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선 건국 직후 태조 이성계와 건국 공신인 정도전은 '요동 정벌'을 계획했다.
고려 말에 거론됐던 요동 정벌 추진론은 계절적인 불리함과 국방상 여러 약점을 안고 무리하게 추진된 것이어서 실패할 위험이 컸었다. 하지만, 정도전이 다시 추진한 상황은 내부 사정과 국제적인 여건 등 운이 따라주는 시기였고 치밀한 준비로 성공 가능성이 상당했다는 평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제1차 왕자의 난'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이때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조선은 다시는 요동을 수복하지 못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왕자의 난이라는 건국 세력 내부의 권력 투쟁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 판세를 영영 바꿔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한 집단이 내부의 정치적 이기주의로 인해 두고두고 큰 족쇄를 찬 안타까운 사례다.
오늘날 포털의 뉴스 관련 개혁 논의를 보면, 요동 정벌이라는 '대의'가 왕자의 난과 같은 '왜소한 논리'에 의해 좌절되고 만 경우와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한국 대표 포털인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포털의 뉴스 제휴를 심사하는 '공개형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설치를 언론계에 제안한 바 있다.
그런데 이제 막 힘차게 파도를 가를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준비 단계에서 이미 동력을 잃고 마는 불상사가 빚어지는 것 같다. 25일에 치러진 '포털뉴스 제휴평가위원회,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는 이런 우려를 더욱 실감하게 한다.
현재 여러 문제가 논의되고 있으나 큰 문제는 대체로 이렇다. 우선 뉴스 제휴를 검토할 평가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논의가 지나치게 고담준론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평가위원회가 객관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옳은 얘기다. 그러나 어떤 단체는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때 식구가 될 수 있다, 없다는 논란으로만 흐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이 같은 개편이 새삼 지금 추진되는 배경이 무엇이냐는 식의 논쟁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이번에 평가위원회 구성에 거는 기대가 지나친 것도 적잖이 문제다. 이른바 사이비 언론 행위와 기사 어뷰징 등의 근절에 대한 해법은 언론 발전에 중요한 전제 사안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이번에 포털의 뉴스 제휴평가 시스템 개편에 모두 거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특히 이런 이슈를 이유로 각 언론 형태별로 여러 관련 단체별로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언론학자 중에도 이 국면에서 중소언론이 피해를 볼 가능성을 제기한 분이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근영 프레시안 대표는 "이번이 포털이나 언론이 잘못된 상황을 함께 바로잡을 마지막 골든타임이 아닌가 싶다"고 얘기한다. 자칫 한국 언론계가 포털과 관계된 여러 잘못된 문제의 매듭을 끊을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리고 마지막 기회를 흘려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언론과 포털의 관계 정립 문제는 이제 갈림길에 서있다. 요동으로 뻗어나가듯 건전한 새 역사를 써나갈지 왕자의 난 같은 자중지란으로 치달을지 그야말로 이도저도 아니게 주저앉을지, 골든타임 시곗바늘은 흘러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