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하 재단)이 세계인문학포럼을 준비하면서 채용한 계약직 직원의 임금을 수개월째 전혀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교육부와 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교육부 예산으로 재단이 추진하는 '세계인문학포럼' 사무국 계약직 직원 3명은 최장 6개월간 총 3700여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교육부와 재단의 '늦장행정' 때문.
재단은 올 1월 세계인문학포럼 준비를 위한 사무국을 개설하면서 실무직원 3명을 최장 14개월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포럼준비를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주관연구기관과 사무국이 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당초 올 3월로 예정된 추진위원회 구성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육부와 재단의 행정절차 지연으로 수개월째 임금이 체불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포럼 사무국은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근로시간, 근로조건 등을 명시해야 한다. 그리고 같은 법 114조는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체불된 임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 교육부와 재단의 말이 서로 엇갈리는 점이다.
당초 교육부 학술진흥과 담당자는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미지급된 임금을 소급하여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재단은 해당 직원들에 대한 임금 소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재단 내 자체감사에서 임금 소급 지급은 불가하다는 의견이 나와 미지급된 임금을 일괄 소급 지급하지 않고 남은 8개월여 계약기간에 매월 나눠 추가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 측 방안대로 임금 지급이 이뤄질 경우 해당 직원들이 계약기간 중간에 일을 그만둘 경우 앞서 미지급된 임금 전액을 받을 수 없으며, 이후 계약기간만 근로기간으로 인정돼 향후 실업급여 혜택 등에서도 불이익이 따른다.
박주선 의원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열정페이도 모자라 이제는 정부가 6개월째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며 "특히 교육부와 재단은 지난 몇 개월간 계약직 직원들에게 곧 임금을 지급할 것처럼 희망고문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직 직원에 대한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 "교육부와 재단 잘못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이를 감추고자 허위의 근로계약서류를 작성하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며 "신속히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 이미 예산에 반영된 계약직 직원에 대한 임금을 지금 당장 일괄 소급해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인문학포럼'은 세계 인문학계와 한국 인문학계 간 지속적인 교류·협력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으로,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며 내년 10월 '제4회 세계인문학포럼' 개최를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