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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계륵 같은' 배타적사용권 "증권시장에서도 그닥…"

신상품 개발 어렵고 짧은 부여기간 탓에 실효성 낮아

정수지 기자 기자  2015.05.29 16: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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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신상품 개발회사의 선발이익 보호를 위해 일정 기간 다른 회사가 유사 상품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독점적 판매권인 '배타적사용권'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상품 과포화 상태인 업계 시장에서 신상품 개발이 쉽지 않고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상품 효과가 적은 탓에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청 건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고, 배타적사용권의 실효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획득 최다…효과 미비 탓 신청 건↓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15곳, 자산운용사 4곳에서 총 46개의 배타적사용권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9개)이며 KDB대우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6개를 보유하며 그 뒤를 이었다.

배타적사용권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제2-100조'에 따라 △기존 국내외 상품 또는 서비스와 비교할 때 독창성 정도(40%) △금융시장의 발전 등 국민경제 기여 정도(30%) △금융거래에 있어서 고객의 편익제고 정도(15%)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에 투입된 인적·물적 자원 투입 정도(15%) 등을 평가해 부여된다.

그러나 배타적사용권 부여기간이 워낙 짧아 실효성이 낮고 주관적인 심사 기준 탓에 신빙성마저 떨어지고 있다.

사용권 획득 여부와 부여기간은 심의배점표에 따른 출석위원별 배점의 합계 평균점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평균 3개월 정도 부여기간을 받는데 이 기간 동안 신상품 출시에 따른 시장 반응을 파악하기에는 너무 짧다"며 "배타적사용권은 특허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특별한 매출 효과도 적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배타적사용권을 가장 많이 부여 받은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의 경우 한 달 동안만 2000건 정도가 발행되자 더 이상 특별한 ELS 상품 구조를 만들기 힘들고, 신상품 개발만을 위해 인적·물리적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대체로 신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매년 평균 10건 정도 신청이 들어온다"면서도 "심위위원회까지 가는 상품은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도 배타적사용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얻었다고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상품 보다는 고객들에게 얼마나 좋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부분 상품들은 스텝다운형 상품이기 때문에 배타적사용권이 크게 중요하지 않아 굳이 획득할 필요는 없다"고 말을 보탰다.

◆금융업계 "실무자 의견 수렴해 제도 개선해야"

배타적사용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부호를 붙이는 곳은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보험업계, 은행업계도 마찬가지다. 업계 모두 신상품 개발의 어려움과 짧은 부여기기 탓에 특별한 매출효과가 없는 것은 공통 사항이기 때문.

여기 더해 배타적사용권 신청 때 상품내용을 세세하게 공개해야 하는 점도 배타적사용권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새나갈 경우 오히려 타사가 더 쉽고 빠르게 상품개발을 할 수도 있는 탓이다.

이와 관련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받아도 3개월 후면 비슷한 타사의 신상품이 출시된다"며 "마케팅에 있어 '업계 최초'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실제로 생명보험사 25곳, 손해보험사 18곳 가운데 배타적사용권을 얻은 곳은 각각 18곳, 6곳에 불과하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2006년 기준 신청 건수는 29건, 이 가운데 고작 7건만 배타적사용권을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변동요인이 많아 배타적사용권 획득을 위한 신상품을 만들기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 출시되는 상품들이 비슷하다"며 "이에 따라 배타적사용권이 검토되거나 논의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장 6개월인 부여기간을 최대 1년까지 연장하더라도 '소비자 피해'는 불가피하다. 독점적으로 장기간 배타적 사용권을 사용하는 상품 개발사 탓에 여러 상품을 비교해 선택해야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조가 노출되지 않도록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배타적사용권이 진정 독점 회사에게 이점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실무자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