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심층분석] '사기꾼 아니면 봉' 난감한 아웃소싱기업들

"일단 따고 보자" 수주 치중… 결국 고객·아웃소싱업체 모두 피해

추민선 기자 기자  2015.05.19 15:43:0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오는 7월1일 개국 예정인 공영홈쇼핑 콜센터 운영사업을 둔 위탁업체 선정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입찰 결과 최저가와 최고가의 금액 차이가 100만원 이상 벌어지면서 또다시 상담사 처우개선과 저가마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 것.
 
앞서 공영홈쇼핑은 지난달 콜센터 운영 및 인력 아웃소싱 전문업체 업무도급에 따른 대고객 상담서비스 품질은 물론 콜센터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자 지난 4월 입찰공고를 공지하고 콜센터 운영 위탁사업자를 선정했다.

최저 190만원 밑·최고 280만원…가격차 100만원

공영홈쇼핑의 컨택센터 상담사 위탁운영 규모는 300여명 수준으로 컸던 만큼 아웃소싱업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공영홈쇼핑은 올 하반기 1500억원, 내년 3850억원으로 총 5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아웃소싱업체들은 위탁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저마다의 운영노하우와 입찰가격을 제시했으며, 입찰 참가기업 역시 11개사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영홈쇼핑은 기술점수 90%, 가격점수 10%를 산정해 가격비중보다 기술, 운영 능력에 더욱 무게를 쏟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 의도한 운영능력보다는 10%의 가격 점수에 치중해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1개 업체들은 1인당 도급비를 190만원 이하부터 280만원 이상까지로 내놨다. 평균 제시 금액은 230만원에서 240만원선이었고, 198만원의 A사와 230만원을 제시한 B사가 최종 위탁업체로 뽑혔다.

198만원과 230만원은 무려 1인당 32만원의 격차다. 특히 B사는 업계 평균 도급단가인 230만원을 제시했지만 이 금액을 다 보장받지 못하고 1순위 업체가 내놓은 198만원과 230만원의 평균가격 214만원으로 운영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A사는 제시 금액보다 높은 도급운영비를 받게 됐으나, B사는 1인당 약 16만원의 손해를 입게 된 것.

이런 가운데 280만원 이상을 제시한 기업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과다한 금액을 올린 것이 아니냐는 동종업계 및 공영홈쇼핑의 의심 섞인 눈초리를 받는 실정이다.

적자 감수한 도급비… 근로자 근무환경·처우개선은?

홈쇼핑을 운영하려면 1인당 230만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정론이다. 230만원 이하 단가를 제시할 경우 운영부분은 물론 이들에게 지원해야 하는 복지비용 및 추가적인 지원혜택을 제공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의 위치는 교통이 원활한 시내 중심이 아닌 상암동에 위치한 만큼 상담사들이 출퇴근하기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며 "실제 마포 상암동에 위치한 H홈쇼핑의 경우 한 달 이직률이 20%가 넘는다"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상담사의 이직률을 줄이고자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타사에서 근무하는 상담사보다 급여수준을 더 높이고, 복지혜택 등을 제공해 인력수급을 원활히 하는 동시에 업무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 더해 "상암동에 위치한 H홈쇼핑 운영도 진행 중이지만 이곳 상담사 도급비는 250만원 선으로, 적자가 나지 않는 선에서 최소 마진만을 남긴다"며 "셔틀버스 운행비용, 채용광고비, 교육비 등을 포함하면 250만원 이하 도급비는 적자를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영홈쇼핑은 처음 입찰공고 당시 300명 상담사 운영을 기준으로 모든 금액을 포함해 가격을 제시해야 했다"며 "계약 후에는 더 이상 추가예산을 받을 수 없는 규정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24시간 운영되는 홈쇼핑 특성상 야간, 심야, 주말 상담사의 법적수당을 고려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경력직 상담사 채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도급 단가를 설정한 것"이라며 "추가예산 확보가 불가능함에도 낮은 단가를 제시한 업체들은 추후 도급단가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말뿐인 저가마진 지양… 집안싸움부터 단속해야

홈쇼핑에 근무하는 상담사는 24시간 운영에 따른 피로, 업무 부담 등으로 타 상담사보다 이직률이 높다. 이직률은 업무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갑(甲)사인 공영홈쇼핑이 아웃소싱기업의 신뢰도를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

아웃소싱기업의 고질적 고민인 상담사 인력유치와 이탈방지를 위해 상담사 환경개선을 위한 적정금액이 요구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소싱기업이 이유를 불문하고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사기꾼으로 몰리고, 반대로 마진을 포기한 채 무리하게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서까지 수주하는 아웃소싱기업의 모습은 마치 원청사에게 '봉'이라는 인식만 남긴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런 와중에 업계 내부에서는 저가마진 경쟁을 지양해 업계의 자정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큰 규모의 위탁사업이 있을 때마다 이런 역설은 잠잠해진다. 실적을 쌓기 위해 0% 마진은 물론, 마이너스 수익을 감수하는 것이 현재 업계의 현주소다.

일부 아웃소싱기업의 무리한 가격경쟁 탓에 낮아진 도급단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고 낮은 단가는 인원수급에 악재가 돼 업계 악순환이 지속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원을 수급 중이지만 상당히 어렵다"며 "상암역에서 공영홈쇼핑까지 셔틀버스 운행을 계획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며 "'따고보자'는 식의 업계 관행은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을 어렵게 해 결국 고객사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컨택센터는 지속 성장을 거듭하고 수요도 늘지만 입찰이 진행될수록 가격은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아웃소싱업계가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계속 저가마진을 되풀이하는 한, 업계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 보태 "상담사를 고용하고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역할은 컨택센터 전문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결국, 저가 마진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가해자는 아웃소싱업체란 점을 인지하고, 업계 내 집안싸움부터 단속해야 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