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20%를 협력사에 지원하는 내용의 '노사 사회적 책임 실천 협약식'을 체결했습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며 "SK그룹이 추구하는 행복, 상생, 동반성장의 가치를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는데요, 사실 기업이 추구하는 비용절감을 위해 협력사를 통한 위탁방식을 진행하면서도 임금·성과 공유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은 어쩌면 그 자체가 어불성설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점차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부가가치창출 및 기업이윤 개선의 성공적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글로벌 기업들의 성과공유 및 공정거래 성공사례를 정리해봤습니다.
먼저 크라이슬러는 초기 경쟁입찰제를 통해 낮은 단가를 제시한 부품업체들과 단기적인 계약관계를 형성한 바 있습니다. 부품업체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익공유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죠.
결과적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가격압력은 제품 품질하락으로 이어졌고, 경쟁사들보다 신차개발 기간은 오히려 길어졌습니다. 비용 역시 더욱 상승했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크라이슬러는 제품개발과 공정개선에 부품업체들은 참여시켜 공동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이에 1980년대 중반부터 혼다자동차를 벤치마킹하기 시작, 경쟁입찰제를 폐지하고 목표원가제를 도입합니다.
또, SCORE(Supplier Cost Reduction Effort) 프로그램을 이용해 총 가치상승의 개선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공유하게 되죠.
이러한 프로그램으로 크라이슬러는 신차개발 기간을 234주에서 183주로 단축했으며 시장점유율은 12.2%에서 14.7%로 상승했고, 차량 1대당 이익은 약 250달러에서 2110달러로 급증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외에도 외부 네트워크를 통한 신사업 발굴 성공사례도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P&G와 7-Eleven을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P&G는 연구개발의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공급받아 신제품 개발을 촉진합니다. 자사 내부에서만 혁신을 달성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린 혁신 시스템을 구축, 공급업체 연구원과 협력을 바탕으로 신제품을 개발해 성공을 거두게 되죠.
7-Eleven 역시 일본식 Keiretsu 모델을 도입해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아웃소싱을 실시하게 됩니다. 일례로 가솔린 유통은 Citgo에, 스낵은 Frito-Lay와 같은 업체에 맡기면서도 가격결정, 판매촉진 등에서는 독점적인 통제권을 유지했죠.
또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를 협력업체와 제휴관계를 형성하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공동마케팅을 진행, 이익 증진 및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가치사슬 상의 모든 활동을 담당하기보다는 자신보다 경쟁력 있는 업체에 외주화 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또 핵심역량에 주력하면서 협력업체들과 정보를 공유,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반면 실패사례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미쓰비시 자동차입니다. 미쓰비시는 2000년 이후 닛산 추격과정에서 원가절감과 개발기간 단축에만 주력하고 품질관리나 기술협력은 등한시했습니다.
아울러 2000년 6월 "미쓰비시가 리콜·클레임 정보를 운수성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내부고발이 있었고 7월 초 운수성이 실사에 착수하게 되죠. 미쓰비시는 자체 조사 결과 "리콜 9건과 개선대책 2건, 서비스 캠페인 3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은폐했었다"고 운수성에 보고합니다.
그 결과 2001년 4월25일 미쓰비시자동차 전 부사장 등이 리콜 정보 은폐 혐의로 기소됩니다.
아울러 대표 차종인 파제로, 랜서 등 총 61만대 이상을 무상으로 회수, 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으며 결함차량 보증수리 부담에 판매부진이 겹치면서 2000년 3600억엔의 적자를 기록, 주가도 40% 하락하게 됩니다. 무리한 원가절감 정책에 따른 협력업체의 품질관리를 소홀히 함으로써 경쟁력 우위를 상실했으며, 지나친 성과주의가 불상사를 초래하게 된 것이죠.
미쓰비시 자동차의 실패사례는 GM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GM 역시 경쟁입찰 방식으로 낮은 가격의 부품을 공급받음으로써 결국 제품불량률이 1% 이상(도요타 0.01%)을 기록, 수많은 리콜 발생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세계 1위 자동차업체인 GM의 부품업체 쥐어짜기를 통한 원가절감은 자동차 품질의 저하와 협력업체의 몰락으로 이어졌고, GM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기업생존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위의 성공·실패 사례로 미뤄볼 때, 기업은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이 추진하려는 사업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판단하고, 핵심역량을 제외한 부가적인 부분을 아웃소싱 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이익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또, 아웃소싱을 단순히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개념의 변화도 뒷받침돼야 하겠죠.
SK하이닉스의 협력사와의 임금공유 방침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협력사와의 관계개선을 통해 함께 동반 성장하는 성공사례가 속속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