 상장요건도 완화할 것인지.
-이번 거래소 개혁의 목표 중 하나는 거래소가 시장운영에 있어 더 많은 자율성과 책임성을 갖도록 하는 것인 만큼 코스닥시장의 상장요건은 상장활성화 측면과 투자자 신뢰 확보 측면을 균형 있게 고려해 거래소가 적절한 기준을 세울 것이다.
▲코스닥 분리로 인해 '묻지마상장'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스닥시장은 더 이상 '묻지마상장' '다산다사'의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코스닥시장의 상장 활성화는 아무 기업이나 상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을 잘 골라서 유치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 구조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지주회사 구조의 효율성은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역할분담이나 세부적인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다만 거래소지주회사는 완전히 상이한 업종의 자회사들을 지배하는 일반적인 지주회사와는 달리 자회사의 범위가 거래소와 거래소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부수기관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므로 일반적인 지주회사에 비해 지주회사의 전략적 관리가 용이하고 운영상의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회사의 규모 측면에서도 은행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금융지주회사와는 달리 특정자회사의 비대화에 따른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거래소 조직개편으로 상장부진 등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는지.
-지금까지 상장활성화를 위해 상장규정을 미시적으로 개선하는 접근법을 채택했다. 그러나 현재 상장활력의 부진은 상장기준과 요건의 문제라기 보다 상장제도의 운영과 심사관행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해 상장제도를 개선하고 보다 적극적인 상장유치를 통해 좋은 기업을 상장시키려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래소를 지주회사 구조로 전환할 경우 각 시장 간 상장경쟁을 통해 상장유치가 활성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시장별 경영성과를 명확히 구분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통해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장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상장차익의 처리에 대해 논란이 많다.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한국거래소는 정부로부터 독점적인 권한을 받아 수익을 얻어온 만큼 그 수익이 누적된 상장차익이 전적으로 주주의 몫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법률적으로 상장차익의 일부 출연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거래소의 상장은 어느정도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므로 상장차익의 처리 문제도 별도의 논의기구를 구성해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장을 통해 영리성이 강화되면 수수료 인상 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래소지주회사가 상장된 이후에도 거래소지주회사 및 각 거래소 자회사의 수수료 책정 등에 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시장효율화위원회가 그 적정성을 심사할 것이다. 따라서 과도하게 비합리적인 수수료 책정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거래소 노조가 구조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이번 거래소 경쟁력 강화 방안은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이다. 거래소 직원들도 이점을 이해해줄 것으로 생각하며 거래소 경영진과 직원들이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주도의 거래소 개혁을 한 사례가 있는가.
-일본은 아베노믹스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거래소 구조개편 추진한 바 있다. 지난해 1월 동경거래소와 오사카거래소를 합병해 지주회사 형태의 JPX그룹을 출범하고 TSE 시장 및 Jasdaq에 동시 상장했다. 이는 자본시장 자유화 및 IT기술 발달 등에 따른 거래소의 글로벌 경쟁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개편이었다.
이 같은 거래소 구조개편 이후 주식 및 파생상품 거래 규모는 증가하고 신규상장 기업 확대 등 금융시장이 크게 활성화됐다. 거래량은 지난해 현물시장 일평균매매대금은 통합 전 대비 83.3% 증가하고 연간 파생상품거래량은 32.5%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