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메르스 문제는 낙타가 아니었다. 소통과 정보부족이었다. 비정상의 정상화, 국가운영의 혁신패러다임으로 추진되는 정부3.0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애타게 관련정보를 갈구했으나 정책이름에 걸맞지 않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발병 초기단계에서 체계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감염은 확산됐다. 집단 확산의 고비가 되는, 소위 마지노선이 금주 말에서 다음 주 말, 이달 말과 같이 계속 재조정 발표되면서 불안심리는 더욱 높아졌다.
관료들의 무책임, 부실한 능력과 더불어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이기적인 시민의식과 행동이 우리사회의 총체적 방역망을 곳곳에서 망가뜨린 것이다. 윤리경영학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치명적인 과오로 설명한다.
이는 △중대한 문제를 별 것 아닌 것으로 간주하거나 묵살하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거나 △비판을 반박하거나 오히려 비난하는 행위 △조직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를 더 크게 확대시키거나 △정보가 사회적으로 공개될 것을 염려해 덮어 문제를 크게 한 행위는 물론,
홍보메체를 이용해 변명한다거나 비판을 부인하는 행위와 같은 과오들을 우리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메르스 확산이 고개를 숙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위기상황이기는 하나 모두의 합심과 협력적 대처로 조기에 종식시킬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 투명한 정보 공유와 민·관 협력의 필요성과 실천을 강조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료기관 간의 틈새 없는 협력,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시민의식을 발휘해 이번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향후 발생될 수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혁신 패러다임으로서 정부3.0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부 3.0의 전략은 무엇보다도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자는 것이다.
공공 정보의 개방과 공유, 정부·국민의 소통과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첫 번째 방향으로 손꼽고 있다. 정부 각 부처를 비롯해 지방정부, 공공기관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정부3.0 정책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각기 세부계획을 세우고 구성원을 독려하면서 실천 노력을 기울인다.
요즘과 같이 정부·관료의 역량과 책임을 추궁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체험되지 못하고 실천이 가시화되지 못한 안타까움도 크기만 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동안 업무추진에 있어 책임과 의무에 철저했던 또 다른 공직자들에게는 답답함과 자괴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메르스 사태가 보여주는 아주 단순한 교훈,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정보 독점과 비밀주의의 폐해가 가래로도 막지 못한 상황으로 진전됐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돌이키면 구호에 그치거나 수사(修辭)에 능한 정책, 실천하지 않는 정책은 벽걸이 장식물에 불과하다. 직업윤리나 리더십의 요체는 지위나 특권이 아닌 정직과 책임감을 갖추는 것에 있다.
트루먼 대통령의 말뜻처럼 국민안전에 대한 최종책임은 공직자나 정부에게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책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경우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거나, 혹 임기응변적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를 확대 또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국민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등과 같은 의문을 갖게 된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신뢰한다는 것은 말한 것을 신념으로 삼고 실천한다는 것을 국민이 확신한다는 의미다.
지난 2014년 말 한국행정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62.8%)이 신뢰한다(37.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차제에 △근무수칙 △행동강령 △윤리강령 △직업윤리 △시민윤리 등을 재음미하고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종선 세종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