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온 기자 기자 2015.06.30 17:49:01
[프라임경제] "성년식에서도 전통 의상을 입는 중국, 일본과는 달리 유독 우리나라만 전통 의상인 한복을 멀게 느끼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전통 의상을 중요시 여기고 의미 있는 날에는 전통 의상을 입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결혼식에서 조차 한복을 입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지요."
한복 전문기업 '진주상단'의 대표인 이종순 디자이너는 업계에서만 32년째를 보내고 있는 성공한 디자이너다.
"처음에는 한복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이불 등 침구 디자인을 하다가 한복에 눈을 돌리게 됐는데, 내가 만든 한복에 만족하는 고객 분들을 보면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한복 특유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멋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것이 한복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면서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이종순 디자이너는 한복 드레스 디자인만 천여 벌 이상을 갖고 있다. 그는 10년 전 '한복 드레스' 개념을 처음 만들면서 주목을 끌었다. 한복 드레스가 대박을 친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 아무리 전통 복식이라도 진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복 드레스를 만들었고 상당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게다가 과거에 한복 원단으로만 한복을 만들었던 것에서 이제는 입기 편한 양장 소재를 활용해 한복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이런 혁신적 발상으로 지금의 진주상단을 만들었고, 한복이라는 우리 고유의 복식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시간이 갈수록 명절은 물론, 결혼식에서조차 한복을 기피하는 일이 잦아지는 터라 진주상단의 한복 대중화는 여러모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패션쇼, 미스코리아 등의 미인대회는 물론, 정부 행사에도 한복과 한복 드레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복의 멋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행사 때마다 디자인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혼자서 흐름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더라고요.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한복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고 정부도 이런 상황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자비 부담해 전 세계 홍보…이젠 정부도 함께 해야"
'신혼여행 싸게 가기' 카페를 통해 '한복 입혀주기 체험', '한복 입고 사진 찍어주기' 행사를 진행하는 등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한복을 더 입히고 싶다는 이종순 디자이너는 후배 양성 걱정도 많다.
"배화여대에 전통복식학과가 하나 있었는데, 그마저도 올해 폐지가 됐습니다. 한복을 기피하는 분위기 속에서 젊은 사람들이 한복을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전통 복식을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대책도 마련돼야 하고요. 최소한 대학에 전통복식학과 몇 개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정부 고위층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들도 중요 행사나 명절 때 한복을 입으면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복 디자이너들은 세계에 한복을 알리기 위해 자비를 들여 해외 패션쇼를 하는 등 열정적으로 한복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 방문한 62개국 미인들을 대상으로 62벌의 한복을 만들어 패션쇼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복을 한 벌씩 그들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우리나라 한복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면 돈이 중요한 것 게 아니었고, 그런 움직임들이 우리나라 고유의 한복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도 함께 우리 한복 살리기에 마음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단부터 바느질까지 모두 국산
32년째 한복 디자인을 하고 있는 이종순 디자이너는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청담사거리에서 6년을 보냈다. 해외 명품 매장이 즐비한 이곳에서 우리나라 한복 역시 외국산 명품에 뒤지지 않는 명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의 한복 사랑 실천은 스케일이 좀 더 커졌다. 오는 9월 진주상단(디엔디모드컴퍼니)은 현재 건립 중인 사옥에 새 둥지를 튼다. 한복은 물론, 맞춤침구, 예단, 커튼까지 생산할 수 있는 자체 생산설비가 구축돼 있고, 한복을 좀 더 입기 편하게 디자인하고 제작 할 수 있는 디자인 개발팀과 제작팀, 생산설비까지 구축한다.
"우리나라 실크의 60%가 진주에서 생산 된다는 것에서 따온 '진주'라는 이름을 따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옛 기업집단을 지칭하는 '상단'이란 단어를 조합해 '진주상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진주상단의 모든 한복은 우리 고유의 천연염색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중국산 원단은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 원단만 쓰는 고집도 대단하지만, 심지어 바느질까지 우리나라에서 직접 하는 그야말로 한국산 한복이다. 중국원단과 중국 생산시스템을 쓰는 곳과 경쟁하다보니 '가격' 면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명품이기 때문에 고가'라는 자부심으로, 그리고 우리나라 한복을 지켜낸다는 자존심으로 버텨내고 있다.
"한복 업계가 침체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럴수록 한복의 질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좋은 원단, 좋은 디자인과 색감, 그리고 능숙한 바느질까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을 고집스럽게 유지해야만 공멸을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