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국회법 개정 중재안 朴 대통령 손에… 거부권 정국 오나

野 '문구 조정' 국회의장안 수용 "위헌 소지 여전" 청와대 기류 부정적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6.15 16:55:0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국회 논란이 15일 일단락될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다는 결정을 한  데 이어 정 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국회법 개정안 정부 이송에 대해 서명키로 했기 때문이다.

◆수정·변경 요구 문구… 요구를 요청으로

정 의장은 이로써 법안 통과 17일 만에 개정안을 정부로 이송하게 됐다. 정 의장은 앞서 지난 11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이송을 연기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의총)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 문제에 대한 모든 결정을 원내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새정치연합은 결국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방침을 정한 셈이다.

국회는 중재안 두 가지 가운데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것만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조치 중 '처리하고 보고한다' 앞에 '검토하여'를 추가하는 문제는 폐기됐다.

이와 관련, 이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 의총 뒤 자구 수정 절차를 통해 국회의장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부분과 정쟁을 유발하는 듯한 정부 태도에 대해 초당적으로 나서서 정쟁을 마무리하고 메르스 대책 등 민생 국회를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한다'는 문구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자구 수정에 한한 것"이라며 "(정부의 조치 중) '처리하고 보고한다' 앞에 '검토하여'를 추가하는 것은 중간 과정에서부터는 논의에서 빠진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요구'를 '요청'으로 바꿈으로써 정부 영역인 시행령 변경에 대한 강제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정 의장과 여야 원내 지도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류는 여전히 위헌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부정적 의견이 중론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내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식적으로 밝힌 만큼 '문구 조정'만으로 위헌성이 해소됐다고 청와대가 최종 방침을 정하기가 부담이 클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당 지도부, 국회법 개정안 폐기 수순 밟나

이날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청와대는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따라서 16일, 23일, 30일 예정된 국무회의에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권은 '거부권 정국'으로 빨려 들어갈 공산이 크다. 국회 재의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두고 당청 관계 악화, 여당 내 계파 갈등 재연, 여야 대립 격화 등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카드'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공식적으로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만약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국회 부의 및 재의결을 통해 국회의 뜻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인적 확답은 이미 한 상태라는 첨언도 있었다.

새정치연합으로선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오면 본회의에 상정해 재의결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여당 지도부가 이에 응하려면 당내 친박(親朴·친박근혜)계의 거센 반발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의 총공세를 버텨 내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이 따른다.

여당 지도부가 결국 국회법 개정안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유력한 시나리오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거부권 행사 시 본회의에서 재의 표결을 반드시 하도록 담보해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야당의 '재의 담보' 요구에 대해 "그 부분은 의총 결정 사안이기 때문에 약속해줄 수 없다"고 거리를 뒀다.

한편, 정의당은 새정치연합이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의 거부권 운운 협박에 국회가 지레 손을 들고 투항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제남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몽니에 입법부의 권한을 내팽개친 새누리당과 국회의장은 물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국회의 입법권과 야당의 역할을 포기한 새정치연합의 행태도 매우 유감스럽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