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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118] 복지유니온, 고령친화식품 '새 장르 개척'

연하식 브랜드 '효반' 출시, 국내 실버시장 신기원 신호탄 '일발장전'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6.16 15: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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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자리 창출은 대한민국에만 있는 사회적기업 개념이죠. 사회적기업만이 진입할 수 있는 시장에 알맞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접근해야 합니다. 즉, 자본보다 인간중심이어야만 하는 시장에 사회적기업이 진입해야 하죠. 똑같은 시장에 일자리만 창출한다는 목표로 사회적기업을 만든다면 분명히 망합니다. 이것이 한국형 사회적기업의 문제죠."

문을 열고 인사를 건네도 한여름 찜통더위 속 20여명이 가득한 사무실엔 선뜻 눈길을 돌리는 사람이 없다. '잘못 왔나' 싶었지만 이내 사무실 안쪽에서 한 사내가 나왔다. 다정하게 인사하지만 다부진 풍채에서 나오는 강한 목소리가 은근한 신뢰감을 전한다. 명함을 살피니 대표 직함 옆에 사회복지사란 단어가 나란히 놓였다.

9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경험이 장성오 대표가 지금의 복지유니온을 탄생시킨 계기이자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고령친화식품시장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제언을 인사 후 곧장 듣게 됐다.
 
◆식재료 납품부터 연아식 개발까지 '시장 선구자'

"사회복지사 3명이 장애인 거동조차 어려운 중증장애인 14명을 종일 돌보는 건 힘들었죠. 더 큰 문제는 환자 식사까지 사회복지사가 해결해야 한다는 거였죠. 정부로부터 조리사 인원을 배정받지 못하니 자원봉사자 혹은 공공 근로자가 그 일을 대신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니 결국 복지사 몫이더군요."

설립 4년차의 식자재유통 사회적기업인 복지유니온. 규모가 작은 소규모 노인복지관, 요양원, 장애인 주관보호센터 등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한사람의 경험을 앞세워 탄생했다.

2012년 7월, 사회복지사 장성오는 케어 교육사업소 '코미엔 복지연구소'를 만나 사회복지기업 복지유니온을 세상에 등장시킨다. 9년간 사회복지를 향한 열정과 정렬을 던지고 국내 전무한 노년산업에 뛰어든, 작지만 뜻이 있는 기업 대표로 거듭나던 순간이었다.

장 대표의 말을 빌리면 국내 복지시설 중 40%는 규모가 작은 영세시설에 속한다. 50인 미만 복지시설은 일반적으로 영양사가 없어 영양을 갖춘 식사 공급이 부족한 사각지대다. 일본연수 시절, 그는 주식회사 본사 영양사 한명이 상세한 레시피와 식단표를 작성한 뒤 전문업체 발주를 통해 시설에 납품하는 시스템을 접하게 됐다.

이를 통해 시설별 전문가 없이도 영양을 갖춘 식사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지한 뒤 사회적기업을 통한 영양사 채용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시설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관리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노인빈곤 1위 한국, 고령친화식품 장르 '全無'

선진국은 연금제도와 노인 지출능력이 우수해 이 분야 실버산업이 발달했으나 노인빈곤 1위로 치닫는 우리나라는 노인식인 고령친화식품 장르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됨에도 인식 및 제반시설이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 식품을 요구하는 대부분이 저소득 노인층이기 때문에 수요가 있어도 돈이 되지 않아 기업들이 접근을 꺼린다는 게 장 대표의 한탄이다.

유아식, 성인식 등 생애주기별 식단과 필요한 칼로리가 다른 만큼 아동, 일반인, 노인 등으로 구분해 식품영양 등을 따져야 하지만 현재 국내는 관련 이해도와 서비스도 적정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이다.

장 대표는 "고령친화식품 장르는 중증장애노인들에겐 삼킴장애가 심각한 만큼 꼭 필요하다"며 "치아기능 쇠퇴 및 질환으로 많이 먹지 못하고 뇌기능 저하, 중풍 등 혀가 굳어 보호자가 먹여야 하는 일도 있지만 목의 연아 기능이 떨어져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죽이 이 시장을 대체한다. 그러나 고령친화식품은 고열량이면서 소화 및 삼킴, 저작까지 잘 돼야 할뿐더러 노인에게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성분을 충분히 담아야 한다는 점에서 저열량식인 죽이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장 대표는 "죽은 저열량에 물성이 많아 노인이 기도로 넘기기 쉽고 뇌기능 문제 탓에 기도에 들어가도 그냥 넘어가기 쉬운데 폐에 조금이라도 음식물이 들어가면 염증이 생겨 폐렴까지 이어진다"고 걱정스런 목소리를 냈다.

