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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지도부 흔드는 세력에 '전면전' 선포

'비공개 메시지'서 非盧 측 공천권 전횡 의도에 '역 패권주의' 일침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5.15 1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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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칼을 빼들었다가 다시 칼집에 넣었다.

문 대표는 14일 비노(非盧·비노무현) 진영의 친노(親盧·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 요구 등 당 내홍 상황에 대해 정면돌파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발표하려다 일부 지도부 인사의 만류로 일단 보류했다.

문 대표는 15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우리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면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바라는 것을 흔들림없이 이뤄나갈 것을 다짐한다. 그 길에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날 지도부 인사들의 만류로 발표를 미룬 글에서 언급한대로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전날 오후 2시 '당원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형태로 당 내분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분열은 공멸입니다. 이제 단결해야 할 때'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글은 "혹여 특정 계파 이름으로 패권을 추구하고 월권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먼저 쳐낼 것"이라며 "그게 누구든 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고 있다.

"계파 나눠먹기식, 계파 패권적 공천은 결코 없다"며 "다음 총선 공천은 새로운 공천제도에 의해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며, 대표 개인의 자의가 개입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약속도 눈에 띈다.  

이 글에는 비노 진영의 '친노 패권주의' 공격에 대한 거센 반박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패배의 책임을 막연하게 친노 패권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온당한지 묻고 싶다"며 "새누리당의 종북몰이처럼 막연한 '친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당을 분열시키고 약화시켜선 안 된다"는 것.

또한 "당 일각의 지도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 사심을 갖고 위기를 가중시켜선 안 된다"며 "혹여 지도부를 무력화시켜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패권주의를 성토하며 패권주의를 보이는 행태야 말로 '역 패권주의'"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득권은 저를 포함해 모두가 내려놔야 한다. 당이 어려운 틈을 이용해 기득권, 공천권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과거정치, 기득권 정치로, 기득권을 지키고 공천지분을 챙기기 위해 지도부나 당을 흔들며 패권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 그런 행태에 굴복하지 않고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도 두드러진다.

"정치를 안 하면 안했지, 당 대표직을 온존하기 위해 그런 부조리나 불합리와 타협하고 싶지 않다.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기득권정치로 회귀하면 공멸"이라는 분명한 인식도 들어 있다.

4·29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에 따른 지도부 사퇴론에 대해선 "살면서 자리에 연연한 적이 없고 대표가 직접 책임지는 게 의원, 당원들의 총의라면 언제든 결단할 각오가 돼 있다. 이후에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내년 총선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과감히 저를 던질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도 "무책임한 사퇴가 전투패배의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큰 전쟁에서 이길 준비를 착실히 하는 게 책임 있는 장수의 태도"라고 했다.

문 대표는 지난 13일 비노 의원 모임인 '민주당집권을위한모임(민집모)' 소속 의원들과의 오찬 뒤 "부당한 공격과 흔들기에는 물러서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 "나를 계파수장으로 몰아 공천권을 전횡하려는 것으로 호도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엽 의원은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공천 룰 같은 걸 과감하게 다른 쪽에 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이 감동한다. 공천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뒤 공천특위 위원장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을 추천했다. 주 최고위원은 최근 정청래 최고위원과 언쟁을 벌인 뒤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표는 이 글에서 "몸의 일부를 잘라내는 심정으로 도려내겠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히면서도 비노 진영의 패권주의 공격을 총선 지분을 챙기려는 '역 패권주의', '기득권 정치'로 보고 이를 당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반격에 나서는 등 정면돌파를 시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계획은 그가 짜놓은 일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문 대표가 이날 낮 12시께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메시지 내용을 공유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도부 인사의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이에 대해 "문 대표가 지도부에 의견을 구했으나 '쇄신안 제시가 먼저'라며 내용과 시기 등 여러 면에서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 따라 대표가 이를 수용해 없던 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시지 발표는 미뤄졌지만 문 대표가 준비하던 메시지에는 비노 측이 요구하는 친노 패권주의 청산 본질이 결국 "내년 총선 공천권을 내놓으라"는 친노 진영의 전반적인 인식을 담고 있어 제1 야당 계파 간 긴장감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한편, "초안은 폐기됐다"는 당의 공식 설명과 달리 초안 전문이 유출되면서 계파 갈등을 둘러싼 또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