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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돈 "황금알 거위, 면세점을 사수하라"

유통 재벌 오너들의 경영능력 시험대…자존심 대결 '시작'

전지현 기자 기자  2015.06.02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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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5년만에 허용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두고 총 21개 기업(컨소시엄)이 도전장을 내놨다. 주어진 티켓은 서울 시내면세점의 경우 대기업 2곳, 중견·중소기업 한 곳이다. 한 곳뿐인 제주 시내면세점에는 총 3곳이 참여했다. 시내 면세점은 큰 임차료가 부담인 공항면세점과 달라 수익성이 좋다. 특히 최근 급증한 외국인 관광객 덕에 침체된 유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미래 성장사업,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진다.

1일 마감된 서울 지역 대기업 참여 일반 경쟁 입찰에는 △HDC신라면세점(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 JV) △현대DF(현대백화점) △롯데면세점 △신세계DF(신세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웍스 △이랜드면세점, 총 7개 업체가 참가신청을 했다.

서울 중소중견(1개)은 △유진디에프앤씨(유진기업) △에스엠면세점(하나투어 컨소시엄) △파라다이스그룹 △하이브랜드듀티프리(인평) △세종면세점(세종호텔) △그랜드동대문디에프(그랜드관광호텔) △중원산업(중원면세점)과

△동대문듀티프리(한국패션협회) △신홍선건설 △서울면세점(키이스트) △듀티프리아시아(삼우) △심팩 △청하고려인삼 △동대문24면세점(굿모닝시팅쇼핑몰) 14곳이 출사표를 던졌다.

중소·중견기업 대상 제주지역(1개)은 엔타스듀티프리, 제주관광공사, 제주면세점 3곳이 신청했으며 관세청은 서류 심사, 현장 실사 등을 거쳐 내달 중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영능력 시험대'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신동빈 롯데 회장

공교롭게도 단 2장 걸린 서울 시내 면세점 대기업 참여 경쟁에 오너 경영이 확고한 유통 재벌기업들이 도전장을 던져 총수들의 입지와 자존심 대결로 연결되는 양상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잡고 6만5000㎡ 규모 '세계 최대 도심형 면세점'을 내세웠다. 초기 자본금 200억원을 시작으로 1차년도에만 총 3500억원을 투자할 만큼 사활을 걸고 '적과의 동침'을 마다하지 않았다.

업계는 이번 시내 면세점 유치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고히 다진 상황에서 이부진 사장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경영능력 시험대'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내면세점 확보에 성공하면 호텔 신라 면세사업에 있어서도 해외진출과 확장을 향해 도약할 계기될 수 있어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초, 형을 제치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번 시내면세점 유치가 그의 경영입지를 확고히 할 계기가 된다. 더군다나 서울 소공점과 롯데월드몰점 면세점 계약이 올해 12월 만료되는 만큼 이번 입찰은 절대 놓칠 수 없다.

그러나, 면세시장 점유율 52%(지난해 매출 기준)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면세점 롯데면세점은 독과점 논란 때문에 이 같은 속내와 달리 조심스런 행보를 보였다.

이미 서울에 '소공동, 잠실, 코엑스' 세 곳에 사업장을 보유했기 때문에 이번 신규사업권까지 추가로 따낼 경우 서울 핵심 관광 요지에 4개 사업권을 갖게 된다. 즉, 면세시장 점유율 60%를 훌쩍 넘겨 '독과점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30년 노하우에도  중원면세점과 손잡고 조용한 입찰에 나섰다.

◆'불황 속 면세점이 도약 계기' 정지선 회장·정용진 부회장

지속되는 불황과 정부 규제로 유통업계의 침체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08년 회장 취임 이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보수적 행보를 지속한 탓에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하지만 백화점사업 성장 정체로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야 했고, 이후 한섬과 리바트를 인수에 이어 작년 아웃렛 진출 등 새 사업에도 도전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는 관세청이 제시한 '사업자 선정 여섯 가지 심사 평가' 중 최고점인 300점을 차지하는 '운영인의 경영능력'에 있어 불리한 입장이 놓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탓인지 현대백화점그룹은 '상생'을 지속 강조하며 파격적인 사업계획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유통 및 관광 분야의 중소·중견기업 등이 주주사로 참여한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해 시내면세점 출사표를 내던졌다. 시내면세점 특허 신청에 참여한 대기업 중 중소·중견기업을 주주사로 참여시켜 상생 협력모델을 구축한 건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다.

아울러 2일, 중소·중견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 단지 내 대규모 고품격 라이프스타일 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최고 프리미엄 면세점을 추구하며 이미 루이비통, 구찌, 불가리 등 80여개 해외브랜드 입점의향서(LOI)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 더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중소·중견기업 안정적 판로 제공을 위해 국산품 매장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 매장으로 꾸민다는 계획도 전했다.

중소·중견기업 매장은 에스컬레이터 주변, 벽면 매장 등 면세점 내 매장효율이 높은 A급지에 배치, 판매실적과 상관없이 최소 2년 이상 매장 유지기간을 보장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언급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기부금 비율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면세점 특허기간인 향후 5년간 약 300억원 가량을 환원하게 된다.

통상 상장기업 평균 기부금 비율이 영업이익의 약 1% 수준임을 감안할 때, 현대백화점그룹의 면세사업 관련 기부금 비율은 20배에 달하는 셈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면세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활동을 구체화했다. 2012년 9월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김해공항, 올 2월 인천공항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와 신라, 2강체제로 굳어진 면세시장에 확고한 입김을 세우기 위한 계기 마련이 없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번 시내면세점 유치에 성공할 경우, 신세계는 면세시장에 급속도로 도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랜 불황 속 전통 유통 채널 실적부진을 보완할 확실한 먹거리 창구가 된다. 이 때문인지 신세계는 그룹 상징이자 모태인 국내 1호 백화점 명동 본점 명품관(본관) 전체를 시내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까지 내세우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연초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 중요성을 강조할 만큼 시내면세점에도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는 1일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사업권 획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