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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삼성그룹 ③ 후계구도… '통합 물산시대' 돌아갈 몫은?

영역별 몫 분배는 유지 가능성, 계열분리는 먼 미래 얘기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6.13 14:3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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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삼성그룹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삼성그룹의 3세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지난해 10월 마카오공항과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사업권을 따냈다. 본업인 호텔사업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쏟는 중이다.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를 2016년까지 모두 10개로 확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경기침체 여파를 타고 있는 패션업계에서 분투 중이다. 국내 패션시장에서 토종 브랜드인 빈폴아웃도어와 에잇세컨즈 등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들 삼남매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전자 및 금융, 이부진 사장은 호텔 및 레저, 이서현 사장은 패션 및 미디어라는 후계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앞으로 이 구도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여전히 뒤따르고 있으나 계열분리 가능성에 대한 주장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후계구도 변화 가능성 없나

삼성그룹이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추진하면서 '통합 삼성물산시대'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지도 새삼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그룹을 지탱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합병안이 순조롭게 통과되면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증권·카드'와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전기·중공업'으로 큰 흐름이 나뉜다. 통합 삼성물산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거느리는 투트랙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즉 지배구조가 한결 명쾌해지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 변경 덕에 가장 수혜를 받는 이는 장남인 이 부회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점에 이번 이벤트의 효과가 집중됐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최대주주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지분은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직+물산' 합병으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게 돼 이 부회장에게 힘이 실리게 된다. 삼성전자 지배력을 지금보다 높이면서 삼성생명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부진·서현 자매의 몫챙기기는 이후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다. 딸들의 몫으로 거론되던 사업들이 대부분 통합 삼성물산의 사업으로 자리 잡게 돼 굳이 분리를 할지에 대해 단기적인 부정론이 나오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분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여전히 존재한다. 제일기획의 경우 이서현 사장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 5%가량을 활용, 언제든지 제일기획을 분리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텔신라의 경우 아직까지 소유구조 개편이 없었지만 향후 이 문제를 정리할 여지가 있다.

◆관련법 개정 비롯 큰 관문 남아…지주회사 전환은 안 하려나

계열분리 문제와 함께 난제로 꼽히는 것이 지주회사 전환 여부다. 곧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다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 강화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이 열쇠를 움켜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의 최종적인 과제로 거론되는 순환출자의 해소나 삼성전자 지분율에 대한 이 부회장의 장악력 강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을 겨냥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상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하게 될 이 법안이 아니더라도,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 의결권 제약 등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설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오나, 이번에 엘리엇 매니지먼트에게 공격받은 것처럼 외국계 지분 보유 측에 의해 출혈을 강요당할 수 있어 이 카드 활용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의원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당장 정리가 어렵다고 하면 5년 기간을 늘린다든가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처럼 충분한 유예 기간 마련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장기적으로 풀이하는 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친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공익재단에 기탁하는 것으로 상속 문제를 터는 시나리오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10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제언을 빌리면, 이번 안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출자한 공익법인은 보유 중인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3세들이 상속 부담을 처리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매듭짓기에는 아직 갈 길이 적잖아 남은 셈이다.

결국 삼성은 현재 그룹 승계의 기본적인 방향성에서는 의미 있는 전진 중이지만, 모든 문제를 빠르게 마무리하는  화수분을 쥐고 있다고는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주회사 전환 등 여러 거론되는 이슈들을 처리하고 승계 문제를 타결 짓기 위해서는 시장과의 대화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는 과제가 새로 부각되며 이는 3세들이 부과받은 또 다른 몫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