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타는 의전 차량으로 잘 알려진 ‘캐딜락’은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왠지 멀게 만 느껴지던 럭셔리 카의 대명사였다.
그런 캐딜락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간 에스컬레이드 CTS SRX STS, DTS 등을 거치며 보여준 디자인 변화가 트랙에서의 ‘스타트 라인(Start Line)’이었다면 ‘베이비 캐딜락’, ‘리틀 캐딜락’이라고 일컬어지는 엔트리급 중형 세단 BLS의 탄생은 ‘헤어핀 커브(Hairpin Curve; 여성의 머리핀 모양을 한 급커브)’라고 볼 수 있다.
유럽 및 아시아의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캐딜락이 야심차게 개발한 BLS는 ‘정통 캐딜락’이라기 보다 GM의 자회사인 사브(Saab)가 자랑하는 ‘9-3 스포츠세단’의 ‘캐딜락 버전’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실제로 BLS가 생산되는 곳은 스웨덴의 사브 공장이고, 이 차는 미국 시장에선 판매되지 않는다.
BLS의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680, 1760, 1450mm다. 이는 현대차 쏘나타의 4800, 1830, 1475mm 보다 오히려 작고,. 아반떼의 4505, 1775, 1480mm와 비교하면 전장만 175mm 길 뿐이다. ‘베이비’, ‘리틀’이란 애칭답게 한 마디로 ‘아담 사이즈’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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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차와의 첫 대면에선 ‘작다’는 느낌 대신 캐딜락 특유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V형 크롬도금 프론트 그릴, 수직으로 배치된 바이-제논(bi-xenon) 헤드램프, 보디와 컬러가 동일한 범퍼에 내장된 안개등, 넓은 공기 흡입구 등 캐딜락 패밀리룩이 살아있는 미래적이고 도시적인 분위기는 ‘몸집’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뒤를 보면 더욱 캐딜락스러웠다. 트렁크 리드에 설치된 최첨단 LED 센터 하이 스톱 램프와 수직 배치된 테일 램프가 그것이다..
또한 앞쪽으로 올수록 낮고 뾰족해지는 다른 ‘캐딜락 형님’들과 비슷한 왯지(송곳)형 디자인은 역동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반면 BLS의 인테리어는 소박했다. 캐딜락의 럭셔리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각종 리모트 콘트롤이 내장된 3 스포크 스티어링 휠이나 원형 계기판 등에서처럼 사브 9-3의 실용성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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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스티칭이 강조된 고급 가죽 시트였다. 그곳엔 BLS가 추구하는 캐주얼함이 그대로 살아있었다. 이 정도면 전세계 트렌드세터들에게 어필하기 좋을 것 같았다.
오히려 글로브 박스 위와 도어트림, 변속 장치 주변 등 서너 곳에 불과한 레드 월넛 원목 장식은 생뚱맞았다. 차라리 기어 노브나 스티어링 휠 등과 마찬가지로 메탈로 장식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왕 타깃을 젊은 층으로 잡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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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자정 무렵 서울 강남에서 경기 팔당까지 이어지는 고속화 도로를 달려봤다.
캐딜락 특유의 묵직하면서 거센 ‘훅’은 아쉽게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에 장착된 최고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6.9kg.m의 2.0L 직렬 4기통 터보엔진은 미국 대통령이 타는 DTS의 291마력짜리 4564cc V8 엔진이나 경호용으로 쓰이는 에스컬레이드의 345마력짜리 5967cc V8 엔진에 비한다면 완전 ‘애송이’이기 때문이다.
대신 과거 사브 9-3 스포츠를 몰 때 느낀 것 못잖은 날카롭고 단호한 ‘스트레이트’가 있었다.
게다가 BLS의 제로백 가속시간은 7.5초로 모체가 된 사브 9-3의 9초대 보다 오히려 빨랐다.
특히. 주행 성능에 비중을 두는 ‘유러피안 스포츠 세단’을 추구해 전륜구동(FF) 방식을 채택했지만 BLS는 ‘브랜드’만 캐딜락이 아니었다.
캐딜락 특유의 정숙하고 안락함은 상당 부분 이어져 웬만한 노면 충격은 자연스럽게 흡수됐으며, 150km 이상 내달리는 동안에도 외부 소음이나 차체 떨림을 느끼기 힘들었다.
또한, 전륜구동 차량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와인딩 로드에서도 절묘한 코너링 성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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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차’로 정평이난 캐딜락과 사브의 합작품답게 EBD (전자제어 제동력 분산 시스템) 내장 ABS, TCS(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BA(브레이크 어시스트), StabiliTraK(스태빌리트랙), CBC (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 등 첨단장치와 프론트, 사이드, 커튼 등 에어백 6개 등 안전장비도 두루 갖췄다.
국내 수입된 캐딜락 중 가장 저렴한 4180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을 통해 ‘아무나 못타는 차’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로 탈바꿈하고 있는 캐딜락. ‘헤어핀 커브’를 너끈히 통과해 영광의 ‘피니시(Finish) 라인’을 향해 줄달음칠지, 아니면 안타깝게 리타이어(Retire; 완주 실패)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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