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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삼성물산 가처분 '냉정과 열정 사이 절묘한 手'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6.09 18: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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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든 엘리엇의 행보는 과거 헤르메스 등 '치고 빠지기'를 통해 차익 실현을 한 일명 '벌처 펀드'식 전형을 보일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9일 서울중앙지법에 엘리엇이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산업계에선 엘리엇이 과거 다수의 투자 사례에서 송사를 불사하는 '행동주의' 성향을 보일 가능성에 대해 눈길을 주고 있다. '고강도 장기 공방'을 벌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가처분 신청은 내달 17일 개최될 임시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결의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이번 합병안에 대해 엘리엇이 주장해온 골자, 즉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는 점을 공식적 절차를 통해 지적한 셈이다.

이는 지난번 보도자료 배포와 달리 삼성물산에 대한 공세의 명분을 한껏 강조하고 갈등 해결의 제도권 수단에 기댈 여지도 있음을 선언하는 것이며, 동조 세력에 결집 신호를 보낸 것이라 볼 수 있다.

일단 엘리엇이 삼성 측과 주주총회의 표 대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여의치 않으면 보유지분 가치 최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볼 때도 이 같은 소송 가능성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합병 기준가액 5만5767원으로 환산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4배에 불과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또한 삼성물산 우선주에 대해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주당 0.35주의 제일모직 주식을 교부하기로 결정했다는 점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목이다. 

불만이 있으면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라는 반론도 있으나, 이 수단 하나로 모든 것이 치유된다는 주장은 퍼즐조각이 일부 부족한 퍼즐처럼 설득력이 완전치 않다는 재반론도 나온다. 

주주총회 대결을 골자로 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엘리엇에게 우군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점이 거론된다. 외국인 투자가의 상당수가 결국 주주총회에서 엘리엇의 우군 라인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외국인 투자가들로서는 불만이 있겠으나,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급락할 게 확실한 상황에서 자충수를 둘 투자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결국 엘리엇이 강공을 펼치면, 정서적으로 국민연금 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주와 시장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진 점을 외국인 펀드인 엘리엇이 자극하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 강화를 촉구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경우, 이번 합병 무리수 논란 이전에도 그룹 지배구조에 개별사 이익을 희생시킨다는 지적이 없지 않았다. 일례로 2004년 9월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대거 매집한 것에 대해서도 고질적 지배구조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이제 이런 병폐적인 행보에 제동을 걸 국민연금 등 페이스 메이커가 등장한 만큼, 이 같은 역할론을 자극하는 원칙론이 먹히기 적당한 때라는 제언이다. 그 방법으로 엘리엇은 소송 특히 본안에 앞선 가처분 등 각종 절차를 모두 사용할 가능성이 이번에 일부 확인되고 있다.

가장 냉철한 카드로 보이면서도, 시장 바깥의 한국적 경제구조의 문제와 이에 대한 비판론 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열선을 복안으로 깔고 있는 양수겸장의 수단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