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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문재인 제안 거부 '2차 文-安 연대' 무산

"당 밖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 하나" 조국 교수 추천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5.20 18: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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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일 당 쇄신작업을 주도할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로써 지난 2012년 대선에 이은 '2차 문-안 연대'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안 의원이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적임자로 추천했고, 앞서 조 교수도 "권한을 주고 혁신내용에 동의한다면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언급을 해 '조국 혁신위원장 카드'가 대안으로 부상할지 관심이 모인다.

◆安, 짧지 않은 대권 가도 '구원투수' 역할 고사

안 의원은 이날 자료를 내고 전날 문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해 "어제 문 대표와 당 혁신의 당위성에 대해 공감한 바 있으나, 제안을 받고 제가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씀드렸다"며 "혁신위원장은 당 밖의 인사가 맡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라는 말씀도 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발표하지 못한 것은 혁신위원장 인선이 될 때까지 발표를 유보해달라는 문 대표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불필요한 억측을 피하기 위해 문 대표의 양해를 구하고 오늘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전날 문 대표는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 간 갈등 수습을 위해 '안철수 혁신위원장 카드'를 정식으로 내밀었다. 이에 따라 문-안 연대가 성사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었다.

문 대표는 전날 오후 당내 최대 대권 경쟁자인 안 의원과의 회동에서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정식 제안했다. 안 의원이 이를 수용하면 지난 2012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 문-안 연대의 성사였다.

안 의원의 혁신기구 위원장직 제안 거부는 계산 끝에 참여해봤자 별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2년 6개월이나 남은 짧지 않은 대권 가도에서 구원투수로 역할에 실패할 경우 내년 총선 패배는 물론 수면 아래 가라앉은 계파 갈등 책임까지 떠안게 될 공산이 크다는 것.

◆文 향한 '친노 패권주의' 비판 더욱 커져

더욱이 문 대표가 전권을 보장하더라도 당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의의 합의를 또 거쳐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의원이 비노 진영의 핵심인사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날 그의 결단이 당 내홍 국면의 흐름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문 대표의 제안을 거부함에 따라 당 내홍을 수습하려던 문 대표의 지도력도 상처를 입게 됐다.

잠시 주춤했던 '친노(親盧·친노무현) 패권주의' 비판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있다. 당장 비노 진영의 또 다른 세력을 이끄있는 김한길 의원은 이날 문 대표를 향해 "친노의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패권정치를 청산하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미리 '당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문재인 대표에 대한 김한길의 생각'이라는 글을 공개한 뒤 대표직 퇴임 뒤 처음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다.

김 의원은 글에서 당원들에게 "선거 참패와 최고위원회에서의 '공갈 발언', '봄날 노래'로 얼마나 속상하셨나. 지도부가 당을 수습하지 못해 패배 수습 과정에서 또 패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두 번째 패배의 상처가 더 깊다"고 말했다.

◆파격적 구상안 제시 '조국 카드' 대안 부상

문 대표는 안 의원의 제안 거부 소식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뜻을 모아 부탁을 드렸던 것인데 좀 아쉽다.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설득 노력을 하려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거듭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어제 안 의원이 우리 당의 쇄신과 단합, 더 큰 혁신에 공감하고 그에 대해 전적으로 협력하겠다고 하면서 다만 자신이 위원장을 맡는 건 적절치 않다고 하면서 조국 교수를 추천했다"고 공개했다.

이에 따라 '조국 카드'가 대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와중에 이미 지도부가 내부 인사 쪽으로 방향을 잡은 터라 논의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주목된다.

문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다시 소집, 혁신기구 위원장 인선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앞서 조 교수는 △문 대표의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뜻) △도덕적·법적 하자가 있는 인사들의 예외 없는 불출마 △호남 현역의원 40% 이상 물갈이 △4선 이상 중진 용퇴 등 다소 파격적인 혁신 구상안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