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세상 모든 일에는 '직업병'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신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발병되는 직업병은 동일업종이라 할지라도 사업장의 업무 강도와 근무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는 근로자들의 건강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과 매출 증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사업주가 책임지고 신경 써야 할 중대한 사안이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
그 중에서도 여러 질병에 시달리는 직업군인 컨택센터(콜센터) 상담사들은 밝은 목소리로 쉴 틈 없이 하루 평균 100~200콜, 한 달에 몇 천 콜을 응대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주기적 심리상담과 힐링 프로그램 등 상담사들을 보호하고 보다 나은 복지를 실천하고자 나선 기업들이 있는 반면,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부 콜센터의 경우 실적 압박에 휴식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게 실제 상황이다.
화장실조차 제대로 갈 시간이 없어 방광염과 치질 등에 시달리는 이들도 많다. 이 같은 질병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직업적 특성에서 오는 것임에도 산재처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평균 90% 이상의 근로자가 여성이기에 성희롱과 심각한 언어폭력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을뿐더러 산전후 휴가나 육아휴직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 대다수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지자체 중 콜센터 보유율이 높은 부산시에서도 콜센터 상담사들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여성회가 지난달 발표한 부산지역 콜센터 여성노동자 1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루 8시간 근무 가운데 휴식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65.1%였다.
'근골격계 질환'과 '소화장애' 비율은 각각 68.8%, 66.1%에 달했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일하는 '감정노동자'라는 직업 특성상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도 45.9%였다.
전화를 받느라 화장실 갈 시간조차 제대로 없다는 상담사들은 이뿐 아니라 △청각질환(43.1%) △생리불순(38.5%) △불면증·방광염(32.1%) △성대결절(31.2%) △치질(26.6%) △하지정맥류(24.8%)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었다.
더욱이 상담사는 하루에 몇 시간을 전화상으로 고객과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성대에 무리가 가기 쉽다. 고객들에게 주는 첫인상은 말의 내용보다 목소리로 전해지는 느낌이 더 강력해 목소리 관리가 특히나 필요한 직업이기도 하다.
여기 더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정확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므로 심리적 부담감이 크고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이 같은 원인이 성대에 피로를 누적시키고 성대점막을 건조하게 해 성대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심리적 불안감이나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이 원인이 되므로 성대질환뿐 아니라 또 다른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는 여러 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모든 상담사에게 전화를 끊을 권리,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 이런 캠페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해 "저임금 비정규직이 아닌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따라 임금 등 처우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