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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25시] 김상곤-김문수 얄궂은 인연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5.28 15: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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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에 선임되면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과의 얄궂은 인연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멀게는 서울대 경영학과 1년 선후배 사이로 김상곤 위원장과 김문수 위원장은 당시 학생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론가와 행동가였다고 전해집니다.

가깝게는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지역에서 행정과 교육행정을 대표하는 수장으로 맞붙었기 때문인데요.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기관장은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정책이나 서로의 공약 사항을 두고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무상급식' 지원비를 둘러싼 갈등을 꼽을 수 있죠. 2009년 4·8 경기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김상곤 위원장은 경기도 31개 시·군과 경기도청에 무상급식 지원비를 요청했는데요. 당시 경기지사였던 김문수 위원장은 이를 '포퓰리즘'이라 규정하고 교육청이 요청한 600억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김문수 위원장이 반대하든 말든 경기 지역 시·군의 무상급식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달랐는데요. 초등학교 5~6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급식 확대 방침의 교육청 사업 취지와 계획에 공감한 시군은 형편이 되는대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편성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때는 무상급식 공약이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켰죠. 결국 김문수 위원장도 이를 기점으로 무상급식에 항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는데요. 경기지사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위원장은 무상급식 앞에 '친환경'을 덧붙여 400억원을 지원하게 됩니다.

두 사람의 적대 관계는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까지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김상곤 위원장이 경기지사에 도전하면서 내건 '무상버스' 공약을 두고 김문수 위원장이 '공짜 바이러스 전파'라고 공격하는 등 장외 설전을 벌였죠.

이런저런 정치적 계산 끝에 삼선 지사와 삼선 교육감을 포기한 두 사람이 딱 1년 만에 여의도 정치 무대서 재격돌하게 된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 모두 원외 인사이면서도 여당과 제1 야당의 쇄신작업과 혁신안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데요.

먼저 지난달 15일로 위원회 활동을 마감한 김문수 위원장이 거둔 성과를 살펴보죠. 새누리당은 지난달 9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20대 총선부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키로 결정했는데요.

표결인 아닌 박수로 추인해서 화제가 됐죠. 작년 7월 전당대회 출마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김무성 대표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인데요. 김문수 위원장 역시 "야당이 국민공천제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반드시 국민공천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죠. 

실현 가능성을 따져볼까요. 오픈프라이머리는 소수 권력자가 행사하던 공천권을 일반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죠. 하지만 부작용도 따릅니다. 상대당의 지지자가 경쟁력이 약한 후보가 선출되도록 투표하는 '역선택'의 문제나 '돈선거' '동원선거'로 변질될 수도 있고요, 또 정당과 당비를 내는 당원의 존재 이유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는데요.

이 때문에 여러 차례 열린 새누리당 의총에서 의원들이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었고, 이날 의총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결국 추인하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다룬다는 단서가 붙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야당에서 오픈프라이머리에 부정적이라는 게 문제였던 거죠. '김문수 혁신안'은 실제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다시 김상곤 위원장에게 시선을 돌려볼까요. 김상곤 위원장이 경기교육감 시절 무상급식을 비롯해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고교평준화 확대 등 개혁적 교육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고강도 쇄신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상곤 위원장은 혁신기구 위원장 수락 기자회견에서 "저에게 누군가가 위원장 자리는 독배나 다름없다, 혁신이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는 말을 했는데 어쩌면 맞는 말일 수 있다"며 "저는 반드시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명백하다는 것을 생각했다"고 밝혔는데요.

김상곤 위원장은 김문수 위원장과 달리 정치 신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원장 자리가 향후 정치 생명을 좌우하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