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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기묘한 이야기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6.30 17: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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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주말 더운 날씨에도 집에만 있기는 답답한 마음에 신랑과 집을 나섰습니다. 필자의 집은 일반 주택 3층인데요. 계단을 내려오기 무섭게 사진 속 광경이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진에는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 집과 건너편 주택 3층 사이 전깃줄에 이불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최근 방송 중인는 모 개그 프로그램 한 코너의 유행어인 "정말 기묘하죠?"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도 꽤 먼 데다, 전깃줄에 매달린 모습이 정말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기묘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는 '생김새 따위가 이상하고 묘하다'는 뜻인데요.

최근에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주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보통 '기묘한 이야기'라는 표현은 미스테리한 사건이나 심령사진, 무서운 이야기 등을 다룰 때 주로 사용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무섭고, 미스테리한 '기묘한 이야기'를 즐기는 편입니다. 공포영화의 계절 여름이 돌아오니 기묘한 이야기에 눈과 귀가 더욱 쏠리는데요. 혹시 공포영화를 좋아하신다면 그 장르에 대해서도 알고 계신가요?

누군가는 귀신을, 누군가는 살인마를, 또 누군가는 좀비를 공포 대상으로 여기실텐데요. 그 내용과 공포의 척도에 따라 공포영화의 장르가 나뉩니다.

먼저 용어의 혼선이 가장 많은 장르는 스플래터 무비와 슬래셔 무비입니다. 의도적으로 피, 내장, 살육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관객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영화들을 스플래터 또는 고어 영화라고 합니다.

스플래터(splatter)가 '튀다', 고어(gore)가 '피, 살육 등의 사전적 의미를 가졌으니 한마디로 '유혈이 낭자하고 살과 내장이 춤추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블데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데드 얼라이브, 호스텔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슬래셔 무비도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이 주를 이루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슬래셔(slasher)라는 용어 자체가 칼로 난자하는 것을 의미하는 슬래시(slash)에서 유래한 만큼 잔인한 장면이 주를 이룹니다.

다만, 스플래터·고어 무비의 구성요소가 피, 내장 등 신체의 일부라면 슬래셔 무비는 '사이코 살인마'를 절대적인 구성요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의 연이은 살인 행각이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화가 슬래셔 무비인 것입니다.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는 여성 주인공과 흉기를 들고 숨어 있는 살인자의 이미지가 떠오르실텐데요. 맞습니다. 13일의 금요일,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 스크림 등이 슬래셔 무비입니다.

나아가 공포영화에 빼놓을 수 없는 오컬트 무비는 실제로 벌어졌던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 악마를 소재로 다루는 영화인데요.

오컬트(occult)는 '신비스러운' 혹은 '초자연적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와 가장 근접한 공포영화 장르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멘, 악마의 씨, 엑소시스트 등이 오컬트 무비입니다.

마지막으로 조금 생소하실 수도 있는 '스파게티 호러'도 공포영화의 한 장르입니다. 스파게티 호러는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이탈리아 호러 영화들을 가리킵니다.

강렬한 색감의 화면, 자극적인 사운드트랙, 노골적인 고어 등이 스파게티 호러의 대표적인 이미지입니다.

공포심보다 웃음이 먼저 나올 수 있는 조잡한 화면의 B급 영화들이 많아 통칭해 '지알로 무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탄의 가면이나 데몬스, 서스페리아 등이 지알로 무비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할리우드의 호러영화에서 발견하기 힘든 기괴함과 음산함,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스러움은 마니아들의 호응을 받았는데요. 1990년대 이후 이탈리안 호러 영화의 유행은 안타깝게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사진 속 '전기줄 이불'도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자취를 감췄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