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완구 검찰소환…'연금 정국' 집어삼키나

與 검찰 발 빠른 행보에 "또 누가 소환" 촉각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5.14 14:49:05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검찰에 전격 소환되면서 검찰 수사 결과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잠시 주춤했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연금 정국'을 집어삼키고, 또다시 모든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부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 재·보궐선거에 나선 2013년 4월 4일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건네받은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다. 성 전 회장이 남긴 쪽지(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8명의 여권 인사 중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인물은 홍준표 경남지사에 이어 이 전 총리가 두 번째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이 전 총리는 '실세 총리'를 자처하며 국정 운영에 열의를 보였지만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결국 취임 70일 만에 낙마했다. 취임 초 '부패척결'을 강조했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성 전 회장과 금품거래 의혹이 있는 리스트 속 정치인 8명의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공식 사퇴 17일 만에 검찰 소환…李 "심려 끼쳐 죄송"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지난달 27일 공식 사퇴한 이 전 총리는 사퇴 17일 만인 이날 자신의 사퇴를 부른 금품수수 의혹 때문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이날 오전 9시55분경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 조사실이 있는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이 전 총리는 "이번 일로 인해 총리직을 사퇴했다"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검찰에서 소상히, 상세히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또 "3000만원 수수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를 마치고 필요하면 인터뷰 시간을 갖겠다. 검찰 조사 전에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측근들로부터 당시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단둘이 만났고, 현금 3000만원이 독대 장소에서 건네졌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한 이 전 총리 측이 검찰에 증언한 참고인에게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참고인 진술과 물적 증거를 토대로 3000만원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이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총리는 당시 성 전 회장을 만난 기억이 없는 데다 금품을 받았다는 것은 더구나 사실이 아니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조기 소환…검찰, 혐의 입증 자신감

실세 총리를 자처한 이 전 총리의 검찰 출석에 정치권은 한동안 잠잠했던 성완종 파문이 다시 정국을 뒤흔들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홍 지사나 이 전 총리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혐의가 입증되거나 리스트에 오른 8명의 여권 인사 중 추가 소환 대상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4·29 재보선 직전까지만 해도 성완종 파문은 정국의 중심에서 모든 현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다.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지만 새누리당이 재보선에서 압승한 뒤엔 흡입력이 급격히 떨어진 게 사실이다. 재보선 직후 정국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 처리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치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여권으로서는 다시 힘겨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홍 지사에 이어 이 전 총리를 전격 소환한 대목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 전 총리의 조기 소환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은 다음 주에나 이 전 총리를 소환하지 않겠느냐는 예상과 달리 조기 소환이라는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이는 이 전 총리의 금품수수 혐의 입증에 검찰이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성 전 회장이나 이 전 총리 모두 충청권 출신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흔들렸던 충청 민심이 악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4·29 재보선 패배로 인해 당 내홍에 휩싸인 야당은 이 전 총리의 조기 소환이 국면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거는 모양새다.

강희용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이날 이 전 총리의 검찰 출석에 대해 "홍준표 지사에 대한 소환 후 보여준 검찰의 미적지근 태도를 보면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 당은 국민과 함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논평했다.