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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해부] 세아그룹 ③후계구도…'제2 형제경영' 경영수업 중

형제경영 '좋은 예' 후계구도 아직은…이순형 회장 필두로 조화로운 가족경영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5.15 14: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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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대기업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기업은 끊임없이 '선택'과 '집중'을 요구받고 있다. 국내산업을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의 '선택'과 '집중'을 파악해보는 특별기획 [기업해부] 이번 회에는 세아그룹 3탄 후계구도에 대해 살펴본다.

세아그룹은 1960년 부산철관공업(현 세아제강)을 모태로, 철강 불모지였던 한국에 강관 제조업의 씨앗을 뿌린 회사다. 동종 업계에서는 '알짜'로 꼽혔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철강업계를 벗어나면 생소한 업체였다.

세아그룹이 재계 전반에 이름을 알린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국내 굴지의 철강사들이 자산 매각, M&A 등 활발한 구조조정을 벌인 시기, 기업에서 매물을 내놓을 때마다 꾸준히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

지난해 동부특수강과 포스코특수강 매각전 참여 역시 세아그룹을 재계 전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창업주 타계 후 소리 없이 강한 '형제경영' 보여줘

세아그룹은 창업주 故 이종덕 회장이 2002년 타계한 후 장남인 故 이운형 회장과 차남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이 형제경영을 통해 회사를 이끌며, 재계에서 '형제경영'의 좋은 예로 통했다.

두 형제가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을 거의 동등하게 지배, 핵심 기업에 대한 이들의 지분율이 매우 높아 경영권 또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2013년 3월 이운형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당시 이순형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주력 계열사인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 경영을 맡았고, 이 전 회장의 부인인 박의숙 세아네트웍스 대표 또한 세아네트웍스 회장과 세아홀딩스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보면 세아그룹의 미래는 이순형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와 박의숙 부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에게 맞춰져 있다. 지난해 말 두 사람이 나란히 전무로 승진하면서 향후 후계구도에 대한 기대심을 높였다.

현재 세아그룹 주요 주주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세아홀딩스의 경우 이태성 전무의 지분이 32.12%로 가장 높다.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는 각각 17.66%와 17.9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태성 전무의 모친인 박의숙 부회장은 7.9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태성-박의숙' 모자 43.02%, '이순형-이주성'부자 35.61%로 세아홀딩스는 이태성 부자의 지분율이 더 높다.

세아제강의 경우, 이태성 전무의 지분율은 18.29%로 가장 많은 양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박 부회장 보유 지분은 0.56%에 불과하다. 반면,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의 지분율은 각각 11.34%, 11.20%로 이태성 모자의 지분유을 합한 18.85%보다 높은 지분율(22.54%)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지분구조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태성·박의숙-세아홀딩스' '이순형·이주성-세아제강'으로 이어지는 경영기반 구축 및 후계승계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이태성 전무가 세아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 전반의 전략을 담당하고, 이주성 전는 핵심 사업 계열사인 세아제강을 통해 실무를 총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계구도 아직은 시기상조…경영수업 중

다만 세아그룹의 완전한 계열분리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전반에 걸친 '제2의 형제경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태성·이주성 전무가 각자의 경영권 경쟁을 위해 각자 맡은 계열사 지분을 사고 파는 것이 아니라,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을 거의 동등하게 지배, 핵심 기업에 대한 이들의 지분율이 매우 높아 경영권 또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과거 아버지들의 경영노하우를 이어 받아,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서로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

또 양가의 계속되는 지분 매각·매입은 상속세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태성 전무의 상속세 납부가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아 상속세 납부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의 보유 지분율이 엎치락뒤치락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와 관련 세아그룹 관계자는 "현재 세아그룹은 이순형 회장 체계로 잘 순환되고 있어 후계구도나 후계승계 작업이라는 표현은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이순형 회장을 비롯해 박의숙 부회장, 이태성·이주성 전무 등 가족들이 함께 주요 사안들을 협의하면서 서로 조화롭게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두 계열사의 지분율 변화는 상속세와도 관련이 있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하다보니 여러 추측이 있는 것 같다. 지분 매각·매입 역시 가족들의 논의가 충분히 이뤄진 다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아그룹의 가족경영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이태성·이주성 전무가 각각 세아홀딩스, 세아제강 전무를 맡고 있기 때문 경영권이 양분화 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며 "임원들은 순환보직으로, 이주성 전무도 2년 전에는 세아베스틸에서 근무했고, 그 전에는 세아홀딩스에서도 근무했었다. 이태성 전무는 현재 세아베스틸과 세아창원특수강 전무도 겸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원들이 다양한 계열사에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측면이지 세아제강-이주성, 세아홀딩스-이태성 구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편, 세아그룹의 미래 형제경영을 책임질 이태성·이주성 전무는 1978년생 동갑으로 각각 중국 칭화대학교 컬럼비아대학에서 MBA를 받았다.

이태성 전무는 대학 조업 후 포스코 차이나에서 근무한 뒤 2006년 세아제강 일본 현지법인인 세아 재팬에 입사해 그룹에 입문했으며, 2009년 세아홀딩스에 입사 후 전략기획팀장, 2011년 세아홀딩스 이사에 이어 2013년 상무 승진, 2014년부터 세아베스틸 상무를 겸직해왔으며,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

이주성 전무는 액센츄어(구 앤더슨컨설팅)와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기업금융부(IB)에서 근무했다가 2008년 세아홀딩스 전략팀장으로 입사했다. 2011년 세아베스틸로 이동 이사로 승진했으며 2013년 상무로 승진했다. 2014년 세아제강으로 자리를 옮겼고,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