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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호나이스 횡령사건 수임…전관예우 비밀의 빗장"

황교안 총리 후보 인사청문회 이틀째 '자료 내놔라 vs 못 준다' 파행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6.09 17: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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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회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9일 황 후보의 도덕성과 총리로서의 자질·능력 등을 집중 검증했다.

야당 의원들은 황 후보의 전관예우 의혹과 황 후보 장남의 군복무 특혜 및 각종 의혹을 추궁하며 황 후보의 부적격성을 부각시키는 데 전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하는 의혹과 관련, 황 후보에게 충분한 설명 및 해명 기회를 주고 정책 질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심대법관 친구 덕에 대법원 상고심서 무죄 파기 환송?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새정치연합) 의원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전날에 이어 황 후보의 변호사 시절 수임내역 및 전관예우 의혹을 재차 검증대에 올렸다.

우 의원은 청호나이스 그룹 정휘동 회장의 횡령사건과 관련, 황 후보가 속했던 법무법인 태평양이 다시 수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아무리 봐도 재판관이 황 후보 친구라서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1, 2심을 대리했던 황 후보가 속했던 태평양이 모두 패소함으로써 다른 법무법인인 김앤장에 일이 넘어갔다가 주심대법관이 바뀌면서 갑자기 태평양에 다시 맡겨졌다. 당시 태평양 고문으로 있던 황 후보가 주심대법관의 고교 동창생, 같은 반 친구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대법원 상고심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전날 황 후보는 "당시 주심대법관과 전화 통화도 한 적 없다"고 답변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당시 황 후보와 피고인 모두 주심대법관이 황 후보와 어떤 관계이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전관예우의 전형'이라는 주장이다.

황 후보는 야당 의원들이 이 사건을 상세히 파고들자 "그 분(정 회장)의 생각은 알 수 없지만 그러한 걱정을 전체적으로 하지 못한 부분은 제가 사려 깊지 못했다"고 거듭 사과했다.

박 의원은 황 후보 측의 수임사건 관련 선임계 제출 여부를 따져 물으며 탈세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부산 여자가 드세다" 발언 논란 "대단히 잘못했다" 사과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은 전날 제기했던 황 후보 장남의 군복무 특혜 의혹과 관련 "장남의 대구 지역 군복무 기간과 황 후보의 대구고검장 근무 기간이 겹치는데 우연의 일치로 볼 수도 있나"라며 당시 장남의 부대 사령관과 황 후보가 같은 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정황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또 "아들의 군 시절 주특기가 보병에서 물자관리병으로, 또 행정병으로 바뀌었다"며 "의아한 점은 아들이 KT에 입사원서를 쓸 때는 부관으로 기록했는데 실제 어떤 일을 했는지 애매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황 후보는 "전혀 부끄러움이 없다"면서 "아들의 자대배치는 훈련소에서 한 것이고, 제가 대구고검을 언제 떠날지 모르는데 혜택을 주려고 아들을 보냈겠나"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같은 당 은수미 의원은 황 후보가 2001년 기독교계열 재단법인 아가페의 이사로 취임한 뒤 겸직허가를 받았는지 추궁했다. 한 차례 허가를 받았지만 기간은 3년이었고 이후로는 허가받은 기록이 없다는 질의였다.

황 후보는 "필요한 절차를 밟았다"는 답변을 했다가 "위증"이라고 은 의원이 거세게 몰아붙이자 자료 보존 기간이 지났다며 맞받아쳤다. 

"부산 여자가 드세다"는 황 후보의 과거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청문회 직전 지난 2004년 부산지검 검사 재직 시절 기자간담회에서 "부산은 전국에서 뺑소니와 부인을 구타하는 폭행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부산 여성이 드센 이유도 있고 부산 남성은 말싸움이 안 되니 손이 먼저 올라가는 것"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황 후보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점에 대해서는 대단히 잘못했다"고 언급했다. 

◆메르스 사태 속 박 대통령 방미 "미국에 중요한 일정 많아…"

여당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견해 등 현안 및 정책에 대한 황 후보의 견해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상황과 관련 "지난 1년은 과잉투자 및 분산개최 논란으로 허송세월했는데 이제 그 논란은 종료돼야 한다"며 "총리가 컨트롤타워가 돼 대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종훈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전관예우, 재단법인 이사 겸직 논란 등의 의혹에 대해 황 후보에게 해명의 기회를 줬다.

김제식 의원은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법무부 소속 부장검사 2명이 파견된 데 대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지명 소감 때의 다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황 후보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이달 중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김광진 새정치연합 의원의 지적에 응대해 "지금으로서는 현장 상황을 더 검토하면서 대책을 생각하는 게 좋겠다"고 제언했다.

황 후보는 이와 함께 "다만 미국에 중요한 일정이 많이 잡혔기 때문에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총리 후보 용비어천가에 청와대 흡족…국민 상처 깊어"

메르스 사태 속에 열린 이틀째 청문회에서도 추가 의혹이나 구체적 물증이 나오지 않으면서 '맥빠진' 청문회라는 전언도 나온다.

야당 내부에서는 황 후보 측의 자료제출 지연이 이 같은 상황의 원인이라는 성토와 함께 청문회의 정상적 진행이 힘들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새정치연합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청문회를 계속 진행하는 건 무의미하다" "황 후보는 자료제출 요구에 즉각 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건, 노무현 대통령의 이해찬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것은 이 정권의 불행이자, 온 국민의 불행"이라며 "2003년 사스 사태처럼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할 그런 총리 부재는 인사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강기정 정책위원회 의장은 전날 청문회를 얘기하며 "'박 대통령의 (메르스) 대처가 늦은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통령은 제때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해 국민들의 부아를 치밀게 했다"고 꼬집었다.

여기 보태 "총리 후보의 용비어천가에 청와대는 흡족할지 모르겠지만, 메르스 확산 속에서 하루하루 근심이 커가는 국민들의 상처는 깊어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마치 리포트도 내지 않으면서 학점을 달라고 하는 학생이나 마찬가지"라며 "총리가 되고자하는 자는 누구라도, 청문회를 위해서 청문회 위원들이 요청하는 자기 신변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고 황 후보를 압박했다.

한편, 이 시각 황 후보에 대한 청문회는 파행을 빚고 있다. 오전 질의를 낮 12시에 마치고 정회 후 오후 2시 속개하려 했으나 "자료 제출이 충분치 않다"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에 따라 지연되는 것.

여당은 "송무사건은 비밀보호의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처벌받게 돼 있다"면서 "후보가 결국 변호사법 위반이 돼 야당의 '비공개 열람'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