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리온이 최근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자 재계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영입한 허인철 부회장이 기업경영을 총괄하면서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 영입에 앞서 이마트 대표이사를 역임한 허 부회장은 재무분야에 능통한 인물로 그동안 능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는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1997년 신세계에 터를 잡았고,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에 임명되는 등 그룹 내 막강한 위치에 오른 바 있다.
신세계의 경영지원실은 계열사 전략 수립 및 인수 합병과 관련된 성장동력을 관리하는 부서다. 허 부회장은 경영지원실 부사장에 이어 이마트 대표이사를 지낸 2006년부터 2011년 사이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비롯해 신세계 드림익스프레스 매각, 신세계와 이마트의 인적 분할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신세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7월 오리온으로 이동했다. 이마트 노동조합 사태와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재계 호사가들의 도마에 오르내리기도 했지만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 그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당시 오리온은 제과업계 '빅3'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의 매출이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매출액 7921억원, 영업이익 475억원에 그치며 전년대비 각각 3.5%, 23.3% 하락한 것.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담 회장이 실적악화와 더불어 오리온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이기 위해 허 부회장을 영입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오리온에 터를 잡은 허 부회장은 숨 가쁘게 쇄신 작업을 단행했다. 오리온과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을 합병하며 해외법인 지배구조를 간소화했고, 이를 통해 오리온의 지배력을 한 곳으로 응집시켰다. 또 논란이 됐던 오너 개인소유 국내외 법인의 정리작업에 착수했다.
담 회장의 선택은 허 부회장 영입 1년 만에 빛을 봤다. 오리온은 올해 1분기 매출 6982억원, 영업이익 1202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시현했고, 영업이익과 매출액은 각각 전년동기보다 27%, 6.6% 늘어났다.
자신감이 붙은 오리온은 최근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합병(M&A)의 귀재라 불렸던 허 부회장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홈플러스 매각 예비입찰에는 오리온 이외에 칼라일, KKR, 어퍼니티에퀴티파트너스, CVC파트너스,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들이 주로 인수의향서(LOI)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7조원 규모에 이르는 홈플러스 인수에 오리온 현금성 자산이 2900억원에 불과해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과 손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자금력 부족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허 부회장이 이마트 대표이사 재직 당시 신세계그룹의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주도했던 점은 인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과거 M&A의 귀재라고 불렸던 허 부회장. 오리온의 홈플러스 인수를 성공시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