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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혁신에 대한 '사실상'의 좌절인가?

이규호 차세대콘텐츠재산학회 회장 기자  2015.06.24 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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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혁신'에 대한 갈구는 어느덧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자 국가적 어젠다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정부와 기업, 일반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혁신을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여기며 행여 세계무대에서 뒤처지지는 않을까 조바심 내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한다.
 
이런 국내에서의 조바심과는 달리 사실 세계에서 한국은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2014년 블룸버그 통신이 전 세계 200개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제조능력 △첨단기술 △고등교육 △연구 인력 △특허등록, 6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13년에 이어 2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국가 1위였다.

이 중 개인과 기업 모두에게 더 나은 기술과 전망을 보장해주는 중요한 자산으로 특히 등록 부분의 1위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세계시장에서 후발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특허는 기술, 제품에 대한 법적인 권리를 보장받는 동시에 더욱 혁신적인 미래기술을 장려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의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있기에 기업은 마음 놓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개정된 지식재산권에 대한 정부의 지침은 오히려 창조혁신을 위한 기술생태계를 저해하는 잠재적 요소를 가져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한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을 보면 종전 심사 지침에 있었던 '기술 표준'에 대한 정의를 '표준기술'로 대체했다. 해당 기술분야에서 사실상(de facto) 표준으로 이용되는 기술도 기존 표준기술에 포함해 정의했다.

따라서 이 지침 아래서는 널리 통용되는 어떠한 기술이라도 '표준'이나 '필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강제적 실시허락이나 기타 제약 조건에 응해야 할 것이다. 이는 특허권의 정당한 행사 마저 부당한 행사로 포섭해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더 나은 혁신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도는 환영할 만하다. 특히, 심사지침에서 표준필수특허와 관련된 조항들은 표준필수특허의 라이센싱을 다룰 유용한 규정을 제공하며 특허위협(patent hold-up) 등 표준필수특허권자의 특허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심사지침의 다른 부분의 정책적 처방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14년 개정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은 전통적인 반독점 정책 규제에 실패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개정된 '지식재산권의 부당한 행사에 대한 심사지침'의 '표준 기술' 정의규정으로 인해 한국 내 첨단 기술의 혁신기업 및 발명가들에게는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첨단 기술의 리더로 각광받는 특허권자들인 국내기업과 개인에게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침은 지적재산권의 활용과 관련된 기업 전략적인 결정을 저해하고 특허권자의 권리를 통제해 약화시킬 뿐이다. 이는 나아가 대기업에게는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축소와 중소기업에게는 특허출원에 대한 의지마저 꺾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한국에 리서치 센터를 두고 외국인 투자의 주요 원천이자 첨단기술 개발,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는 IBM, Microsoft, Google, Siemens, BASF와 같은 글로벌회사에 있어서도 우리나라가 과연 투자에 적합한 대상인지에 대해 의문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의 상황은 젖히더라도 이번 지침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들을 위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다름이 없다. 

한국이 이 같은 규정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다른 국가도 역시 똑같은 규정을 채택하는데 있어 근거로 작용하며 결국 보호무역정책으로의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한국 기업이 해외활동에 있어 부메랑 효과로 되돌아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아무쪼록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리나라의 혁신적인 기술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사실상의' 표준 기술을 표준 기술에 포함한 '표준 기술'의 정의 규정에 대한 수정을 해야 할 것이다.

'사실상 표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은 세계1 위의 혁신국가라는 위상에 국내외적으로 '사실상'의 좌절만을 안길 뿐이다.

이규호 차세대콘텐츠재산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