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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거부권,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로 막나?

총리 인준안-국회법 개정안 '물고 물린 청와대 vs 국회 타개책'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6.16 22: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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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국회 안팎이 어수선하다. 정부에 넘겨진 국회법 개정안과 맞물리면서 정국은 여야를 넘어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은 황 후보 인준안 본회의 통과 시한을 17일로 못 박고 단독 표결 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청문회에서 제기된 전관예우, 병역 기피 의혹 등에 대한 황 후보의 사과와 자료 제출 의무를 강화한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6일 황 후보 인준안 처리 협상을 시도했으나 의견차만 확인한 채 17일 오전 재 회동을 약속하고 빈손으로 돌아섰다.

새누리당은 18일 시작하는 대정부질문에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인준안을 직권 상정해주기를 기대하지만 정 의장은 "17일 오전까지 여야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 의장이 여야 합의를 강조하는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는 국회의 총리 후보 인준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는 "국회가 총리 후보 인준안 처리를 위한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국회가 총리 인준을 하지 않고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거들었다.

입법부는 총리 인준안을, 행정부는 국회법 개정안을 볼모로 팽팽한 시소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전날 국회가 정 의장의 중재에 따라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조항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꿔 정부에 넘겼으나, 청와대가 "한 글자만 바꿨을 뿐 달라진 게 없다"며 부정적 기류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구 조정은 시행령 수정의 강제성을 완화한다는 취지였다. 전날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에 앞서 정 의장은 "정부 우려 사항에 대해 여야가 충분히 숙고하고 협의를 통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앴다"며 "정부도 충분히 그것을 감안해서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 의장의 이 같은 확신은 자신의 중재안으로 '강제성 논란'이 해소된 만큼 거부권 행사는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풀이다. 일단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물밑 접촉을 통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의 설득 작업에도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는 또 재의결 처리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를 태세다. 여당은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 갈등 재연을, 여야 관계는 경색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청은 물론 국회와 정부 관계도 거부권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선뜻 내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장기화 속에 청와대가 스스로 '거부권 정국'까지 조성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청와대도 인준안 국회 본회의 의결을 기다리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황 후보에 대해 '부적격'으로 결론을 낸 상황에서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정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고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이 표결에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채운 뒤 과반의 찬성표를 던지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 처지에선 정 의장과 새누리당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따져 국무회의 의결 단계를 밟은 뒤 15일 안에 재의요구(거부권)를 할 수 있다. 메르스 정국,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공식적인 의견 발표를 미루고 '침묵 모드'에 들어간 청와대가 국회와 물고 물린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타개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