시설 내 노인 대부분이 결핵, 감기에 따른 폐렴 외 음식물에 의한 폐렴으로 죽는다는 첨언도 들을 수 있었다.

◆고령친화식품 '고열량·소화·영양' 속 채울 트라이앵글

국내는 튜브를 통해 영양분을 삽입하는 '경관형 유동식' 방식도 일반화됐지만 외국은 장기사용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를 들어 일시적·단기적 방법으로만 적용한다. 따라서 해외 선진국은 고령친화식품에 다양한 식사 조리법과 상품이 존재한다.

장 대표는 초고령 사회가 왔을 때 노인의료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국내 실정에 맞춰 연하식을 개발하게 됐다.

복지유니온은 작년 가을, 식재료 기반의 연하식 고령친화식품 브랜드 '효반'을 내놨다. 식재료 납품영양관리만을 서비스하려 했지만 오랜 현장경험이 장 대표에게 시장 개척의 당위성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2013년 한양대학교 등과 산학협력을 통해 연하식 '효반'을 개발했고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이후 상용화작업을 통해 이가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고열량식 연하죽 17종과 씹을 수 있는 영양죽 15종을 출시했다. 소화가 잘되며 노인에게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을 영양 성분을 갖춘 식품이다.

하지만 브랜드 효반은 초기 투자비를 빼도 제품 한개 개발에 연구개발비 범위를 훌쩍 넘긴지 오래다. 매달 고정비만도 2000만원씩 지출된다. 작년 12월 복지유니온은 지불능력을 상실한 상황까지 처했다.

관리자급 이상 급여를 20~30% 삭감하고 지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효반을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하얀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었다.

현재, 효반을 통해 큰 매출은 일어나지 않지만 긍정적 피드백이 나오고 있다. 코에 호스를 낀 노인들은 줄을 빼고 효반식 대체 1년 뒤, 대다수의 몸무게가 늘었으며 사래 걸림으로 인한 병원 방문도 제로에 가까웠다. 음식 섭취에 소요됐던 시간도 40분에서 20분으로 줄었고 설사 사례도 감소했다.

지난해 효반을 프로모션했던 거래처에서도 매출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SK 행복나눔 대상 투자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긍정적 신호도 잡힌다. 무엇보다 '좋은 일을 한다', '좋은 제품을 개발한다' 등의 외부시각은 좌절을 희망으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노인복지회관, 고령친화상품마켓으로 거듭

복지유니온은 경기도 노인복지관협회와 협약 후 공동사업을 추진 중이다. 복지관 내 카페에 고령친화식품 전문매장을 만들자는 장 대표의 제안이 통한 것으로, 개인 지불능력에 맞춰 복지관이 유·무상 여부를 가리자는 역설이 공감대를 형성, 내년부터 실시하게 됐다.

장 대표는 "미국 노인복지회관은 사회적기업이 많은데 고령노인친화상품을 마켓으로 보는 것이며 수익으로 식사도 주고, 운동·교육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며 "경기도만 가도 화성, 동두천은 편의시설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노인들이 밥을 먹고 장도 보며 놀기도 하는 곳이 복지회관"이라고 짚었다.

이어 "노인복지관 일평균 방문수가 1000명이 넘는 만큼 이곳을 고령친화상품마켓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초생활수급자나 저소득층에만 무료급식이 이뤄지는 국내와 달리 가가호호 도시락을 전하는 유럽처럼 지역사회 복지 차원의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복지유니온의 거래처는 100여곳에 이르며 연매출은 2012년 1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18억원, 2014년 36억원 등 급성장 중이다. 이런 와중에 장 대표는 매출 증대를 이루겠다는 바람보다 다른 곳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바로 고령친화식품 R&D센터를 만드는 것.

제조식품을 생산은 시장이 커지면 큰 기업에 맡기고 현장 출신으로 현장의 요구를 잘 파악 중인 만큼 제품군을 비롯한 고령친화식품시장을 넓혀 많은 기업이 뛰어들게 만드는 사회적기업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인터뷰 말미 국내 사회적기업에 대한 일침도 보탰다.

장 대표는 "똑같은 시장에 일자리만 만든다는 목표라면 살아남기 힘들다"며 "확고한 목표 없이 운영되던 많은 기업들이 양산됐다가 대부분 사라졌는데 사회적기업이 접근해야 하는 시장은 따로 있는 만큼 시장개념과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더불어 "이런 의미에서 사회적기업 복지유니온은 사회복지 전달체계에서 일하는 기업"이라며 "산업이지만 복지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