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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리스트' 밖 김한길·이인제·노건평 줄소환

野 "잡으라는 도둑 안 잡고…공안 통치, 야당 탄압" 반발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6.22 2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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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인 김한길 의원과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을 소환하기로 하면서 정치권이 어수선한 모습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황교안 국무총리 취임 직후 수사 대상이 야권 인사로 향했다는 점에서 "공안 통치,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김 의원과 이 의원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아울러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의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에게도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올 4월부터 성 전 회장과 정치권의 금품거래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최근 김 의원과 이 의원이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건네받은 것으로 의심이 가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숨진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성완종 리스트)와 마지막 육성 인터뷰를 단서로 수사가 진행된 이래 쪽지에 거명된 8명의 여권 인사 외에 여야 정치인이 검찰의 소환 조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미 검찰은 쪽지에 이름이 오른 8명 중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 등 2명에 대해 불구속 기소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야권 첫 수사 대상인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의 일정이 적힌 수첩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인 4월 8일 만찬 상대가 김 의원이었을 정도다.

김 의원은 성 전 회장이 숨직 직후 마지막 저녁 식사 자리에 대해 공개하고,  대화 주제가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의 참담한 심경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최재천 의원과 공동주최한 '동아시아 관점에서 본 한일관계 해법' 토론회 일정과 본회의 참석을 예정대로 추진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출석 요구서는 오늘 왔다. 당 지도부의 입장도 있으니까, (출석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짧게 소환 통보 사실을 밝혔다.

이 의원 역시 성 전 회장의 수첩 일정과 자주 겹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의원은 성 전 회장이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을 당시 소속 정당인 자유선진당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후 자유선진당의 후신인 선진통일당이 새누리당과 합당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 의원은 선진통일당 대표, 성 전 회장은 원내대표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가 아닌 소환을 통보한 데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성 전 회장과의 금품거래 의혹을 풀만한 단서가 확보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단서가 나왔더라도 성완종 리스트 나머지 6명에 대한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처벌 수순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 일부의 시각이다. 성 전 회장이 숨진 이상 금품거래 현장을 증언할 목격자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다른 수사 대상인 특별사면 의혹과 관련, 성 전 회장은 행담도 개발사업비리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2007년 11월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지만, 상고를 포기한 뒤 2심 판결 한 달 뒤인 12월 31일 특별사면됐다.

노씨는 당시 사면대상자 명단에서 빠졌던 성 전 회장이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판에 특사 명단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성 전 회장 측의 부탁을 받고 청와대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2007년 12월 특사를 전후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과 이호철씨에게도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상태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김 의원 등 소환 조사와 관련해 "전형적인 물타기", "야당 탄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 황 총리가 임명된 몇 날 만에 소환 조사 소식이 전해지자 "공안 통치가 시작됐다"면서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성완종 전 회장이 죽음으로 알리고자 한 건 불법 정치자금과 대선자금에 대한 진실이었다"면서 "유력한 증거가 분명히 있는 사실들에 대해 눈을 감고 전직 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건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잡으라는 도둑은 안 잡고 진실을 묻으려 해서는 안 된다"면서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8인에 대한 진실규명에 집중해야 한다. 야당에 대한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모습이 계속되면 국민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이 리스트 밖 여야 정치인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정치권은 수사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