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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운전석- 인피니티 FX45

SUV 타고 즐기는 스포츠카의 역동성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5.07 12:5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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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2005년 겨울의 일이다.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기자 앞에 멀리서 스포츠 유틸리티 차(SUV) 한 대가 달려왔다.

두툼한 크롬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로운 좌우 헤드램프가 묘한 대조를 이루는 앞모습이 매력적인 차였다.

스쳐가는 옆 모습은 쿠페처럼 미끈했고, 근육질 차체에 테일램프가 날카롭게 획을 그린 독특한 뒷모습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리고 그날 기자의 뇌리에 도장처럼 새겨진 글자가 있었다. ‘FX45’.

바로 그 해 4월 말 개최됐던 서울모터쇼에서 기자단 선정 ‘베스트카- CUV 부문’에 선정된 인피니티 FX45였다.

이후 이 차는 기자에게 또 하나의 ‘로망’이 됐고, 얼마 전 그 차와 다시 만났다. 

FX45는 외모가 매우 독특하다.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테일램프의 모양이 20인치 초대형 알로이 휠과 거대한 차체 사이즈와 비교했을 때 더욱 작아 보인다. 그런데 어색하긴커녕 오히려 미래적인 세련미를 풍긴다.

짧은 오버행과 긴 휠 베이스로 대표되는 전체적인 디자인은 SUV가 아니라 전고가 높은 스포츠 쿠페 같다.

한 마디로 겉모습만큼은 ‘크로스오버 차(CUV)의 극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 싶다.

   
 
 

하지만 진정한 CUV라면 겉모습 뿐만 아니라 성능에서도 SUV와 스포츠카를 이종교배(異種交配)했어야 한다.

이를 확인할 요량으로 차에 올랐다.

그런데, 운전석에 앉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았다. 시트가 운전자의 몸을 완전히 감싸는 것이 스포츠카다운 박진감 넘치는 주행을 예고하는 듯했다. 발이 젖은 상태에서 페달을 밟아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구멍에 고무 볼트를 삽입한 알루미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도 스포츠카 것 그대로였다. 

스티어링휠을 조절하기 위해 전동식 레버를 작동해보니 스티이링 휠과 계기판이 함께 움직였다. 그래서인지 의자를 최적의 자세를 맞춘 다음에도 계기판을 보기가 편했다.

시동을 걸기 위해 키 꽂을 곳을 찾아보니 키가 필요 없었다. 키는 주머니에 넣어둔 채 시동 장치만 돌리면 되는 방식이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 방식이면 더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시원했다. 가속페달을 밟아봤다. 2톤이나 넘는(2080kg) 육중한 덩치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주말 심야 시간대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달렸다. SUV의 경우 높이 탓에 고속에서 약간 떠있는 것이 느껴지기 마련. 하지만 이 차는 달릴수록 도로에 쫙 달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하니 순식간에 시속 150km에 도달한다. 제원표에 명기된 제로백 가속시간 6.5초가 실감이 났다.

이 시간대에 수입차를 타고 속도를 내고 달리면 여기저기서 도전해오는 차들을 많이 만난다. 평상시엔 ‘넌 네 갈길 가고, 난 내 갈길 간다’가 기자의 지론이지만, 시승 때만큼은 테스트 차원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하지만, FX45의 4.5리터(L) V8 DOHC엔진이 뿜어내는 최고출력 317마력, 최대토크의 45.8kg.m의 맹렬한 기세에 질려버렸는지 다른 차들은 이내 아웃사이드 미러 안의 점이 돼 사라져버린다.

이번엔 고속으로 달리는 다른 차들 사이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해봤다. 무거운 차량 중량과 높은 차체라는 핸디캡을 지닌 이 차에겐 만만찮은 시험이었지만 날렵한 몸놀림으로 도로를 제압했다.

   
 
 



경기 의왕 쪽으로 빠져나가기 위해 진출로로 들어섰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급커브를 트는 것이어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못한 상황. 그러나, 차가 밀리는 것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게 돌아나간다. 후륜구동(FR) 방식의 스포츠카와 거의 흡사한 코너웍이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같은 절묘한 핸들링엔 FX45만의 기술력이 숨어 있었다.

자동차는 보통 앞 바퀴 축과 동일선상에 엔진을 배치한다. 하지만 이 차는 엔진 위치를 자동차 중앙에 더욱 가깝게 배치하는 프론트 미드십 구조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앞뒤 무게 배분이 이상적으로 이뤄져 코너링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여기에 ATTESA E-TS™로 불리는 지능형 AWD(올 휠 드라이브-4륜구동) 시스템도 힘을 보탠다. 이 시스템은 평소엔 100% 후륜 구동으로 작동해 스포츠카 못잖은 달리기 성능을 보여주지만, 도로 상태에 따라 전륜 50%, 후륜 50%의 분할 구동을 가변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최고의 안정성과 성능을 이끌어 낸다.

특히, 눈이 오거나 비가 내려 도로가 미끄러울 경우 스노우 모드를 작동시킴으로써 가속 페달의 민감도를 줄여 더욱 안정된 운전이 가능하게 한다. 

   
 
 


FX45는 프론트.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 첨단 듀얼 에어백 시스템을 필두로 EBD(전자제어 제동력 분산 시스템) 내장 ABS, 급제동시 최단거리 정지를 돕는 BAS, VDC(차량 자세 제어장치), 차량 전복 시 커튼 에어백을 자동 작동하는 전복감시센서, TCS(트랙션 콘트롤 시스템) 등으로 안전 철옹성을 쌓았다.

또, 서브우퍼를 포함한 11개의 스피커가 장착된 Bose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 후방 카메라와 연동되는 7인치 컬러 모니터,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전용 DVD 시스템 등도 갖춰 편의성도 높였다.

판매가 8350만원 이전에 L당 7.1km라는 연비만 감내할 수 있다면 FX45 1대로 SUV의 여유로움과 스포츠카의 짜릿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기름 값이 없다면? 그냥 세워둔 채 아침, 저녁으로 이 차의 ‘조각같은’ 외모만 감상해도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