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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뉴스평가위 '얕은 재미의 시대'에 죽비 되길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5.29 15: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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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28일 '공개형 뉴스 제휴 평가위원회'(가칭) 설립을 제안하고 나서 언론계 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두 회사는 현재의 포털 뉴스 공급 체제가 동일한 키워드를 서로 베껴 무한복제 재생산하는 이른바 '어뷰징' 뉴스와 기사를 악용하는 '사이비 언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간다는 위기 의식을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신문협회·온라인신문협회·인터넷신문협회·언론학회·언론진흥재단 등 언론 유관기관 주도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제 평가위가 탄생하게 되면 독립적으로 포털의 뉴스 제휴를 심사하고, 이미 제휴 중인 언론사와의 계약 연장이나 해지 여부도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라 실효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사실상 언론계에 자정 책임을 넘기려는 조치라는 인색한 해석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공공적 성격의 외부 기구를 통해 뉴스 제휴 시스템의 건강을 담보하겠다는 발상 전환 자체는 과거 포털들이 보여 온 태도에 비해 한결 진일보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간 학계 등 일각에서는 뉴스의 연성화와 어뷰징 등 저질화 경향을 막을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우수한 뉴스를 선별, 육성하고 한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해 왔으나 민간 사업자인 포털에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이 무리하는 반론이 제기돼 사실상 탁상공론에 머물러 왔다.

초기 설치와 구성, 운영면에서 난제가 없지 않겠지만 이 같은 기구가 활동하는 것은 언론 본질의 역할론을 정립하는 것은 물론, 포털에게도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서강대에서 열린 '제 1차 디지털 생태계 진단포럼'에서 이른바 큐레이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 뉴스의 연성화, 어뷰징 뉴스의 득세 등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에서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큐레이션이란 이른바 '얕은 재미'를 추구하며 네티즌들과 전문 기자들이 창작한 콘텐츠를 수집·전재해 대중적 인기를 끌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큐레이션 매체는 새로운 저널리즘 모델로 보기도 어렵고, 오히려 언론 발전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연구자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언론의 연성화가 극대화되고 상업성만 앙상하게 남은 최악의 상태가 어뷰징 장사이겠는데, 이는 정보를 치밀하게 직조해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뉴스를 짜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파편을 긁어 보아 그럴 듯하게 큐레이션을 하는 일이라고 바꿔 말해도 무방하다. 즉 어뷰징 등 현재 언론의 적폐는 재미만 추구하는 뉴스의 큐레이션화로도 설명할 수 있다.

그간 포털이 뉴스의 큐레이션화라는 악화 국면을 사실상 방치해 왔는데, 뉴스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이제라도 기울이겠다는 점은 그런 점에서 만시지탄의 감은 있으나 의미가 새로운 것이다. 포털이 '얕은 재미'를 추구하는 대가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많고 많은 민간기업 모델 중 하나로 전락하지 않고 '정보의 관문'이라는 본연의 위상을 회복하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격한 의견인지는 모르겠으나, 포털 스스로 가벼운 콘텐츠의 득세를 방치하면서 많은 것을 얻어 왔다면, 이제 그런 기능을 각종 큐레이션 업체가 파고들어 포털의 몫을 잠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지적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뉴스 공급과 심사 과정의 변화는 포털이 언론을 위해서 뭔가를 해 준다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포털 스스로 질높은 정보의 바다로 거듭나면서 존재 의의를 확인해 나가려는 자가치유의 측면도 크다고 본다. 이번 제도 개선 노력이 얕은 재미의 시대에 매몰돼 흘러가는 시대적 상황과 일부 언론의 상황에, 또 포털 스스로에게 죽비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